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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터닝포인트]⑥'유가·미중' 더 커진 불확실성

  • 2020.04.10(금) 14:01

실물경기 불황 예측이 유가 폭락 부추겨
성격 달라졌지만 더 격해진 美中 갈등
'코로나 원흉, 올림픽 연기' 동북아도 격동

한국 경제가 코로나19 확산과 함께 기로에 놓였다. 외환위기를 겪은 1998년 이후 22년 만에 역성장까지 거론된다. 생산부터 판매까지 기업활동의 전과정이 예측 불허다. 기업들은 현재의 위기를 벗어나는 것은 물론 그 이후 맞을 경제 생태계 변화 대응책 모색에 더 여념이 없다. 각계의 코로나 대응 현황을 짚어보고 팬데믹 해소 이후 각 기업과 산업의 진화방향을 다각도로 점검한다.[편집자]

코로나19 사태의 혼란 속에 더욱 불확실성이 커진 변수들이 있다. 석유가 대표적이다. 석유파동의 역사에서 보듯 유가(油價)는 그 등락만으로 경기를 뒤흔들 만큼 영향력이 크다.

그런데 최근 유가는 코로나까지 맞물려 더 큰 진폭을 그리고 있다. 코로나 사태 직전까지 세계 경제의 최대 관심사였던 미중 갈등도 새 국면이다. 동북아 경제지형도 중국이 코로나 발원 오명을 쓰고, 일본은 올림픽 연기로 타격을 입으면서 종전 형세가 달라지는 계기가 되고 있다.

◇ 유가 이렇게까지 떨어질 줄은… 

요즘 국제유가는 하루가 다르다. 우리나라 도입량이 가장 많은 두바이유의 경우 배럴당 65.4달러로 올해를 시작했지만 지난달 말 배럴당 23.3달러까지 떨어졌다. 3개월 새 64.4%의 하락률이다. 국제 원유거래 기준이 되는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는 연초 고점 대비 최대 68.2%, 유럽 경제의 기반이 되는 브렌트유는 최대 67.1% 떨어졌다.

미국 셰일오일의 가세로 공급이 넘치게 된 국제 원유 시장에 코로나로 경기가 위축돼 수요가 급격히 줄어드는 상황이 겹치자 유가 하락세는 급격히 가팔라졌다.

바이러스 확산 차단을 위해 전세계에 이동 제한 조치가 내려지고 자발적인 사회적 거리두기까지 더해지면서 휘발유, 경유, 항공유 등의 이동용 석유제품 소비는 급감했다. 생산설비에서의 석유 수요도 중국뿐 아니라 유럽 북미 등지로 가동 중단 상황을 맞으면서 크게 떨어진 상태다.

최근 유가는 일부 상품에서 '마이너스(-)'까지 떨어지는 기현상까지 보였다. 지난달 말 한때 미국 와이오밍주 아스팔트용 저등급 원유는 -0.1~0.4달러에 거래됐다. 원유 보관 비용이 더 들다보니 돈을 얹어 주고서라도 팔아 저장고를 비우려는 거래였다.

코로나와 맞물려 미국 셰일오일을 견제하려는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여기에 아랍에미리트(UAE)까지 가세한 주요 산유국의 증산경쟁이 심각해진 것이 유가 급락의 배경이다. 저유가가 지속되면 셰일오일 생산 비용이 비싼 미국 에너지 기업들이 크게 타격을 입는다. 하지만 중동 산유국과 러시아의 재정에도 치명적이다.

10일(현지시간) 석유수출국기구(OPEC, 오펙)에 러시아 등 비(非)오펙 산유국들이 참여하는 OPEC+는 내달부터 하루 1000만배럴 감산하겠다는 합의를 이끌어 내기도 했다. 하지만 감산 규모가 공급과잉 우려를 해소하고 유가를 반등시키기에는 턱도 없다는 평가다.

◇ 미·중 갈등, 동북아 경제지형도 '격랑 속'

미국과 중국 사이의 갈등 양상도 코로나 확산과 함께 더욱 복잡해졌다. 무역수지의 불균형에서 촉발된 G2(주요 2개국) 미중의 무역 마찰은 코로나 사태 속 중국 정보의 불투명성으로 인해 새로운 갈등으로 번지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고 있다.

2018년 7월 미국이 중국에 관세 폭탄을 날리며 시작됐된 G2의 무역전쟁은 지난 1월 1차 무역협정으로 일단락됐다. 중국이 2000억달러에 달하는 미국 제품과 서비스를 추가 수입하는 한편 미국은 애초 계획했던 대(對)중 추가 관세 부과를 철회하고 일부 제품에 대한 기존 관세율도 낮추기로 했다.

하지만 중국은 코로나 사태로 성장률이 급격히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을 이유로 1단계 무역합의 이행에 한 발 빼는 모습이다. 그러자 미국은 1단계 무역합의가 충실히 이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하면서 중국 정부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미국을 상대로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에서도 신뢰를 상당히 잃게 됐다. 코로나19가 최초로 발생한 국가인데다, 정부 차원에서 실상을 은폐하고 관련 정보를 조작했다는 의혹에 휩싸여 있다. 국가 이미지나 경제적 측면에서 부정적 영향을 줄이기 위해 감염자와 사망자 수를 낮춰 보고했다는 얘기들이 흘러나오는 상황이다.

일본은 코로나로 기나긴 침체에서 회복할 기회를 잃게 됐다는 우려가 온다. 공들여 준비해 왔던 올해 2020 도쿄 올림픽 개최가 무산된 데다, '긴급사태' 선언까지 내놓을 정도로 뒤늦게 코로나 확산이 심각해지면서 '아베노믹스'가 파탄 위기에 몰리게 됐다는 분석이다. 일본은 이에 지난 6일 총 108조엔(약 1211조원) 규모의 경제대책을 실시키로 한 상황이다.

이런 중국과 일본에 비해 우리나라는 코로나 대응 과정이 상대적으로 '투명하고 안전하다'는 평판을 국제사회에서 이끌어 내고 있다. 이에 한국 정부는 보건·의료 측면에서 코로나19 대응 모범국 이미지를 기반 삼아 통상정책 차원에서의 국제 공조에서도 주도권을 잡겠다는 의지를 내보이고 있다.

지난 2월 인천국제공항 검역담당자가 한 입국자의 체온을 측정하고 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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