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이 내 집으로 돈을 벌어보겠다고 부동산 투자에 혈안이 되어있을 때, 나는 "남의 집으로 돈을 벌겠다"며 다른 길을 찾아 나선 사람이 있다. 스스로를 대표라는 직함 대신 '문지기'라고 칭하는 김성용 대표는 2016년이 끝나갈 무렵 '남의 집 프로젝트' 구상을 시작했다.
이듬해 1월 처음 문을 연 남의 집 프로젝트는 평범한 직장인의 고민에서 비롯된 사이드 프로젝트였다. 김 대표는 "회사가 인생을 책임져주지 않을 것이며, 언젠가 직장인으로서의 나는 정리될 것이라는 마음으로 벌인 일이다. 회사라는 울타리 밖에서 큰 자본 투자 없이 수익 모델을 만들 수 있는 아이템을 고민했고, 그러다 떠올린 아이템이 바로 집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당시 막역한 지인과 함께 거주하던 집이 연희동에 있었는데, 거실과 서재 인테리어가 마치 카페 같은 느낌이었다. 그래서 우리 집 거실을 가지고 카페나 술집을 운영해보면 어떨까 생각했고 그게 시작이었다"며 사업의 출발점을 회상했다.
그렇게 시작된 남의 집 프로젝트는 현재 남의 집 거실이라는 공간에서 낯선 이들이 집주인의 취향을 나눌 수 있는 하나의 공유 경제 시스템으로 발전했다. 김 대표는 사업을 시작하고 20개월 동안 60회에 달하는 남의 집을 오픈했고, 50명의 취향이 담긴 거실을 세상에 공개했다.
김성용 대표는 집주인의 취향을 담은 남의 집 프로젝트를 소셜미디어 채널을 통해 공고한 후 게스트를 모집한다. 그렇게 모집된 게스트와 호스트를 중개하고, 이익을 호스트와 배분하는 방식으로 남의 집 프로젝트를 운영한다.
이쯤 되면 나도 한 번 남의 집 프로젝트를 열어보고 싶다는 생각에 닿을 것이다. 과연 어디까지가 우리 집에 게스트를 초대할 수 있는 '남의 집 취향'이 될 수 있을까.
김 대표는 이 질문에 "남의 집 프로젝트의 '남의 집'이 될 수 있는 취향의 범위는 정해놓지 않았다. "뭐 이런 것까지?"라는 느낌이 들면 더욱 환영이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사적 업무나 자기 계발과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지양한다. 남의 집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동안은 사회 구성원이라는 옷을 벗고 '현재의 나'로서 오롯이 취향만을 나누는 시간을 갖게 하고 싶다는 취지에서다.
실제로 열린 프로젝트도 각양각색이다. 호불호가 심하게 갈리는 향신료인 고수로 만드는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고수로 만든 음식과 이야기를 나누는 '남의 집 고수'가 열렸고,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책과 작가에 대한 견해를 공유하는 '남의 집 하루키'도 열렸다. 이외에도 남의 집 바텐더, 서재, 음악 감상실, 심지어는 양말 수집 취향을 나누는 '남의 집 양말'도 열렸을 정도다.
김성용 대표가 단기간 내 사업을 키워나갈 수 있었던 밑바탕은 카카오에서 배운 추진력과 유연함에 있다. 카카오 택시가 출범하며 사업 제휴, 영업 파트를 맡았던 그는 당시 카카오를 비롯한 IT 기업이 주로 채택하는 사업 시스템인 '린 스타트업 (Lean startup) 시스템'을 현재 사업을 운영하는 데 적용했다고 했다.
린 스타트업 시스템은 아이디어를 최소 요건만 갖춰 내보낸 뒤 시장 상황에 맞춰 빠르게 변화시키는 전략을 뜻한다. 그는 "평가는 시장에서 나온다고 하지 않나. 시장 자체가 워낙 빠르게 변하고 변수가 많기 때문에 내부에서 무언가를 하느니 시장에 빨리 내놓은 뒤 평가를 가지고 기획 방법을 수정하는 것이 나의 전략이다"라고 했다.
김성용 대표가 앞으로 지향하는 사업 모델은 '남의 집으로 하는 여행 사업'이다. 그는 "일상에 지쳐서, 색다른 문화가 보고 싶어서, 친구랑 추억을 나누고 싶어서 등 여행의 목적은 다양하다. 하지만 그에 따른 지불 비용은 크다"며 "가성비와 가심비를 동시에 갖춘 일상에서의 탈출 여행을 남의 집 프로젝트가 제공하는 것이 사업의 비전"이라고 밝혔다.
취재를 앞두고 김 대표는 기자에게 직접 프로젝트에 참여해볼 것을 강권했다. 한국 1세대 코미디 작가인 김재화 호스트의 거실과 서재를 탐방하는 '남의 집 유머실록'이 프로젝트의 주제였는데, 경험해보니 그제야 그가 그토록 방문을 권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주소 하나만 가지고 문을 연 낯선 이의 집에는 처음 보는 사람들이 모여있었고, 이들과 대화를 나누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호스트의 서재에서 호스트의 고된 손때가 고스란히 녹아있는 코미디 대본을 읽는 생경한 경험에서 마치 역사 박물관에서 역사서를 접하는 경험을 떠올릴 수 있었다. 당신에게도 남들과 나누고 싶은 그런 지극히 소박한 취향이 있다면, 문지기의 문을 한 번 두드려보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