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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AI]⑨미래기술이 빈부격차 늘린다면

  • 2018.04.19(목) 16:53

넷플릭스 제작 드라마 '얼터드 카본'
저장소 통해 육체 교체 '생명 연장'
영생 통해 富축적…계급사회 형성

인공지능(AI) 기술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금융·자본시장·산업현장은 물론 일상생활까지 파고 들었죠. 마치 공상과학 영화에서 등장했던 AI가 현실화 된 느낌입니다. 하늘을 나는 자동차, 사이보그, 로봇전사까지는 아직 먼 얘기같지만 지금의 변화속도라면 머지 않았다는 견해가 지배적입니다. 상상력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속 AI와 현실에서 구현된 AI를 살펴보면서 미래의 모습을 짚어봤습니다. [편집자] 

 

 

이번에 소개할 영화는 얼터드 카본(Altered Carbon) 입니다.

 

정확히 설명하자면 영화는 아니고, 넷플릭스가 자체 제작한 10부작 드라마 입니다.

 

리처드 K 모건이 2002년 출간한 소설이 원작입니다. 드라마는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으로 다소 폭력적이고 선정적입니다. 

 

중요한 것은 다른 공상과학(SF) 콘텐츠 처럼 여기서도 새로운 상상력이 등장합니다.

 

인간의 기억과 자아를 손바닥 만한 장치(저장소)에 저장시킵니다. 마치 PC 하드웨어 처럼 말이죠. 그리고 저장소만 옮겨담는 형태로 육체를 마음대로 변경합니다. 육체의 수명은 한계가 있지만 저장소는 지속될 수 있어 영생이 가능한 개념이죠.

 

얼핏보면 엄청난 미래 기술입니다. 하지만 이 또한 계급사회를 형성시키는 새로운 도구로 전락합니다. 돈 있는 계층만 신기술 혜택을 누린다는 맹점 때문입니다.

 

▲ 사고로 죽었던 7살 짜리 딸이 아줌마 육체로 저장소 이식을 통해 엄마(왼쪽) 앞에 다시 나타난 장면 [자료=넷플릭스]

 

◇"돈 없으면 신기술도 못누려"

 

만약 교통사고로 갑작스럽게 가족을 떠나 보내야 한다면 얼마나 슬플까요. 드라마에선 이때 가족의 저장소만 안전하다면 다른 사람의 재고 육체나 3D 프린팅과 비슷한 기술로 만든 인공육체를 빌려 생명을 연장 시킬 수 있습니다.

 

물론 기억과 자아만 같다고 다른 육체를 가진 사람을 가족으로 받아들이긴 쉽지 않겠지만 말이죠. 어이 없게도 드라마 속에선 돌아가신 할머니가 조직폭력배 외모를 갖고 등장하거나 7살난 딸이 교통사고를 당한 뒤 아줌마 모습으로 다시 나타나기도 합니다.

 

다른 육체에 저장소만 옮기는 방식은 군사용으로도 활용됩니다.

 

우선 미래엔 인간이 지구 말고도 여러 행성을 지배한다는 설정입니다. 식민행성으로 직접 이동하기엔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기 때문에 초광속 통신을 통해 저장소 파일을 전송, 반대편 행성에 준비된 빈 육체로 자아를 이동시키는 방법입니다. 드라마 속에선 이를 니들캐스트(Needle Cast)라고 부릅니다.

 

그렇다면 좀더 가족의 모습과 비슷한 육체를 고를 순 없을까요. 역시 문제는 돈 입니다. 

 

돈이 있으면 고를 수 있지만 돈이 없으면 국가기관에서 무작위로 지정해준 육체 밖에 선택할 수 없습니다. 3D 프린팅과 비슷한 기술로 만든 인공육체는 엄청나게 고가이기에 감히 넘볼 수 없는 옵션이고요.  


결국 미래 기술도 돈이 있어야 누릴 수 있는 혜택이 된다는 이야기 입니다.

 

▲ 드라마 속 부유층인 므두셀라가 살고 있는 구름 위 빌딩모습 [자료=넷플릭스]

 

◇인간 계급사회와 AI 계층

 

이렇게해서 만들어진 것이 새로운 계층 사회입니다.

 

드라마에선 인간의 두 계층이 등장합니다. 므두셀라(Meth)와 그라운더(Grounder) 입니다.

 

므두셀라는 엄청난 부(富)로 육체를 바꿔가며 수백년을 살아온 부유층을 말합니다. 이들은 구름 위로 치솟은 초고층 빌딩 꼭대기 층에서 거주하고 활동합니다.

 

반면 그라운더는 땅 위에서 사는 가난한 사람들을 지칭합니다. 저장소를 이식할 수 있는 육체는 재고 육체이든 인공 육체이든 매우 고가입니다. 서민들 입장에선 평생 한 두번 정도 있을까 말까한 기회죠.

 

또 하나 흥미로운 일은 인공지능(AI)이 발달하면서 AI 스스로 사업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마치 사람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면서 새로운 사회계층이 됐음을 보여줍니다.

 

AI호텔 레이븐에서는 AI가 홀로그램을 통해 사람형태로 나타나면서 호텔을 경영 합니다. 사람과 똑같이 생각하고 대화하면서 유사한 대접을 받습니다.

 

▲ 마치 PC 하드웨어 처럼 인간의 기억과 자아를 저장할 수 있는 저장소 투시장면 [자료=넷플릭스]

 

◇기술개발과 함께 안전장치 만들어야

 

"저장소가 만들어 진 것은 기적이 아니라 인간 종말의 시작이었어. 영생을 가진 이들은 누구에게 복종하지도 죽지도 않고 부를 축적하면서 다스리는 계급층이 됐지. 죽음은 인간의 어두운 본성을 막을 최초의 안전장치였으나 이제 우리안의 괴물이 모든것을 소유하고 소비하고 통제하게 될 거야. 무한한 삶이라는 것은 지금 막지 않으면 다음 세대에게 물려줄 것이 없어. 삶의 일진일퇴가 있어야 모두가 평등해질 수 있어. 우린 영생해선 안돼. 아무리 좋은 사람도 영생하면 좋은 사람으로 남을 수 없어"

 

드라마 속 주인공의 대사를 보면 급속도로 발달한 미래 기술 역시 보편적 인류발전을 도모할 순 없었음을 드러냅니다.

 

드라마에서 만든 이같은 설정은 현실 세계에서도 충분히 나타날 수 있는 문제점 입니다.

 

AI 기술이 아무리 발전할지라도, 5G 이동통신으로 자율주행이 가능할지라도, 의료기술 발달로 생명연장이 가능할지라도 이런 기술이 돈 있는 사람들만 위해 쓰여진다면 말이죠.

 

기술 발전은 인류 보편적 발전을 이끌 수 있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선 기술 개발과 동시에 이를 수용할 수 있는 법적 장치를 만들고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분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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