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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AI]②키보드에 꽂힌 이유

  • 2018.10.26(금) 15:51

키보드 앱에 AI 기술 잔뜩 넣어
"무한한 가능성 있는 시장"

 

인터넷 검색 포털에서 출발한 네이버가 인공지능 영역에 과감한 투자를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인공지능은 모바일에 이어 사용자를 만나는 새로운 접점으로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기술 플랫폼'으로 진화하겠다는 네이버 인공지능 기술력의 현재와 미래를 진단해본다. [편집자]

스마트폰 사용자가 쓰지 않을 수 없는 기능이 있다. 키보드다. 네이버에서 검색할 때, 쿠팡에서 기저귀 살 때, 인스타그램에 해시태그를 달 때도 키보드에 손가락을 두드려야 한다. 스마트폰 사용자를 '엄지족'이라고도 부르는 이유다.

 

다만 스마트폰을 비롯해 컴퓨터, 노트북, 태블릿PC, 스피커, 심지어는 IPTV 셋톱박스를 조작하는 방식은 손에서 입으로 바뀌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국내 1위 검색포털 네이버는 '키보드 앱' 개발에 검색 등 기본 기술에 빅데이터·머신러닝(기계학습) 등 인공지능 관련 기술력까지 쏟아붓고 있다. 

 

네이버가 작년 6월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버전으로 첫선을 보인 키보드 앱 '스마트보드'는 기본적인 입력 기능 외에도 사용자의 이용 패턴을 고려해 제공되는 추천어, 교정어, 이모지, 네이버 검색, 파파고 실시간 번역 등 네이버의 다양한 서비스와 기능·기술을 가득 담았다.

특히 네이버의 인공지능 추천 시스템인 'AiRS'등 인공지능 기반 기술을 추가 접목해 마치 비서처럼 사용자를 이해하는 키보드를 지향한다.

 

▲ 네이버의 키보드 앱 '스마트보드'

 

◇ 키보드가 소비자 접점


네이버가 이처럼 키보드 앱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여전히 키보드가 스마트폰 영역에서 최대 소비자 접점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확인된다. 스와이프라는 모바일 키보드 개발 회사는 2010년 1억달러에 달하는 금액에 팔리기도 했다. 이 회사는 구글, 삼성전자로부터 키보드 관련 로열티를 받은 회사다. 세계 1위 검색엔진이자 스마트폰 OS 사업자인 구글도 키보드 앱 'G보드'를 별도 앱으로 출시해 시장에 선보일 정도다.

 

네이버 관계자는 "검색이나 모바일 플랫폼에 관심 있는 사업자라면 키보드를 한 번쯤은 생각했을 것"이라며 "모바일 시대에서 이용자들은 매우 다양한 앱을 통해 정보를 얻고 있는데, 그 다양한 앱들의 화면 위에 항상 동일하게 떠 있는 것이 키보드"라고 설명했다.

 

네이버는 기본업이 검색이기 때문에 키보드를 통해 정보 추천을 하는 영역에선 빅데이터·AI를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다. 실제로 키보드 앱 안에서 국내 최고의 검색 결과를 바로 얻을 수 있도록 제공하는 것은 네이버만 할 수 있는 것이 사실이다.

 

편의 기능도 풍부하게 제공함으로써 이용가치도 꾸준히 제고하고 있다.

 

예컨대 스마트보드는 손그림 그리기 기능을 어느 메신저에서든 사용할 수 있게 구현했다. 네이버 스마트보드를 이용하면 카카오톡에서 약도를 직접 그려 보낼 수 있는 식이다. 실제 사진을 불러와 그림을 그릴 수도 있다.

 

한국, 중국, 일본 등 한자 문화권 사용자를 고려해 한자 변환이 가능한 점도 강점이다. 네이버가 일본 1위 모바일 메신저 '라인'을 보유한 까닭에 한국어와 일본어 서비스가 제공된다. 시작부터 2개국 서비스를 하는 셈이다. 파파고 번역을 통해 한글 입력 후 곧바로 외국어로 번역된 문장을 쓸 수 있다.

 

계좌번호나 집주소 등을 미리 입력해주면 빠르게 사용할 수 있는 자주 쓰는 문구, 맞춤법, 오타 보정 기능이나 상대적으로 미려한 디자인 경험 등을 제공하는 것도 장점이다.

 

적어도 한국에선 구글과 경쟁도 두렵지 않은 모양새다. 네이버 관계자는 "네이버가 쌓은 한국어 처리 기술은 한글 입력 과정의 여러 편의성을 제공하고 있고 앞으로 더 정교하고 성능 좋은 언어 처리가 가능할 것"이라며 "특히 10대, 20대 이용자 사이에서 앱을 쓸 때 네이버 스마트보드를 사용하게 하는 것이 핵심 전략"이라고 말했다.

 

▲ 자주 쓰는 문구를 입력해두면 이처럼 계좌번호 등을 빠르게 전송할 수 있다. 인공지능 기반 번역 서비스 파파고도 적용돼, 한국어를 입력하면 외국어로 바로 번역되는 기능도 쓸 수 있다.

 

◇ 인공지능 기술 축적된 키보드

 

스마트보드에 인공지능 기반 기술이 녹아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오타 보정을 위한 머신러닝(기계학습) 처리·개인화 학습 기술, 추천어에 대한 언어 처리 및 학습 기술, 입력 중에 발생하는 날짜 변환, 수학식 계산, 단위 결과 변환 등 정말 다양한 기술이 적용됐다.

 

보통 인공지능이 적용됐다고 하면 첨단 기기나 독특한 서비스를 떠올릴 수 있지만, 겨우 키보드에 이같은 기술을 잔뜩 적용했다.

 

우선 오타 보정 기능의 경우 네이버 스마트보드 팀은 서울과학기술대와 공동 연구를 통해 오타를 유발하는 변인을 판단하는 실험을 진행한 바 있다.

이를 통해 실제 터치 포인트에 눌린 키의 입력값과 손가락의 X, Y 좌표·넓이, 스마트폰의 기울기, 이전 입력 키와의 입력 시간 차이 등 9개의 변인을 뽑아냈다. 이를 토대로 인공지능 기술 중 하나인 기계학습(머신러닝)을 거쳐 더욱 정확한 오타 보정의 가능성을 열게 됐다.

 

그러나 인공지능이 학습해 도출한 결과만으로 100% 신뢰할 수 없다고 보고, 특정 상황에 대응하는 보완 장치도 고안했다. 또 사용자별로 사용 패턴이 다를 수 있는 점도 고려했다.

 

네이버는 10년 정도 축적한 한글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추천어 데이터데이스(DB)도 앱에 내장했다. 하나만 적어도 뭘 쓸지 예측해 문장을 완성하게 도와주는 기능이다.

데이터가 더 쌓이고 인공지능 기술이 더욱 고도화되면 홍길동이란 사용자가 오전 10시 서울 광화문에 머물 때 임꺽정에게 카카오톡을 보내기 위해 첫 글자를 쓰면 AI가 맥락을 파악해서 쓸 것 같은 말을 알아서 작성해주는 방향으로도 진화 가능하다.

이처럼 스마트보드는 스마트폰 사용자가 많은 양의 텍스트를 입력하는 불편을 도와주는 정도의 서비스로 출발했지만 상당히 오랜 시간 쌓인 데이터와 첨단 기술이 바탕이 됐다.

실제로 네이버는 이 앱을 출시하기 전 30번의 사용성 평가와 120번에 달하는 테스트 앱 배포를 거치기도 했다.

실무를 담당한 네이버 관계자는 "데이터 부족과 반복되는 실험, 결과 분석, 결과 반영을 위한 업무 피로도가 힘들었다"며 "키보드 특성상 입력 내용에 개인정보가 포함될 수 있어 규정상 이에 대한 수집을 하지 않으므로 실험자를 따로 모집해 한정된 상황에서 연구를 진행했던 점도 애로 사항이었다"고 설명했다.

머신러닝의 경우 데이터 규모가 적을 경우 제대로 된 분석이 어려운데다 키보드의 경우 오타 데이터가 현저히 적어 난항을 겪었다는 것이다. 이처럼 부족한 데이터를 보강하기 위해 기계학습 전처리를 통해 오류 데이터를 늘리는 기법 등도 동원했다고 한다.

 

▲ 오타 보정 기능


◇ 네이버의 새로운 먹거리되나

키보드 앱에 적용된 기술은 네이버의 다른 제품, 서비스에는 물론 다른 사업자도 이용할 수 있다. 당장 키보드는 사용자 만족감을 주는 정도의 서비스이지만 장기적으로는 돈이 되는 사업이라는 얘기다.

특히 온갖 정보가 키보드를 통해 입력된다는 점에서 맞춤형 서비스 제안도 가능하다.

네이버는 보안상 이유와 사용자 거부감 등을 고려해 원칙적으로는 키보드에 입력되는 내용을 외부에 전송하지 않는 방침을 갖고 있으나 스마트폰은 극도로 개인화한 기기라는 점에서 정보의 가치가 더욱 높다.

 

이런 데이터를 기반으로 쇼핑 등 네이버의 서비스 경쟁력을 높여주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할 수도 있다. 구글의 경우 키보드 앱을 통해 맞춤형 광고를 제공할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현재 개발되는 핵심 기술들은 애플 iOS와 구글 안드로이드 등 양대 스마트폰 플랫폼에서 모두 동작할 수 있도록 만들고 있다. 향후 다른 제품이나 서비스에도 쉽고 빠르게 적용할 수 있는 형태로 개발했다는 설명이다. 이같은 가능성은 고작 키보드 앱에 복잡한 기술들이 집약된 이유가 된다.

네이버 관계자는 "앞으로 인공지능 기반의 추천 시스템이 적용돼 비서처럼 나를 이해하는 키보드, 더욱 스마트한 키보드가 각광받을 것"이라며 "언젠가는 인공지능이 알아서 입력해주는 까닭에 타이핑을 하지 않는 시대가 올 수도 있다. 키보드는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시장"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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