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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변혁 가상화폐]④'탈블'이 유행?…"질적 향상 단계"

  • 2020.03.27(금) 15:02

토큰이코노미 위해 가상화폐·블록체인 모두 환영받아야
블록체인 프로젝트 중단 선언한 곳도 등장
"거품 꺼지고 내실있는 기업은 살아남아"

가상화폐(암호화폐) 생태계는 올해 대변혁을 예고하고 있다.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이 국무회의를 통과하면서 제도권 편입 발판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관심이 가상화폐 가치의 등락에 집중됐다면 앞으로는 가상화폐·블록체인 업계 스스로 화폐 기능을 넘어설 '본질'에 천착해야 한다.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서 주요한 기술 축이 될 수 있음도 증명해야 한다. 비즈니스워치는 이같은 과제들이 가상화폐 생태계에 미칠 영향과 함께 기술 입증에 나설 국내외 주요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살펴봤다. [편집자]

가상화폐(가상자산·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은 유기적 관계다. 가상화폐는 블록체인 위에서 돌아가고 블록체인 참여자들에게 주는 보상으로 가상화폐가 활용된다. 가상화폐를 활용하지 않는 블록체인 프로젝트는 가능하지만, 블록체인이 없는 가상화폐는 없다.

블록체인은 차세대 기술로 환영을 받지만 가상화폐는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 투기와 '검은 돈' 이미지로 인해 부정적인 인식이 여전히 높으며 정부 규제도 사업의 불확실성을 높인다. 가상화폐와 함께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기업들은 슬그머니 메인 사업을 블록체인이 아닌 다른 사업으로 돌리거나 가상화폐는 제쳐두고 서비스를 먼저 시작하는 경우도 있다.

이게 블록이야? 응, 토큰 이코노미야

블록체인의 주요 컨셉은 '탈중앙화'다. 블록체인은 데이터를 분산저장하기 때문에 위변조의 가능성이 줄어들고 신뢰가 높아져 중앙 관리자의 역할이 줄어들 수 있다. 비트코인을 창시한 것으로 알려진 나카모토 사토시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중앙은행을 비롯한 기존 금융시스템을 비판하면서 비트코인을 만들었다.

이러한 탈중앙화는 다수의 사람이 블록체인 시스템에 많이 참여할수록 강해지며 여러 사람의 참여를 이끌기 위해 보상인 '가상화폐'가 필요하다. 블록체인 서비스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가상화폐를 보상으로 주고 이 가상화폐는 '재화'처럼 해당 서비스나 다른 곳에서도 사용하면서 가치가 높아질 수 있다. 이 순환적 생태계를 '토큰이코노미'라고 한다.

때문에 블록체인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기 위해서는 가상화폐과 블록체인 모두 환영받아야 한다고 업계에서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가상화폐가 부상했을 때 여러 기업들과 프로젝트들이 블록체인과 함께 토큰이코노미 개념을 들고 나오기도 했다.

'탈블'이 유행된 업계

한때 많은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이 유행처럼 '토큰이코노미'를 도입했다. 이들은 가상화폐공개(ICO)를 진행해 투자자금을 모으고 서비스 개발에 활용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탈블(탈블록체인)'이라는 유행어가 나올 정도로 블록체인 프로젝트가 중단되는 경우도 나오고 있다.

왓챠가 주도하던 콘텐츠프로토콜은 2018년 말 ICO와 프라이빗 세일을 통해 2만9334개의 이더리움을 확보했지만 암호화폐 규제에 대한 불확실성과 사업적 전망 부족 등으로 인해 프로젝트를 중단하고 투자금을 ICO 참여자들에게 돌려줬다.

콘텐츠 프로토콜은 "지속되는 암호화폐 규제에 대한 불확실성과 사업적 전망 부족으로 본 프로젝트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지했다.

국내 대표 암호화폐 거래소인 빗썸과 업비트 등도 상장된 가상화폐에 대해 상장적격성 유지를 심사하고 거래량이 적거나 부실한 암호화폐에 대해 거래지원을 중단하고 있다.

암호화폐 지갑서비스인 '비트베리'는 블록체인 시장 악화와 규제 불확실성으로 지난 1월 서비스 중단을 발표했다. 하지만 암호화폐 결제시스템 개발사인 몬스터큐브가 인수하면서 서비스는 지속하고 있다.

일부 프로젝트들은 서비스 중단 선언은 하지 않았지만 기업 내에서 다른 사업에 후순위로 밀리기도 했다.

블록체인 서비스, 사용자에겐 여전히 높은 진입장벽

블록체인 '킬러앱'의 부재, 가상화폐 시장 침체, 정부의 가상화폐 규제 등이 겹치면서 블록체인 업계도 거품이 빠지기 시작한 것이다.

블록체인 기술은 여전히 발전하고 있는 단계로 일반 사용자가 블록체인 앱을 쓰기에 진입장벽이 높은 건 사실이다. 서비스를 사용하면서 보상으로 가상화폐나 포인트를 받기 위해서는 가상화폐 지갑을 만들어야 하고 많은 수의 블록체인 서비스들이 가상화폐 가격 안정화를 위해 '가상화폐'와 그와 연계된 '포인트' 등을 활용하면서 사용자들을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기도 했다.

또 가상화폐의 가치나 가격이 높아져야 보상에 대한 매력도 높아져 사용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가상화폐 가격이 하락하고 예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면서 사용자들인 굳이 어려운 블록체인 서비스를 보상받기 위해 사용할 이유를 찾지 못하게 됐다.

가상화폐를 발행한 한 블록체인 프로젝트 담당자는 "시장 조사를 위해 여러가지 블록체인 서비스를 사용해봤지만 사용도 복잡하고 굳이 써야 할 이유를 못 느끼는 서비스들도 있었다"면서 "블록체인 서비스는 바로 사용 가능한 '포인트'나 '현금'이 아닌 '가상화폐'로 보상하다보니 아직은 사용처가 불분명하고 사용자에게 설명하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현재 열기가 식은 블록체인 시장 현황이 새로운 산업이 등장할 때 나타나는 당연한 과정이라는 의견도 많다. 보통 새로운 산업이 나타날 때 거품이 끼었다가 사라지면서 부실한 프로젝트나 기업은 무너지고 진정성을 가진 기업만 살아남는다.  

블록체인 업계 관계자는 "과거보다는 토큰이코노미나 ICO를 하는 기업들은 많이 줄었지만 질적으로는 높아지고 있다"면서 "가상화폐 및 블록체인 업계 거품이 빠지면서 현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곳들은 내실이 있거나 고객을 보유하고 있는 곳들이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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