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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터닝포인트]②온라인·디지털 전환 급가속

  • 2020.04.02(목) 09:30

오프라인 유통 공룡 '온라인 전환' 속도
재택근무 실험으로 업무 '디지털화' 계기 
사업 구조조정·신사업 발굴에도 힘 실려

한국 경제가 코로나19 확산과 함께 기로에 놓였다. 외환위기를 겪은 1998년 이후 22년 만에 역성장까지 거론된다. 생산부터 판매까지 기업활동의 전과정이 예측 불허다. 기업들은 현재의 위기를 벗어나는 것은 물론 그 이후 맞을 경제 생태계 변화 대응책 모색에 더 여념이 없다. 각계의 코로나 대응 현황을 짚어보고 팬데믹 해소 이후 각 기업과 산업의 진화방향을 다각도로 점검한다.[편집자]

"비효율 점포와 부진 사업을 정리하는 과감한 구조조정을 조속하게 마치겠다. 통합 온라인 쇼핑몰 '롯데ON'에 모든 역량을 쏟아붓겠다."
- 3월27일, 강희태 롯데쇼핑 대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으로 업무시스템을 혁신해 '스마트 워크' 문화를 구축해 나가겠다." 
- 4월1일,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오프라인 매장을 기반으로 사업해 왔던 기업들은 물밑에서 추진해왔던 온라인 사업 확대 전략을 이참에 더욱 급히 추진하고 있다. 디지털 중심의 업무 환경을 구축하려 했던 기업들도 이번 사태를 계기로 직원들을 답답한 사무실 속 오랜 구태에서 벗어나게 하는 새 시스템을 속속 도입하고 있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가 '트리거(방아쇠)'가 됐다. 기업들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사업 전략과 일하는 방식을 빠르게 바꿔내고 있다. 사업의 온라인화나 업무의 디지털 전환 등은 이미 대부분 기업들이 추진해오던 것들이다. 하지만 코로나19라는 위기가 기업가들에게 한발 더 빠른 변화를 요구했다.

◇ 오프라인 유통 3사 "온라인으로"

롯데쇼핑은 지난달 27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구조조정 작업을 조속하게 완료하겠다고 다시 한번 공언했다. 그러면서 4월에 오픈할 예정인 통합 온라인 쇼핑몰인 '롯데ON'에 롯데쇼핑의 모든 역량을 쏟아붓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롯데쇼핑은 앞서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슈퍼 등 오프라인 점포의 30%가량을 정리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지난 몇 년 간 유통업계의 무게 중심이 온라인으로 빠르게 이동하면서 롯데그룹 역시 사업 구조를 바꾸려는 움직임이었다.

특히 이런 변화는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더욱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소비자들이 외출을 꺼리면서 이른바 '언택트(untact) 소비'가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어서다. 온라인 쇼핑의 존재감은 더욱 커지는 분위기다.

박은경 삼성증권 연구원은 "롯데쇼핑은 2022년까지 대형마트와 슈퍼마켓 부문을 강도 높게 구조조정할 계획을 밝힌 바 있다"면서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구조조정에 더욱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분석했다.

실제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오프라인 유통업체 매출은 7.5% 감소했다. 반면 온라인의 경우 43.3% 늘면서 상반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따라 롯데뿐만 아니라 신세계나 현대백화점 등 '유통 공룡'들의 움직임도 분주해지는 모습이다. 신세계 그룹의 이마트도 지난 25일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전사적 구조 개선을 추진하겠다"라고 다시 한번 밝혔고, 현대백화점 역시 온라인몰 통합 등을 통해 온라인 사업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신세계 이마트의 온라인 쇼핑몰 SSG닷컴 배송 차량. (사진=SSG닷컴 제공)

◇ 비대면의 일상..업무환경 '디지털화'  

코로나19 사태로 대규모 '재택근무' 실험이 이뤄지면서 일하는 방식을 디지털화하려는 움직임도 빨라지는 분위기다.

LG화학은 1일 업무 시스템의 디지털 전환 등을 통해 일하는 방식을 대대적으로 혁신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메신저 기반 협업 솔루션인 '팀즈'를 전 세계 사업장에 도입해 비대면(Untact), 무중단(Unstoppable), 무제한(Unlimited)의 3U 업무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게 LG화학 측의 구상이다.

GS그룹 역시 그간 강조해왔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더욱 힘을 쏟을 전망이다. 지난해 말 허태수 회장의 취임 이후 사업 구조와 업무 방식의 '디지털화'를 꾸준히 강조해왔던 만큼 이번 사태를 계기로 변화에 속도를 붙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GS칼텍스는 지난 2월 네이버와 손잡고 디지털 전환 협업과 신사업 기회 발굴을 공언하기도 했다.

재계 총수들도 위기를 반전의 계기로 삼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재택근무 경험을 일하는 방식의 혁신을 위한 계기로 삼아달라"라고 직원들에게 당부했다. 구자열 LS그룹 회장은 "이번 사태 장기화에 대비해 클라우드 등 업무 환경에 대한 투자를 늘리겠다"라며 업무 시스템 개선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 구조조정·신사업 추진도 속도 

일부 기업들은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그간 진행해왔던 기업 체질 개선 작업에도 더욱 속도를 붙이고 있다. 실제 상당수 기업들이 이번 사태를 맞아 '희망퇴직' 카드를 꺼내드는 등 인력을 줄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당장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실적 악화에 대응하려는 면도 있지만 장기적인 체질 개선 작업의 일환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지난달 27일 정기주주총회에서 "비핵심, 저수익 사업을 구조조정하겠다"라고 강조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 포스코는 꾸준히 부실 사업 구조조정 등 체질 개선 작업을 공언해왔지만 시행 속도는 더딘 편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실적 악화가 구조조정 수위를 높이는 명분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코로나 사태를 미래 신사업 발굴의 계기로 삼겠다는 움직임도 적지 않다. 눈앞의 위기에 대처하면서도 미래의 기회를 찾겠다는 발상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달 25일 경기 수원 삼성종합기술원을 찾아 "어렵고 힘든 때일수록 미래를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라고 강조한 바 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 역시 주주총회 서면 인사말을 통해 "성장 동력 발굴과 육성을 통해 미래를 준비하며 기업 가치를 높이겠다"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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