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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터닝포인트]④기업 규제를 어찌할꼬

  • 2020.04.06(월) 14:37

전경련과 경총 "풀어달라" 한 목소리
노동·시민단체 "재벌, 혼란 틈타 꼼수"
총선 앞둔 정치권, 관련 공약 쏟아내

한국 경제가 코로나19 확산과 함께 기로에 놓였다. 외환위기를 겪은 1998년 이후 22년 만에 역성장까지 거론된다. 생산부터 판매까지 기업활동의 전과정이 예측 불허다. 기업들은 현재의 위기를 벗어나는 것은 물론 그 이후 맞을 경제 생태계 변화 대응책 모색에 더 여념이 없다. 각계의 코로나 대응 현황을 짚어보고 팬데믹 해소 이후 각 기업과 산업의 진화방향을 다각도로 점검한다.[편집자]

기업활력법(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의 적용 대상을 모든 업종과 기업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 3월25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위기를 맞닥뜨린 기업들이 규제 완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더 큰 곤경에 빠지기 전에 숨통을 틔워달라는 하소연이다. 그만큼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는 수출과 내수 기업 모두에 실질적으로 큰 타격을 주고 있다. 전경련이 '원샷법'이라 불리는 기업활력법 확대를 요구하는 게 대표적이다. 이 법은 기업 구조조정에 절차 간소화·규제 유예 등 특례를 부여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노동계와 시민단체들은 기업들에게 "코로나19 사태를 이용하지 말라"라며 반발하고 있다. 기업들이 혼란을 틈타 한 쪽에만 유리한 경제 환경을 만들려한다는 지적이다. 사실 피고용 노동자 입장에서는 생존이 걸린 어려운 문제이기도 하다. 회사가 문을 닫으면 일터가 날아갈 수도 있지만, 구조조정이 쉬워지면 회사는 살더라도 일자리는 불안해질 수 있다.

◇ "2009년 이후 가장 춥다"..기업 체감온도

전경련은 지난달 31일 '코로나19 유행 장기화에 따른 산업별 영향'이라는 조사자료를 내놨다. 건설·기계·디스플레이·반도체·석유화학·자동차·전자정보통신·조선해양플랜트·유통·항공 등 10개 업종 주요 산업단체의 조사를 취합한 결과물이다.

이를 보면 우리 경제는 그야말로 암울한 상황이다. 주요 업종 10개 중 9개가 이미 실적 악화를 체감하고 있다고 답했다. 실제 코로나19가 유행한 1월 말 이후 매출과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17.5%, 1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은 이번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고용 규모를 줄일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까지 고용 규모는 지난해보다 평균 4.4%가량 줄었다. 기업들은 코로나 사태가 지속할 경우 10.5%까지 축소할 것이라고 답했다.

경기침체의 흐름은 공식 경기 지표에서도 읽을 수 있다. 한국은행이 같은 날 발표한 3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에 따르면 제조업 업황BSI는 56으로 전월보다 9포인트나 급락했다. 금융위기 때인 2009년 3월 59 이후 최저치다. BSI는 기업들의 체감경기를 보여주는 지표로 100 미만이면 경기를 나쁘게 보는 기업이 많다는 의미다.

이날 통계청이 발표한 2월 산업활동동향 역시 암울했다. 농림어업을 제외한 전산업생산은 전월보다 3.5% 감소하면서 2011년 2월 -3.7% 이후 최대 감소 폭을 기록했다. 단순히 기업들의 '체감경기'만 좋지 않은 게 아니라 실제 생산과 소비, 투자 모두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는 얘기다.

항공업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팬데믹·pandemic)으로 직격탄을 맞은 가운데 2일 인천 대한항공 기내식 센터의 밀카트가 텅빈 모습을 보이고 있다./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 전경련·경총, 전방위 규제완화 건의

분위기가 이렇게 흐르자 기업들은 일제히 규제 완화 카드를 꺼내들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제위기가 지난 금융위기 때보다 심각할 수 있다며 경제분야에도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전경련은 우선 지난달 15일 "위기 산업부터 살리자"라며 유통과 항공, 관광, 의료·바이오 업계에 대한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유통업종은 대형마트에 적용되는 의무휴업 규제를 한시적으로 완화해달라고 요구했다. 항공업계는 재산세 등 지방세를 면제해 주고 관광업계의 경우 여행 취소수수료 등을 지원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전경련은 이후 상황이 더욱 심각해지자 25일에는 산업계 전반으로 확대한 요구 방안을 내놨다. 전경련은 기존 방안을 포함해 총 15대 분야, 54개 과제를 꼽았다. 주 52시간 근로제 등 기업들의 발목을 잡고 있는 규제는 최소 2~3년간 유예해 주고, 기업의 자발적 사업 재편을 촉진하는 기업활력법의 적용 대상을 모든 업종으로 확대하는 방안 등이 담겼다.

이에 앞서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같은 달 23일 8대 분야, 40개 입법 개선 과제를 담은 '경제활경 제고와 고용·노동시장 선진화'를 위한 건의를 국회에 제출했다. 경총은 법인세 최고세율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 수준인 최고 22%로 인하해야 한다는 의견과 함께 감사 선임 '3% 룰' 폐지, 경영상 해고 요건 완화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

지난 3월9일 열린 대통령직속 일자리위원회가 가진 '함께하는 일자리! 반등을 넘어 체감으로!’라는 주제의 제14차 회의에서 (왼쪽부터)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 손경식 경영자총협회 회장/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 노동계 반발…정치권은 공약 발표

노동계와 시민사회단체는 기업들의 움직임에 큰 경계감을 드러내고 있다. 민주노총과 참여연대 등은 지난달 30일 경총 건물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업들의 요구에 대한 반대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경총이 내놓은 방안은 재벌체제 강화를 위한 모든 요구를 망라한다"면서 "지금이 저임금·장시간·비정규·무노조 노동체제를 강화할 때라는 듯 정부에 끝도 없는 노동 개악을 주문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때마침 4·15 총선으로 선거철을 맞은 정치권에서도 제각각 관련 공약을 내놓고 있다. 기업들이 실질적인 어려움에 처했으니 일부 규제 완화는 필요하다는 입장이 있는 반면 재벌들이 또 한몫 챙기려 하려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코로나19가 그간 쟁점이 됐던 기업 규제에 찬반 논의에 다시 불을 댕긴 형국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기업들의 요구와는 반대로 정리해고나 희망퇴직 요건을 더욱 강화한 내용을 공약에 담아 눈길을 끈다.  다만 민주당 내에서도 때가 때인 만큼 기업들의 제안을 일부 수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낙연 민주당 코로나19 국난극복위원장은 "전경련이 한시적 규제 유예를 제안했다"면서 "정부와 민주당이 검토해 합리적인 제안을 수용해야 한다"라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미래통합당의 경우 기업 중심의 의견을 주로 반영해 법인세 인하 방안을 총선 공약에 담았다. 아울러 최저임금 재조정이나 주 52시간 근로시간 탄력 운용 등을 공약으로 내놔 기업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쪽에 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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