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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 중간지주사]②통신사 아닌 투자사 변신

  • 2018.11.07(수) 16:19

물적분할 통해 반도체·MNO·보안·미디어·유통 거느려

SK텔레콤의 지배구조 개편으로 많이 거론되는 방식이 물적분할이다. 당초 증권가에선 '자사주 활용' 카드를 쓸 수 있는 인적분할 시나리오도 예상했다. 그러나 박정호 사장이 지난 3월 주총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다른 방식의 구상을 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물적분할로 굳어지고 있다.
  
SK텔레콤과 분할 신설회사로 주식을 각각 쪼개 기존 주주들에게 나눠주는 인적분할과 달리 물적분할은 SK텔레콤이 분할 신설회사의 지분 100%를 소유하고 완전 자회사로 두는 형태다.   
 

 

이 경우 그룹 오너인 최태원 회장을 정점으로 SK(주)-중간 지주사-신설 사업회사 및 SK하이닉스·ADT캡스·SK플래닛·SK브로드밴드·SK텔링크·11번가 등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갖추게 된다.
 
분할 존속법인인 중간 지주사는 인수합병(M&A)에 최적화한 회사로 변신한다. 지금의 SK텔레콤이 통신사 이미지를 벗고 구글 지주사 알파벳과 같은 투자사로 거듭난다는 의미이다. 인수합병과 관련한 의사결정을 자유롭게 할 수 있으며 전체 ICT 계열사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는다. 
 
무엇보다 간판 서비스인 이동통신 말고도 반도체와 보안·테크·미디어·유통 등 각 사업이 지배구조 개편을 통해 전문성을 강화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SK텔레콤은 성장성이 높은 보안(ADT캡스)을 비롯해 커머스(11번가), 미디어(옥수수) 등을 서비스하고 있으나 통신업으로 분류되면서 그동안 시장에서 저평가 받아왔다. 중간 지주사 전환을 통해 이동통신 그늘에 가려졌던 비(非)통신 사업의 매력이 선명하게 부각될 것으로 예상된다.

 

SK텔레콤이 '뉴(New) ICT 사업'이라고 부르는 보안, 커머스, 미디어 등의 역량이 강화돼 각 계열사 몸값도 자연스럽게 올라간다. 이들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중간 지주사는 이를 재원으로 삼아 SK하이닉스 지분율을 끌어올릴 수 있다.

   
◇ ADT캡스 중심 보안사업 재편
    
각 사업별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재편이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다. SK텔레콤은 이달초 출동보안 업계 2위 ADT캡스 인수를 마무리한데 이어 이 회사를 중심으로 보안 사업을 교통정리하고 있다.
   
지난 달에는 포괄적주식교환을 통해 SK인포섹을 완전자회사로 편입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SK텔레콤이 보유한 자사주 일부를 SK인포섹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그룹 지주사 SK(주)와 맞바꾸는 방식이다.
  
아울러 SK텔링크 자회사이자 물리보안 계열사 NSOK를 ADT캡스와 합병한다는 방침이다. SK텔링크로부터 NSOK 지분 100%를 인수한 뒤 올해 안으로 합병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ADT캡스를 중심으로 보안 계열 사업을 하나로 묶는 그림이다. SK텔레콤은 지난 1일부로 ADT캡스 인수를 완료하고 이동통신과 보안을 결합한 신상품을 출시하는 등 융합보안 서비스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증권가에선 SK텔레콤이 보유한 전국 4000여개 유통점에 보안 솔루션을 판매하면 시너지 효과가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 11번가 떼내고 아마존처럼 육성


유통 e커머스(전자상거래) 분야에선 11번가를 중심으로 계열사 역량을 한데 모으고 있다. 앞서 SK플래닛은 지난 9월 11번가 사업부문을 인적분할로 떼어냈다. 11번가를 '한국형 아마존'으로 키우기 위해서다. 분할 신설법인인 11번가는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H&Q코리아로부터 총 5000억원의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분할 존속법인인 SK플래닛은 최근 자회사인 헬로네이처를 11번가에 넘겼다. 헬로네이처는 SK플래닛이 커머스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2016년 12월에 인수한 곳이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각광 받고 있는 '마켓컬리' 같은 신선식품 배송회사다. 헬로네이처를 넘겨 받은 11번가는 유통 사업에서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SK플래닛은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개발사이자 SK텔레콤의 또 다른 자회사 SK테크엑스를 흡수합병하는 등 기술 역량을 한단계 끌어올린 바 있다. SK플래닛은 한때 싸이월드 같은 인터넷 포털 서비스를 비롯해 모바일앱 플랫폼, 음악 콘텐츠 등 다양한 분야를 '백화점식'으로 다뤄왔으나 선택과 집중 차원에서 잘하는 분야만 남기고 나머지를 과감히 정리하고 있다.
 

11번가 외에도 모바일 OTT(Over The Top) '옥수수'를 분사 및 외부 투자 유치를 통해 미디어 사업의 독립적 성장 기반을 갖춘다는 계획이다.

 

앞서 유영상 SK텔레콤 코퍼레이트센터장은 지난달 30일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전화회의)에서 "옥수수의 성장을 위해 동남아 시장 진출 계획을 갖고 있다"며 "모바일 기반 OTT 서비스와 프리미엄 콘텐츠가 향후 중요한 성장 동력이 될텐데 옥수수를 중심으로 사업분할 및 외부 펀딩 가능한 모든 옵션으로 독립적 성장 기반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 인적분할과 물적분할 차이점은?

 

인적분할과 물적분할은 어떻게 다른가. '기업공시 완전정복 [지은이 김수헌]' 책을 참조해 개념을 정리해봤다.
 
분할은 여러개 사업을 하는 회사에서 하나 이상을 떼어내 새로운 회사를 만드는 것이다. SK텔레콤 사례처럼 MNO 사업을 분리해 새 회사를 만드는 경우 '기업을 분할한다'고 한다. 이렇게 떼어낸 회사 'SKT 사업회사(가칭)'가 신설법인이 되고 SK텔레콤은 존속법인이 된다.
 
새로 만든 회사 주식을 누가 갖느냐에 따라 인적분할과 물적분할로 나눌 수 있다. 인적분할은 떼어낸 회사(SKT 사업회사) 주식을 존속하는 회사(SK텔레콤) 주주들에게 지분율대로 배정한다. 현재 SK텔레콤의 지분 25.2%를 보유한 최대주주 SK(주)는 인적분할한 SKT 사업회사 주식도 25.2%를 갖게 된다는 얘기다. 
   


분할 과정에서 SK텔레콤이 보유하고 있던 자기주식은 어떻게 될까. 현재 SK텔레콤은 자사주 1014만주(12.55%)를 보유하고 있다. 이 자사주는 존속 법인인 SK텔레콤 소유로 넘어간다.
 
아울러 이 자사주 만큼인 신설법인 SKT 사업회사의 신주가 SK텔레콤에 할당된다. SK텔레콤이 신설법인 SKT사업회사의 12.55% 주주가 된다는 것이다. SK텔레콤은 분할 후 자사주 12.55%도 그대로 들고 있게 된다.
 
물적분할은 어떨까. 떼어낸 회사 주식 전량이 분할 존속법인에 배정된다. 분할 존속회사인 SK텔레콤이 신설 SKT사업회사의 100% 모회사가 된다는 것이다. 즉 신설회사의 발행 신주가 모두 존속회사 소유가 되어 100% 모자 회사 관계가 형성된다.

   
보통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할 때에는 대주주 지배력 강화를 위해 인적분할 방식을 선호한다. 살펴본 것처럼 인적분할은 존속법인이자 지주사 역할을 할 회사가 신설법인의 지분을 자사주만큼 보유하게 된다.
  
여기서 한발 더 나가 존속법인은 신설법인의 다른 주주들로부터 주식을 받고 그 대가로 존속법인 신주를 발행해주는 '현물출자 유상증자'를 한다.

 

존속법인과 신설법인이 주식을 맞바꾸는 일종의 주식 스왑(교환)까지 벌이면 결과적으로 대주주-지주사-신설회사로 이어지는 지배구조가 완성된다. 대주주의 지배력도 이전보다 강화된다. 인적분할에서 '자사주 활용' 카드는 이렇게 사용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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