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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 첫 온라인 개학 바라보는 두가지 시선

  • 2020.04.17(금) 17:17

학생도 교사도 처음…응원 요구되는 시점
저소득층·저학년·맞벌이가정 세심한 배려 필요
韓 ICT 인프라·기술력 확인할 기회이기도

한 교사가 텅빈 교실에서 온라인 수업을 준비하고있다. [사진=교육부]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우리는 역사상 처음으로 '온라인 개학'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온라인 개학은 학습 공백을 막기 위해 원격으로 수업을 진행하는 것인데요.

지난 9일 중3과 고3을 대상으로 1단계 온라인 개학이 시작됐고, 지난 16일 고1·2학년과 중 1·2학년, 초 4·5·6학년 대상의 2단계 온라인 개학이 이뤄졌습니다. 오는 20일에는 초 1·2학년 대상으로도 온라인 개학이 진행될 계획입니다.

현장은 심하게 말해 아수라장이라고 합니다. 대표적인 사례는 EBS와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의 학습관리시스템 '온라인 클래스', 'e학습터', '위두랑' 등에 사용자가 쏠리면서 접속조차 어려워진 것인데요.

업계에 따르면 지난 16일 약 400만명에 달하는 학생과 교사가 동시 접속에 나서면서 지연 및 끊김 현상이 속출했습니다. 종일 이런 현상이 벌어져 교사와 학생은 물론 학부모도 '멘붕'이었죠. 한 중학교 교사는 "16일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까지 온라인 시스템이 먹통이었던 탓에 새벽까지도 접속과 관련한 학생들의 문의가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그야말로 꽉 막힌 하루가 지나면서 17일부터는 접속이 원활해졌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그러나 지연 현상을 피하기 위해 카카오톡이나 네이버 밴드와 같은 민간 플랫폼을 이용해 출석 체크 등을 하는 영향도 있으니 좀 더 지켜봐야겠습니다.

사정이 참 딱하지만 우리는 이번 경험에서 교훈을 얻어 한발 나아가야 할 것입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가 언제 끝날지, 제2의 코로나 사태가 언제 또 나타날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교육 환경을 지속적으로 개선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교사들의 온라인 개학 관련 응원 영상 갈무리. [자료=교육부 페이스북]

◇ 학생도 교사도 처음하는 온라인 수업…"응원이 필요해"

교육부가 온라인 개학에 앞서 선보였던 온라인 개학 관련 예시 동영상을 보면, 훌륭한 장면들이 있습니다. 학생들이 한명도 없는 텅빈 교실에 앉은 한 교사가 웹캠을 켜고 열정적으로 수업을 진행하는 장면이었습니다. 이른바 교사와 학생이 영상으로 얼굴을 보며 진행되는 '실시간 쌍방향형'입니다.

그러나 현실은 어떨까요. 교사가 웹캠을 켜면, 동시 접속한 학생들이 "선생님 예뻐요. 잘생겼어요."라는 말을 던지는 통에 출석 부르다가 수업시간의 상당부분을 보낸다는 하소연이 나옵니다. 중학생 정도면 그나마 다행입니다.

초등학교 3학년 수준에선 자리에 앉아있는 것부터 태블릿PC와 같은 첨단 기기를 사용하는 것까지 어린 학생 혼자 해내는 게 버겁습니다. 전방에서 수업을 준비하고 진행하는 교사도 힘들겠지만, 후방에서 자녀를 지원하는 학부모들은 "어떻게 접속하는지, 어떻게 과제를 올리는지 모르겠다"는 아이들의 문의와 전화를 온종일 받는다고 합니다.

맞벌이하는 학부모나 할아버지·할머니가 아이를 돌보는 조손가정, 다문화 가구 등의 경우 사정이 더욱 어렵겠죠. 학교는 저소득층 가정에 태블릿PC를 대여하는 등 1차적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실제 활용과 관련한 문제가 있다는 것입니다.

거의 어른에 근접한 고3이라고 해서 사정이 좋지는 않습니다. 하루 더 살았다고 완전한 어른은 아니죠. 고3 학생을 둔 한 어머니는 "아이가 출석체크만 하고 하루종일 논다"며 걱정했습니다. 기본적으로 시스템이 불안정하고 인터넷이나 IT 기기 환경 때문에 출결 확인에 불리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출석 체크도 느슨한 탓입니다.

실시간 쌍방향형 온라인 교육 방식. [자료=교육부]

출석과 관련한 교육부 방침을 한번 볼까요.

"당일 교과별 차시 단위로 출결 처리하는 것이 원칙"이라면서도 "다만, 등교 수업과는 달리 교과 교사는 실시간 또는 사후 출석 증빙자료를 확인해 차시별 출석 또는 결석(결과)으로만 기록하고, 담임교사는 출석부 등 보조장부를 활용해 수업일로부터 1주일(7일) 단위로 종합해 월 단위 또는 등교개학 후 출결 처리한다"고 설명합니다.

이렇게 복잡한 설명 탓에 현장에선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남겨 혼란스럽다"는 반응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과제 제출만으로 출석을 인정할 수 있다면 방학 숙제하듯 출석을 하는 '꼼수'도 발생할 수 있다는 겁니다.

출석뿐만 아니라 평가에 대한 문제도 있습니다. 출석과 마찬가지로 과제 등에 대한 평가도 하기 어려운 상황이므로 학생들의 수업 집중도가 현저히 떨어진다는 지적입니다. 일선은 물론 교육당국도 정식 시험 일정에 대해 이렇다 할 방향이 없습니다.

한 교사는 "학생들에게 시험에 나오는 것, 다시 말해 현재 수업하는 내용의 평가 대상 여부는 몰입도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게 현실인데, 지금처럼 출석체크도, 집중도 안 되는 상황에선 온라인으로 수업하는 내용이 나중에 평가된다거나 시험에 나온다는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습니다.

실제로 교육부도 "학생이 과제물을 직접 수행했는지 확인이 어려울 경우, 이를 직접 평가하거나 학생부에 기재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현장에 전달했습니다.

콘텐츠 활용형 온라인 교육 방식. [자료=교육부]

EBS 교육 영상 혹은 교사가 직접 녹화한 강의나 직접 만든 학습 콘텐츠를 보여주는 '콘텐츠 활용형'·'과제 수행형' 방식의 수업도 문제가 있습니다. 직접 카메라 앞에서 수업 내용을 녹화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지만, 이런 심리적 장벽을 극복하더라도 시스템 문제로 업로드나 재생이 원활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지역별로, 학교별로 특정한 시스템을 정한 뒤 쓰고 있기 때문에 혼자 다른 시스템을 쓰는 등 튀는 행동을 하는 것도 교사 사회에선 부담스러운 일입니다. 동영상 강의를 선택한 교사가 학교에서 지정한 시스템만 쓰면 동영상 용량 문제로 지속적인 활동이 어려운데요. 이런 이유로 혼자 다른 시스템도 이용하게 되면 이를 모두 보고하고 설명하고, 일이 복잡해집니다.

체육이나 음악과 같은 실기 과목은 더욱 난감한 일이 벌어집니다. 한 중학교 체육교사는 학생들의 과제를 확인하기 위해 400명에 달하는 학생들의 3~5분짜리 팔굽혀펴기 동영상을 3일 동안 봐야 했습니다. 열정이 부른 참사입니다.

그렇다면 PPT(파워포인트)와 같은 디지털 문서로 온라인 교육 자료를 만들어 업로드하고 관리하는 방식이 그나마 나을까요.

학창 시절부터 PPT를 경험한 젊은 교사들은 이런 것이 어렵지 않은 경우도 있다지만, 고령의 교사들은 뒤늦게 컴퓨터 활용 능력을 키우기 위해 분주하다는 분위기입니다. 한 교사는 "오프라인 수업을 잘하는 분들도 기계를 못 다루면 꽝이 된다"며 "잘해보려고 마음 먹은 교사들도 실제 수업보다 자료를 만들고 온라인에 올리고 내려받는데 너무 많은 시간을 쓰게된다"고 지적했습니다.

교사들 수준이 천차만별인 것은 일반 직장에서도 발생되는 일인 바 어쩔 수 없다지만, 학교마다 방침과 분위기도 다르니 '도대체 뭘 어떻게 해야하는지 모르겠고 그냥 뭐라도 한다'는 반응이 나옵니다. 교사들 사이에선 오래 전부터 '학바(by)학'(학교마다 다르다)이란 말이 있을 정도였고, 학생들의 면학 분위기도 학교마다 다르죠. 이와 관련 다른 교사의 수업 방식에 조언하는 등 참견이 쉽지 않은 분위기도 개선의 여지를 없애는 요인입니다.

수업 자료에 쓰는 콘텐츠의 저작권 문제에서 어려움을 겪는다고 합니다. 교사가 무심코 활용한 사진이나 그림, 표 같은 것이 저작권을 침해할 경우 파장이 크기 때문이죠.

사정이 이렇다보니 창의력을 키우는 교육은 물론이거니와 질적 수준의 제고는 언감생심입니다.  한 교사는 "공교육은 온라인으로 진행하면서 질적 수준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데, 애들이 학원에는 가고 소수로 진행되는 과외는 받고 있더라"며 한숨을 내쉽니다.

하지만 모두가 처음 겪는 일입니다. 온라인 개학과 비대면 원격 수업은 장기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기에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학생들과 교사, 학부모 모두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서로 용기를 주고 애를 써야 할 것입니다. 이런저런 문제가 있다고 해서 하지 않을 방법도 없는 상황이니까요.

1학기를 전면적으로 쉬고 2학기부터 개학한다고 이 문제가 해결되진 않습니다. 학교에 나오지 못하는 기간이 길어지면 가정에도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어서죠. 어쩌면 온라인 개학이 만든 다양한 문제들은 따지고 보면 기술보단 문화의 문제도 꽤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기술의 개선 속도보다 문화의 변화가 느리지 않을까요. 코로나가 확 바꾼 환경에 모두가 적응해야겠지요.

◇ '전세계가 겪는일'…온라인 교육 관련 기회의 영역도

코로나19로 인한 온라인 교육 관련 문제는 우리나라만 겪고 있는 게 아닙니다. 유네스코에 따르면 전세계 188개국 15억명 이상의 학생이 학교 폐쇄 영향을 받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이에 따라 유네스코는 원격교육과 재택교육 시스템 구축을 지원하는 '세계교육연합'(Global Education Coalition)을 지난 26일 발족했습니다.

전세계 이동통신사업자들의 모임인 'GSMA'를 비롯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페이스북 등 글로벌 정보통신(IT) 기업도 원격 교육 서비스 지원에 나섰습니다.

국가별로 중국은 코로나19로 인한 개학 연기 기간에 초·중·고 클라우드 네트워크 플랫폼과 교육 방송 온라인 교실을 개통해 '온라인 재택수업'을 했다고 하죠.

일본 역시 원격으로 건강을 관찰하고 학습 성과도 확인하고 있다고 합니다. 미국 뉴욕주는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면서 교장과 교사 등을 대상으로 원격 강의에 대한 교육을 진행했다고 합니다. 이탈리아의 경우 원격 학습과 관련한 도구와 방법을 활성화하도록 하고 소외 계층의 요구를 반영키로 했습니다.

이런 상황을 보면 교육 현장은 물론이고 국내 기업들도 온라인 개학과 함께 원격 교육 서비스 시대의 시험 무대에 섰다고 볼 수 있습니다.

대규모 온라인 개학이 진행되며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드러내긴 했으나, 차츰 안정화 과정을 찾으면서 통신 인프라의 촘촘함과 관련 기술력을 증명하면 일종의 '미래형 교육 서비스 시장'이란 기회도 만들 수 있을 것이란 얘기입니다

SK텔레콤(SK브로드밴드), KT, LG유플러스 등 통신망 사업자들은 이번 기회에 그렇지 않아도 세계적으로 우수한 통신 인프라를 과시할 수 있습니다. 앞서 이들은 인터넷 트래픽 급증에 대비하는 한편 통신비 부담 등에 지원책도 마련했는데요. IPTV 사업도 하는 이들 사업자는 EBS와 같은 교육 콘텐츠의 무료 지원에도 나서고 있습니다. 기술력 증명과 브랜드 이미지 개선을 통한 장기적 수익성 제고를 노릴 수 있죠.

스마트폰, PC 제조사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온라인 수업에 요구되는 스마트 기기에 대한 활용 경험이 쌓이면 장기적으로 관련 기업에 이득이 될 수 밖에요.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저소득·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태블릿PC 등 교육 장비 지원에 나섰죠. 삼성은 '갤럭시탭A 8.0' 모델 3만대, LG는 'G패드 8.0' 6000대를 기증했다고 합니다. 교육청과 각 학교들이 보유한 스마트기기와 합하면 지원 가능한 규모가 약 32만대에 달한다고 하나, 넉넉한 수준은 아니라고 합니다.

소프트웨어, 교육 콘텐츠 제공 기업에게도 신사업 기회로 작용할 전망입니다.

LG유플러스는 초·중·고를 대상으로 'U+원격수업' 솔루션을 3개월간 무상 제공할 예정입니다. 이 서비스는 쌍방향 화상 수업 기능은 물론 교사와 학생 간 실시간 문서 화면 공유가 가능하다고 합니다.

SK텔레콤도 당초 일반 사용자용으로 출시하려던 가상 교실 서비스 '서로'를 선보였습니다. 시범 서비스는 경기도 김포시 소재 신풍초등학교에서 진행되는데, 그룹 영상통화와 원격 수업용 단말기 등이 지원됩니다.

네이버의 폐쇄형 SNS '밴드'는 이미 널리 활용되고 있습니다. 네이버가 최근 진행한 신학기 캠페인을 통해 개설된 밴드만 4만개를 넘었고 이용자 수는 33만명에 달합니다. 밴드는 출석체크와 라이브 방송 등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NHN에듀의 학교 알림장 앱 '아이엠스쿨'은 무료 온라인 일일 학습 영상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온라인 개학을 집중 관리하는 정부부처가 교육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인 점도 이번 상황에 교육과 첨단 기술 모두가 중요하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이와 관련 유은혜 교육부장관은 "이번 온라인 개학을 계기로 한국의 학교수업은 온오프 미래형 수업을 구현하는 미래교육으로 전환이 시작될 수 있다"고 말했고,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역시 "원격교육이 모든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는 교육모델로 발전하고 국내외 원격교육 솔루션도 더욱 성장하는 계기가 되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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