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네이버] |
인터넷 검색 포털에서 출발한 네이버가 인공지능 영역에 과감한 투자를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인공지능은 모바일에 이어 사용자를 만나는 새로운 접점으로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기술 플랫폼'으로 진화하겠다는 네이버 인공지능 기술력의 현재와 미래를 진단해본다. [편집자]
'너의 그 한 마디 말도 그 웃음도 나에겐 커다란 의미….'
'너의 의미'라는 노래의 가사다. 인공지능(AI) 기술을 개발하는 사업자들 대부분은 이 가사처럼 사용자의 말 한마디 한마디를 아주 중요하게 생각한다.
AI 기술로 제품을 만들고 서비스 품질을 고도화하려면 방대한 양의 사용자 데이터를 모으고, 이를 기반으로 추론하고 학습하는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사용자가 AI에 말을 건네지 않으면 서비스 고도화는 불가능하다.
예를 들어 사용자들이 "밥 먹었니?"라는 평범한 표현을 실제로는 "밥 먹었냥?"이라고 말하는 게 현실이라고 치고, 이를 서비스에 반영하기 위해선 음성 데이터가 있어야 한다.
2016년 9월 국내 최초로 AI 스피커 '누구'를 내놓은 통신사 SK텔레콤도 무려 2년이 지나서야 최대 7번의 대화가 오갈 수 있도록 업그레이드할 수 있었다. 여기엔 음성 데이터 증가가 한 몫 했다. 출시 첫 달 약 100만건으로 시작한 대화량은 지난 8월 7300만건으로 늘었다. 사용자의 대화 패턴을 충분히 학습해야 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작년 5월 '클로바'를 내놓은 네이버는 국내외 AI 시장에서 후발주자다. 기존 유통망을 활용하는 통신사들과 비교하면 음성 데이터가 빠르게 모이기 힘든 상황이다. 음성 데이터가 모이지 않으면 인공지능을 우수한 성능으로 업그레이드하기 어려운데 어떻게 돌파구를 찾고 있을까.
네이버는 텍스트 시장에서 강자인 점을 활용하고 있다.
가령 3000만명이 찾는 포털 네이버에 기록되는 방대한 텍스트를 인공지능이 학습하면 이를 기반으로 관련 기술을 고도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런 배경으로 네이버는 인공지능 기반 챗봇 개발에도 열심이다. 네이버 사용자들이 블로그나 카페에 방문해 남기는 각종 질문에 챗봇이 응대하면서 데이터를 모으는 것이 가능해서다. 이를 통해 인공지능이 사람의 말에 대응하는 기술력을 고도화한 결과는 음성인식 AI 스피커 등에도 적용할 수 있다.
▲ 네이버 블로그 고객센터에 적용된 챗봇 |
◇ 챗봇에 주목하다
챗봇은 스피커 등 다른 AI 서비스에 활용하는 것은 물론이고, 그 자체로도 활용처가 많았다. 챗봇은 고객 응대가 가능하고, 관련 인건비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다른 사업자 대상으로 챗봇 시스템을 판매할 수 있어 일거양득의 영역이다.
유통·금융 등 고객 문의가 활발한 사업 영역이 대표적이다. "기저귀 반품하면 수수료가 있나요?, 개인형 퇴직연금은 어떻게 가입하나요?"와 같은 질문을 챗봇에게 남기면 기초적 수준의 응대가 가능하다. 실제로 국내 항공사 진에어가 네이버의 음성 안내 서비스를 도입한 바 있다.
네이버 자체 서비스의 경우 블로그와 카페 등 고객센터에 챗봇을 적용했다. 현재 상용 베타 서비스 중인데, 하루 기준 700~1000명, 2000~3000건의 발화에 대응하고 있다. 적지 않은 효과도 나타났다. 블로그 도움말 페이지의 방문횟수는 챗봇 도입 전보다 평균 15% 감소했고, 홈페이지 제작 서비스인 '모두'의 고객센터 문의건수도 25%가량 줄었다.
실제로 이같은 서비스 모델은 클로바가 탑재된 AI 스피커와도 연계 적용될 수 있었다. 챗봇 시스템 고도화가 각종 AI 서비스 고도화에 도움이 되는 셈이다. 가령 클로바 이용자가 "네이버 고객센터 시작해줘"라고 말하면, 인공지능이 패스워드 분실 같은 다양한 질의에 답변할 수 있다.
◇ 인공지능이 인공지능을 학습?
네이버는 챗봇과 같은 서비스에 접목되는 인공지능을 고도화하면서 인공지능이 스스로 학습하는 능력도 키우고 있다.
'AutoML'이란 진화된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통해 부모가 되는 인공지능 기술과 자식 개념의 머신러닝 프로그램으로 학습을 반복하는 방식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챗봇은 주어진 말뭉치로 학습하고 'AutoMl'을 통해 끊임없이 변화·발전할 수 있다"며 "스스로 학습하면서 평가하고 수정하고 다시 학습하는데, 알고리즘 선택이나 반복학습 모델을 평가하는 것도 자동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은 완전한 방식은 아니라고 한다. 인공지능이 스스로 언어의 특징을 파악하고 학습 모델을 만드는 단계는 아니라는 설명이다.
따라서 사람이 대화를 배우는 과정과 유사한 방식을 접목했다. 다양한 문장과 문법을 공부하고 중요 정보를 기억하며 추가로 문맥을 반복 학습한다. 또한 정답 위주로 피드백을 주고, 다양한 모델 가운데 다수결로 최적의 답변을 추출하는 것이다. 이것이 더욱 고도화하면 정확한 답변을 하는 것을 넘어 친구처럼 친근한 모습까지 보일 수 있다.
▲ 네이버의 자율주행 로봇 '어라운드' [자료=네이버] |
◇ 소프트웨어에서 하드웨어로
네이버는 이같은 소프트웨어 차원의 AI를 하드웨어로 옮기는 작업도 열심이다.
지도제작 로봇 'M1'과 자율주행 서비스 로봇 '어라운드'(AROUND) 등은 현대중공업지주와 양산화 협력에 들어갔다. 어라운드는 쇼핑몰이나 공항과 같이 경로를 혼동하기 쉬운 대규모 실내 공간에서 길 안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서점·도서관용 로봇인 에어카트(AIRCART)는 지난 7월 삼송캐스터와 전략적 제휴협력을 체결, 상용화에 착수했다.
코리아텍과 산학협력으로 개발 중인 로봇 팔 '앰비덱스'(AMBIDEX) 역시 삶 속에서 사람과 상호작용할 수 있도록 고도화가 진행되고 있다.
네이버는 이런 하드웨어 제품을 대폭 업그레이드해 내년 1월 열리는 세계 최대 소비·가전 전시회 'CES'에도 창사 이래 처음으로 참가할 계획이다.
다만, 이같은 야외에서 활동하는 로봇에 사용자 음성인식과 같은 서비스가 제공되려면 관련 기술 고도화는 물론 블루투스 이어폰과 같은 별도 장비도 요구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생활환경지능 구현이라는 비전 아래 다양한 상황 속에서 다양한 사용자의 일상을 기술로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시리즈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