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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소부장의 시간]고군분투 빛났지만 아직 갈 길 먼 '소재'

  • 2025.05.30(금) 06:50

日수출 규제 직격탄이 국산화율 높인 '전화위복' 계기
여전히 '반쪽짜리'…종합반도체 기업 적극 합류시켜야

반도체 산업에서 '소재' 부문은 가장 중요도가 높은 산업군으로 꼽힌다. 반도체 공정은 매우 정밀하게 이뤄지는데, 이를 충족하기 위해선 상당한 고품질의 '소재'가 필요하고 이를 신뢰성 있게 만들어낼 수 있는 기술력이 관건이다.

우리나라에게 반도체 소재는 더욱 각별하다. 한때 반도체 소재를 둘러싼 외교 문제로 인해 산업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위기가 닥치기도 했다. 이를 현명하게 넘겼지만 여전히 글로벌 반도체 소재 시장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갖췄다고는 보기 힘들다. 반도체 소재에 대한 지원을 다각도로 확대돼야 하는 이유다. 

반도체 소재, 더 특별한 이유

반도체 공정에는 다양한 종류의 소재가 쓰인다. 반도체의 '틀'이 되는 실리콘 웨이퍼, 회로를 그릴 때 물감 역할을 하는 '포토레지스트', 이를 다듬는 역할을 하는 '고순도 불화수소' 등이 대표적이다. 다양한 가스와 금속 배선 등 수십가지의 원재료들을 정밀하게 다듬어 만든다. 

반도체가 정밀한 공정을 통해 생산되는 만큼 소재들은 매우 순도가 높아야 한다. 아주 작은 단위의 이물질도 용납되지 않는다. '고순도 반도체 소재'를 시장에 공급할 수 있는 기업들의 중요도가 높은 이유다.

지난 2019년 반도체 소재를 둘러싸고 우리나라와 일본 간의 외교 갈등이 확대된 것이 이를 잘 보여준다. 당시 일본은 우리나라에 반도체 '필수' 소재인 고순도 불화수소와 포토레지스트 수출을 규제한다고 밝혔다. 

일본이 수출 규제에 나선 반도체 소재들은 일본 기업들이 전세계 시장 점유율 90% 이상을 차지했다. 대체 불가능인 품목이다보니 반도체가 경제의 주축인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경제적 타격이 불가피 했다. 

당시 정부는 일본의 수출 규제에 대응 하기 위한 외교 노력과 동시에 반도체 소재, 부품, 장비 산업 본격적으로 육성하기 시작한다. 이른바 '소부장 특별법'을 재정해 지원 예산을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아울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핵심 종합반도체기업 들도 소재 공급망 다변화, 공정 조정 등 발빠른 대응에 나섰다. 이 덕분에 위기를 잘 넘겼지만 반도체 소재 산업을 국산화 할 필요가 있다는 공감대가 두텁게 형성되는 계기가 됐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 기업들이 사실상 시장을 지배했던 상황에서의 수출 규제는 반도체를 넘어 한국 경제를 위협했을 정도였다"라며 "정부의 발빠른 지원과 반도체 관련 기업들이 새로운 공급처 개척으로 대응하긴 했지만 반도체 소재 산업의 중요도 자체가 강하게 각인된 시기였다"라고 말했다.

국산화 성공했다지만

일본의 수출 규제 이후 국내 반도체 소재산업의 국산화율은 크게 개선됐다. 포토레지스트와 고순도 불화수소를 중심으로 국내 기업 생산 제품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다. 일부 소재의 경우 일본의 수출규제 이전에는 국산화율이 10~20%대에 그쳤지만 현재는 70% 이상으로 확대됐다.  솔브레인, 램테크놀러지, 동진쎄미켐 등이 국산화를 넘어 세계 시장 공략에 앞장서고 있다. 

하지만 더 높은 수준의 소재로 한정하면 한계도 명확하다. 국산화에 성공했다고 평가받는 고순도 불화수소와 포토레지스트 현황만 봐도 알 수 있다. 

고순도 불화수소의 경우 크게 두가지로 나뉜다. 액체로 된 '습식'과 기체로 된 '건식' 두 가지다. 두 소재가 반도체 공정에서 사용되는 부분이 같지 않아 서로 대체 관계에 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건식 고순도 불화수소가 첨단 반도체 공정에서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가치가 더 높다.

현재 국내 기업들이 국산화에 성공한 고순도 불화수소는 '습식'이다. 여전히 '건식'은 일본 기업들의 독주가 이어지고 있다. 이유는 단순하다. 습식 고순도 불화수소보다 건식 고순도 불화수소를 '고품질'로 만들어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게 더 어려워서다. 

포토레지스트도 비슷하다. 반도체 공정에서 사용되는 포토레지스트는 ArF 포토레지스트와 EUV 포토레지스트로 구분된다. ArF 포토레지스트의 경우 10~130nm 단위의 공정에서 사용되지만 EUV 포토레지스트는 7nm 이하의 공정에서 활용된다. 당연히 EUV의 가치가 더 높고 아쉽게도 포토레지스트의 국산화는 ArF 중심으로 이뤄진다. 반도체 소재 국산화가 '반쪽짜리'라는 혹평이 나오는 이유다.

첨단 공정에 활용되는 반도체 소재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정부 차원에서 지원이 확대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간 지원이 이어졌지만 더욱 다각화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소재는 안정성 테스트가 중요한데 이 과정이 매우 길고 테스트 중엔 기존 라인의 생산 등을 포기해야 해서 비용도 많이 든다"라며 "결국 소재 생산 기업이 아닌 종합반도체 기업에서 나서줘야 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결국 반도체 소재 기업의 R&D 투자 증가와 별개로 종합반도체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합류할 수 있는 유인책을 정부가 만들어 줄 필요도 있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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