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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아빠가 본 '스마트폰 과의존 대책' 허점

  • 2019.01.25(금) 16:45

정부, 제4차 스마트폰 과의존 종합계획 발표
외과식 처방 일색…근본적 종합 대책 나와야

▲ [자료=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25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제4차 스마트폰·인터넷 과의존 예방 및 해소 종합계획'(2019~2021)을 수립·발표했다. 올해 6세가 된 아들이 있어 관심이 가는 발표였다. 아들도 스마트폰으로 유튜브를 즐겨보기 때문이다.


우선 스마트폰 과의존 문제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려는 의지 자체는 환영한다. 통계를 보면 작년 유·아동기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은 2015년 최초 조사때 보다 6.7%포인트 늘어난 19.1%라고 한다.

 

영유아 건강검진때 마다 의사가 "스마트폰을 많이 보면 영유아의 시력이 형성되는 시기에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수 있고, 정서적으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조언한 것이 늘 마음에 걸렸던 터라 더욱 그렇다. 혹시 우리 아이가 자극적인 것에만 뇌가 반응한다는 '팝콘 브레인' 문제를 겪진 않을까 걱정해왔다.

 

그런 점에서 정부계획을 꼼꼼하게 살펴보니 아쉬운 점이 보였다. 핵심은 과기정통부가 밝힌 '관계부처'에서 발견됐다.

 

이번 계획의 관계부처는 과기정통부 정보활용지원팀, 교육부 학교생활문화과, 법무부 범죄예방기획과, 국방부 병영문화혁신TF, 문체부 게임콘텐츠산업과, 보건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 보건복지부 보육기반과, 여성가족부 청소년보호환경과, 방통위 개인정보보호윤리과, 사행산업통합감독위 예방치유과, 경찰청 사이버안전과 등이다.

 

뭔가 빠진 느낌이다. 고용노동부, 국토교통부의 역할론이 없다. 

 

◇ '근로시간과 육아시간' 상관관계를 보자


먼저 개인적 고백을 해본다. 맞벌이 부부인 기자가 아이에게 스마트폰으로 유튜브를 보여주는 이유는 피곤해서다. 물론 아이에게 너무나 미안하다. 월화수목금 일하고 난 뒤 토요일. 오전 8시쯤 되면 아이는 엄마 아빠를 깨운다. 유치원 종일반에 다니는 아이는 평일 저녁 때만 잠깐 봤던 엄마 아빠가 그리웠을 것이다. 

 

그러나 맞벌이 부부에게 주말은 너무 피곤하다. 주 6일제 였던 시절에는 더했지만 스마트폰도 안 보여주고 잘 키웠다고 반박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당시 삶의 질은 어땠는지 궁금하다.

 

우리 부부는 주말 아침 일찍 일어난 아들에게 "유튜브 잠깐만 보고 있어"라고 말한 뒤 조금 더 자곤 한다. 이기적이란 지적도 가능하다.

 

반면 평일에도 저녁 짧은시간을 활용해 아이와 숨바꼭질 하다가 커튼 뒤에 숨어 잠시 졸면서, 꼼수로 죽은척도 하며 놀아줬다 합리화도 하고 싶다. 유일하게 유튜브를 보여주는 토요일 오전을 제외하면 주말에도 젖먹던 힘까지 써서 아이와 함께 논다.

 

감히 말하자면 '고단한' 맞벌이 부부의 사례를 비춰볼 때 스마트폰 과의존 대책에는 고용노동부도 함께 해야 한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8 한국의 사회동향'을 보면, 어린 아이가 있는 부부는 시간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피로감도 많이 느낀다. 6세 미만의 자녀가 있는 부부의 경우 '항상 시간부족'을 느끼는 비율이 49.2%로 매우 높다고 통계청은 설명했다. 또 시간부족을 항상 또는 가끔 느끼는 사람들은 일과가 끝난 후에 피곤하다고 느끼는 경향이 각각 98.7%, 96.4%에 달했다. 

 

평소에 시간부족을 항상 느낀다고 응답한 사람들은 일주일에 평균 52시간 초과로 일한다고 답한 비율이 높았다.

 

◇ 수도권 신혼부부…집값 안정시 출퇴근 시간 짧아져

 

이유는 또 있다. 하루 출퇴근 시간이 2시간 이상인 직장인들은 시간부족을 항상 느끼는 비율이 42.1%로 큰 반면 30분 미만인 경우 32.6%로 상대적으로 작았다.

 

참고로 경기도에 거주하는 신혼부부가 37만3000쌍(27.0%)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다. 모든 경기도 신혼부부가 서울 직장에 다니는 것은 아니겠지만, 아이가 있는 부부에게 시간 부족의 원인일 수 있다는 얘기다.

 

영유아 스마트폰 과의존 문제는 가족에게 부족한 시간과 체력의 문제라는 지적이다. 


그런데 정부 대책에는 일과 육아시간에 대한 접근은 보이지 않는다. 정부 대책은 ▲배움 ▲상담·치유 ▲사회기반 ▲소통·참여 등 4대 정책영역으로만 구성됐다. 교육하겠다는 것이 대부분이라고 보면 맞다.

 

혹시 '사회기반'이라는 정책에 다른 게 있을까 봤더니 학부모와 교원의 지도 능력을 향상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역시 교육이다. 하지만 어린아이들이 스마트폰을 보는 것이 눈에 안 좋고 정신건강에 안 좋다는 것 정도는 부모라면 딱히 배우지 않아도 본능적으로도 안다.


문제 해결 방법 중 하나로 교육도 물론 의미가 있으나, 핵심적인 해결 방법은 노동자 중심의 가족 정책이다. 앞서 나열한 통계와 설문결과에서 파악되듯 일하며 아이 키우기 힘든 환경이 원인이기도 하다.

 

맞벌이 안 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묻는다면… 2017년 기준 30대 맞벌이 가구는 47.3%나 된다. 혼자서는 기대하는 삶을 살기 힘들다고 판단한 가구가 이 만큼이나 된다.

 

스마트폰의 경쟁자는 누구일까. 다양한 것이 있겠지만 맞벌이 부부 입장에서 보면 놀이터다. 스마트폰의 경쟁자는 아이들이 뛰어놀 때 신는 신발 브랜드 나이키나 여행을 떠날 수 있는 하나투어 같은 곳이 아닐까. 즉 스마트폰의 힘을 빌려 아이를 키우는 부부에게 정작 필요한 것은 아이들과 밖에 나가서 놀 시간과 체력이다.

 

추가로 살필 점도 있다. 1990년대 인터넷이 현재의 네이버와 엔씨소프트를 만들었듯, 2010년대 본격 등장한 스마트폰은 카카오와 토스 같은 스타트업을 키웠다. 오는 3월은 완전히 새로운 네트워크 5G가 상용화된다. 스마트폰 사용을 무조건 막을 수도 없다는 얘기다.

 

기왕 교육을 할 것이라면, 이런 시점에 스마트폰 과의존이 문제라며 치유해야 할 병 또는 법무부 범죄예방기획과가 나설 분야로 취급할 게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생산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지 널리 알리는 교육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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