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귀환과 함께 한미 통상 질서가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때와는 결이 다른 압박이 예고되고 있다. 고율 관세에 이어 환율과 금리 심지어 디지털 화폐까지. 무기화되는 전선은 넓어지고 수위는 더 정교해질 전망이다. "법의 외피를 쓴 정치의 확장"이란 평가도 나온다. △수출 경쟁력 약화 △통화주권 침해 △실물경제 위축이 맞물릴 경우, 한국 산업은 복합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글로벌 통상 패러다임 재편의 한복판에서 한국 차기 정부가 세워야 할 전략의 윤곽을 탐색한다. [편집자]
"환율·금리·스테이블코인, 트럼프 2기의 고율 관세는 시작에 불과하다"
고율 관세에서 시작된 미국의 통상 압박은 통화정책과 디지털 화폐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향후 한국이 마주할 협상 테이블에도 단순 관세를 넘어 환율 절상 압력과 기준금리 간섭, 통화 주권을 흔드는 구조적 안건들까지 오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트럼프 1기 당시 미국은 중국의 위안화 절하에 맞서 환율 전쟁을 벌였지만 고정환율제를 채택한 중국은 비교적 유연한 대응이 가능했다. 이 과정서 미국은 단일국가를 겨냥한 압박만으로는 충분한 효과를 내기 어렵다는 점을 체감했다. 트럼프 2기에서 전선이 동맹국으로 넓혀진 이유다.
변동환율제를 채택한 한국·일본·EU 등은 외환시장 개입 여지가 작고, 미국이 금리 인상이나 환율 절상 압박을 간접적으로 전달해도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과거 플라자합의처럼 명시적이지 않아도 반복되는 메시지를 통한 압박은 시장에 더 깊게 작용한다. 이른바 '마러라고 협정(Mar-a-Lago Accord)*'처럼 공식 합의는 없지만 반복적인 메시지를 통해 사실상의 통화 압박이 이미 작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 '마러라고 협정(Mar-a-Lago Accord)'은 공식 조약이 아닌 정치·경제적 은어다. 지난 2017년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플로리다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비공식 정상회담을 가진 뒤 미국이 중국에 환율 압박을 본격화한 전환점을 상징적으로 지칭한 표현이다. 트럼프의 별장 이름을 따 '마러라고 협정'이라 부르며, 1985년 플라자합의처럼 명문화된 합의 없이도 반복적 메시지를 통해 시장을 압박하는 통화 전략을 빗댄 용어로 쓰인다.
문제는 이러한 전략이 한국 산업에 '복합 충격'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환율 절상과 고율 관세가 동시에 작동하면 수출 제조업의 가격 경쟁력이 급격히 약화되고, 이는 곧 투자 유인 저하로 이어진다. 미국의 전략은 결국 "수출하지 말고 미국에 공장을 지어라"는 구조적 전환을 유도하는 것이다.
이런 흐름 속 스테이블코인도 새로운 통상 카드로 부상하고 있다. 디지털 달러 기반의 스테이블코인 체제가 글로벌 통화 질서를 대체하게 되면 원화의 위상은 물론 한국 통화정책 자율성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
이처럼 대외 충격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한국 차기 정부의 대응 전략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다. △환율 압박에 맞설 상응 요구 조건 △디지털 화폐 확산에 대응한 통화주권 수호 △국내 산업 생태계 유출 방지 등 정교한 복합 대응 체계 마련이 시급하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연구실장은 "지금은 12라운드짜리 복싱 경기에서 이제 막 1라운드를 끝낸 시점"이라며 "차기 정부는 단기 승리를 위한 협상이 아니라, 산업 질서를 지속 가능하게 유지할 수 있는 복합적 대응 전략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래는 김 실장과의 일문일답.
美, 위안화 대신 동맹 통화 겨냥하나
- 트럼프 2기에서도 고율 관세 외에 환율 압박 정책이 병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가?
▲ 트럼프 1기 당시 중국은 미국의 고율 관세에 맞서 위안화를 절하하는 방식으로 대응했었다. 이는 관세라는 얼음물에 뜨거운 물을 붓는 식의 대응이었고, 사실상 '환율 전쟁'의 서막이기도 했다. 당시 미국은 이런 방식만으로는 충분한 압박 효과를 내기 어렵다는 점을 깨달았을 것이다.
문제는 대부분 국가들이 변동환율제를 채택하고 있어 외환시장 개입이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한국 역시 '스무딩 오퍼레이션' 수준의 미세 조정만 가능할 뿐 전체 환율 흐름을 바꾸긴 어렵다. 반면 중국은 고정환율제를 기반으로 보다 직접적인 대응이 가능한 구조다.
- 그렇다면 미국이 다시 '플라자합의'식 강제 절상 압박에 나설 가능성도 있는가?
▲ 과거 플라자합의는 일본의 엔화 가치를 2배 가까이 절상시킨 사건이다. 당시 미국은 일본이 안보적으로 자신에게 의존적인 국가였기 때문에 이런 강압적 조치가 가능했다. 하지만 지금의 중국은 다르다. 미국의 안보 우산에 기대지 않고 전략적 경쟁국으로 행동하고 있다. 따라서 '제2의 플라자합의'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 중국이 미국 국채를 매각하는 방식으로 맞대응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현 가능성은 어느 정도라고 보는가?
▲ 이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다. 대규모 매각은 '국채 가격 하락 → 중국 보유 자산 가치 하락 → 자가당착'이라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 중국은 최근 미국 국채 보유량을 줄여왔다. 이는 국채 매각이 전략 카드로서의 실효성이 떨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미국 국채 시장이 불안정할 때 '추가 충격'을 줄 수 있는 제한적 수단으로는 여전히 사용할 여지는 남아 있다고 본다.
- 중국의 현재 경기 상황도 미국의 전략 선택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는지.
▲ 그렇다. 지금 중국의 경제 상황도 좋지 않다. 부동산 중심의 '구경제'는 여전히 침체 국면에 머물러 있고 성장을 견인하는 건 '신경제' 영역뿐이다. 내수 부양을 위해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우량대출금리를 낮추고 유동성을 공급하고 있지만 실물경제로의 선순환은 여전히 미약하다.
이런 상황서 관세 전쟁이 다시 격화된다면 중국도 상당한 타격을 입게 된다. 결국 미국과 중국 양측 모두에게 지속적인 관세 전쟁은 부담스러운 국면이라는 의미다. 지금은 무승부에 가깝다. 12라운드 복싱 경기 중 이제 막 1라운드를 끝낸 정도의 상황이라고 보면 된다.
- 향후 환율 전쟁의 전개 방향은 어떻게 전망하는가?
▲ 미국은 위안화 절상 압박보다는 동맹국 통화를 절상시키는 방식으로 달러 약세를 유도할 가능성이 높다. 위안화는 고정환율제 아래 있는 만큼 제한적 절상이나 약세 흐름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고, 이에 따라 달러는 상대적으로 더 약세 흐름을 탈 수 있다.
중국 역시 내수 소비 여력을 확보하기 위해 위안화 가치를 일정 부분 절상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다. 하지만 절상 폭이 크진 않을 것이다. 미국은 달러 약세를 통해 자국 제조업을 확대하고 고용을 늘리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려 하고 있다. 이 전체 전략 속에서 환율은 관세와 함께 병행되는 수단이 될 것이다.

- 트럼프 2기에서 관세뿐 아니라 환율까지 통상 무기화된다면, 한국 산업 중 어떤 업종이 가장 먼저 타격을 받을까.
▲ 자주 받는 질문이다. "달러가 강해지면 좋은 거냐, 약해지면 나쁜 거냐"고들 묻지만, 사실 정답은 없다. 산업별로 환율 흐름에 따라 웃는 쪽도 있고, 우는 쪽도 있다. 큰 틀에서 보면 미국은 무역 적자를 줄이기 위해 자국 제조업을 강화하려 하고, 이를 위해선 달러 약세가 필요하다. 하지만 한국 기업들, 특히 수출 의존도가 높은 기업들에겐 이게 부담이다. 달러 약세는 원화 강세를 의미하고 이는 곧 가격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여기에 고율 관세까지 더해지면 미국이 한국 기업에 보내는 메시지는 명확해진다. "수출하지 말고 미국에서 만들어라"는 신호다.
- 반대로 환율 약세가 도움이 되는 업종도 있을까.
▲ 수입 의존도가 큰 업종에겐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 대표적으로 정유나 석유화학 산업은 원유를 달러로 수입하기 때문에 달러 약세가 곧 수입 원가 하락으로 연결된다. 낙농업도 마찬가지다. 대두, 옥수수 같은 사료 원료를 대부분 미국에서 들여오니 환율이 떨어지면 비용 부담이 줄어든다. 유학이나 해외 의료 같은 서비스 수입도 해당된다. 강달러일 때는 체감 비용이 높지만, 환율이 낮아지면 유학비 부담이 크게 줄어든다.
결국 핵심은 이거다. 수출 중심 산업은 환율 약세와 관세가 동시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수입 중심 산업은 환율 하락이 원가 절감으로 이어지며 유리해진다. 이 구조를 이해하고 나면 '환율 전쟁'이 우리 산업에 어떤 파장을 미칠지 보다 선명하게 보인다.

통화주권 시험대…韓 금리도 트럼프 손에?
- 트럼프가 달러 약세를 유도하기 위해 연방준비제도(Fed)에 금리 인하를 압박하거나 혹은 동맹국들의 통화정책에도 개입하려 들 가능성은 없을까.
▲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다. 트럼프는 과거에도 연준의 독립성을 존중하지 않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연준은 없어도 된다", "제롬 파월을 해임하겠다"는 식의 발언이 대표적이다. 이런 태도는 미국 달러에 대한 신뢰 자체를 흔드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만약 통상 협상 테이블에 우리나라 기획재정부나 산업통상자원부가 아닌 한국은행 통화정책 담당자가 나간다면, 이는 미국이 통화정책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일 수 있다. 겉으론 드러나지 않지만 "금리를 올려서 통화 가치를 높여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방식이다. 미국이 이런 요구를 직접 하면 자신이 '환율 조작국'으로 지목될 수 있기 때문에 수면 아래에서 압박을 가하는 방식으로 접근할 가능성이 높다.
- 실제 금리에 대한 압박도 있을 수 있다는 뜻인가.
▲ 그렇다. 트럼프는 통화 주권까지 개입 대상이라고 여길 수 있는 인물이다. 과거에 "그린란드는 내 땅이다", "캐나다를 51번째 주로 만들자"는 식의 발언도 한 바 있다. 그런 사고라면 한국의 금리 정책에 관여하는 것도 별문제가 아닐 수 있다.
미국이 동맹국에 요구할 수 있는 방식은 여러 가지다. 첫 번째는 외환보유액에서 미국 국채 비중을 높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미국 국채 가격이 오르고 금리는 낮아진다. 결과적으로 달러 약세로 이어지고, 반대로 원화나 엔화는 절상 압력을 받게 된다.
두 번째는 금리를 인하하지 말거나 오히려 금리를 인상하라는 요구다. 이런 방식은 공식 협상이 아니라 비공식 경로, 조용한 외교 채널을 통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 최근 그런 움직임이 있었나.
▲ 얼마 전 기획재정부가 보도 설명 자료를 낸 적이 있다. 일부 언론이 "한미 통상 협상 과정에서 환율 절상 압력이 있었다"고 보도하자, 기재부는 "합의 중에는 있으나 결정된 내용은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협의가 있었던 건 인정한 셈이다. 당시 원·달러 환율이 1450원에서 1400원대를 오가던 시기였음을 고려했을 때 미국이 한국에 "원화 가치를 더 떨어뜨려라"고 요구했을 가능성은 낮다. 오히려 "더 올려라", 즉 원화 절상 요구가 있었을 가능성이 크며 이런 요구는 공식 문서보다 은밀한 방식으로 전달됐을 것이다.
- 미국이 실제 요구할 수 있는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 가장 정중한 수준은 외환시장 개입 내역을 지금처럼 분기마다 보고하는 대신 매달 보고하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이건 상대적으로 부드러운 요구다. 그다음은 미국 국채를 더 사들이라는 요구다. 가장 무례한 수준은 "한국은행 기준금리를 이렇게 설정하라"는 식으로 금리 정책에 간섭하는 것이다. 이는 명백히 한국의 통화 주권을 침해하는 행위다.
- 이런 움직임이 시장에 주는 영향은 어떤가.
▲ 이런 식의 절상 압력이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외환시장이나 주식시장 참여자들은 "앞으로 환율이 더 오르긴 어렵고,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하게 된다. 마로협정처럼 공식 발표 없이도 시장이 먼저 반응하는 구조라고 보면 된다.
즉 트럼프 행정부가 금리나 환율에 대해 직접 말하지 않더라도 유사한 시그널이 반복되면 시장은 이를 '통화 압박'으로 받아들인다. 이 흐름은 올 하반기 우리가 가장 예의주시해야 할 핵심 변수 중 하나가 될 것이다.
美 디지털 실험…통상·통화 한몸 전략
- 트럼프 2기 시나리오에서 '스테이블코인 전쟁'을 언급한 이유는 무엇인가.
▲ 트럼프 2기에서는 단순한 관세 전쟁을 넘어선 새로운 통상 압박 수단이 등장할 수 있다. 그중 하나가 스테이블코인 전략이다. 지금 미국 의회에서는 '지니어스 액트(GENIUS Act)'라는 법안을 논의 중인데, 이는 스테이블코인을 합법화하고 제도권 금융 시스템에 편입시키려는 내용이다. 공화당뿐 아니라 민주당 의원들도 참여하고 있어 초당적 입법으로 평가받는다. 6월 중 통과 가능성도 크다.
- 스테이블코인이 제도화되면 어떤 변화가 생기나?
▲ 스테이블코인은 가치가 1달러에 고정된 디지털 화폐다. 민간 기업, 특히 빅테크나 금융회사들이 이걸 발행하게 되면 사실상 은행처럼 기능하게 된다. 가령 사람들이 1달러를 내고 스테이블코인을 구매한 뒤, 그 돈으로 기업이 미국 국채를 사게 되면 이른바 '시뇨리지 효과'가 발생한다. 쉽게 말해 돈을 찍어내 이익을 얻는 구조다.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한 기업은 국채 수익률(연 4~5%)을 통해 이익을 얻고, 정부는 국채 수요가 늘면서 금리를 낮출 수 있는 환경을 갖게 된다.

- 미국 정부 입장에서도 이를 활용할 유인이 생길 수 있다는 얘기인지.
▲ 그렇다. 트럼프 행정부가 원하는 건 단순하다. 바로 국채 금리 하락이다. 지금 미국 정부는 막대한 이자를 부담하고 있다. GDP의 약 6%가 이자 지출로 빠져나가고 있다. 이런 상황서 스테이블코인을 제도화하면 민간 자금이 자연스럽게 국채로 흘러들어간다. 수요가 늘면 국채 가격이 오르고 반대로 금리는 떨어진다. 그 결과 정부의 이자 부담이 줄어들고 동시에 달러 약세를 유도하는 효과도 생긴다. 이 흐름은 트럼프가 연준에 금리 인하를 압박하는 전략과도 연결된다.
- 전통 금융권과의 관계는 어떻게 바뀔 수 있나.
▲ 스테이블코인이 퍼지면 기존 은행들은 긴장할 수밖에 없다. 마치 인터넷은행이 등장했을 때처럼 경쟁 구도가 생긴다. 스테이블코인을 보유한 기업들이 예금·대출 시장에 진입하면, 전통 은행들도 고객 유치를 위해 예금금리를 높이거나 대출금리를 낮춰야 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전반적인 유동성, 즉 시중에 풀리는 돈의 양이 늘어나는 구조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있다.
- 이런 정책이 지속 가능할까.
▲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국채를 매입하면 금리가 떨어지고, 이는 물가 안정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과잉 유동성 공급으로 자산시장이 과열되고 다시 인플레이션이 자극될 수 있다. 그럴 경우 금리 인하 여지가 사라지고 오히려 중앙은행이 다시 금리 인상에 나서야 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이 전략은 단기 처방으로는 유효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위험 요소가 많다고 본다. 트럼프 캠프나 미국 재무부 내부에서도 이런 전략의 지속 가능성을 놓고 재검토가 이뤄질 수 있다.
- 그럼에도 트럼프 행정부는 이 카드를 사용할 것으로 보는가.
▲ 그렇게 본다. 트럼프는 지금 상당히 조급한 상황이다. 어떻게든 국채 금리를 낮추고 싶어 한다. 스테이블코인을 제도화하면 시장의 자금을 유도해 초기엔 금리를 낮추고 시장을 안정시키는 효과를 낼 수 있다고 판단할 것이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이 전략이 되레 시장 불안을 키울 수 있다는 점도 인식하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올 하반기엔 스테이블코인이 얼마나 빠르게 확산되고 실제 어떤 경제적 결과를 낳는지 주의 깊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
핀셋 재정·구조 개편…필요한 건 전략
- 차기 정부는 환율 전쟁 및 스테이블코인 전쟁 등 통상 환경의 변화에 어떻게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할까. 지금 가장 필요한 제도적 보완은 무엇이라고 보나.
▲ 먼저 환율 절상 압력과 관련해 현실적으로 완전히 거절하긴 어렵다. 그렇다면 일방적으로 끌려가는 대신 우리도 상응하는 요구를 제시해야 한다. 대표적인 예가 상설 통화스와프 체결이다. 현재 우리는 미국과 상설 통화스와프 협정을 맺고 있지 않다. 팬데믹 시기엔 일시적으로 체결한 적 있지만, 주요 기축통화국들과는 상설 체계가 이미 마련돼 있다. 이를 갖추면 외환시장 안정성과 한국 금융시장에 대한 신뢰도가 함께 올라간다.
물론 상설 스와프 체결의 당사자는 한국은행과 미국 연준이다. 미국은 이 과정에서 기준금리 인상이나 미국 국채 매입 같은 부가 요구를 함께 제시할 수 있다. 그렇더라도 통화주권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협상력을 높이고 안정장치를 확보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 스테이블코인 이슈에 대해서는 어떤 대응이 필요하다고 보나.
▲ 미국식 스테이블코인이 제도화되면, 한국은 그 구조에 종속될 위험이 있다. '1스테이블코인=1달러'라는 구조 아래 미국 디지털달러가 기준이 되면, 원화의 사용이 줄고 결국 통화정책 주권도 위협받게 된다. 그래서 우리는 국내용 스테이블코인 법제화와 '디지털 원화(CBDC)' 기반 마련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 지금 당장 민간에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허용하자는 게 아니라 통화주권을 지키기 위한 방어적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 미국 국채 금리 상승이 한국에 미치는 영향은 어느 정도인가.
▲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글로벌 금리의 기준이 된다. 현재처럼 미국 국채 금리가 높은 상황에서 한국이 국채를 많이 발행하면, 국내 국채 금리도 덩달아 오르게 된다. 이로 인해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 여건이 악화되고, 자금조달 비용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 특히 만기가 도래한 채권을 상환하거나 차환해야 하는 기업들은 유동성 확보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 이런 현상은 정부의 재정지출이 민간 투자 여력을 오히려 제약하는 구축 효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 실물경제에도 파급 영향이 있나.
▲ 미국이 제조업 기지를 자국 내로 유도하고, 한국 대기업이 이에 따라 미국에 공장을 설립하면, 국내 협력업체는 납품처를 잃게 된다. 이는 국내 산업 생태계 단절, 즉 실물경제 위축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
- 그럼 차기 한국 정부의 재정정책 방향은 어떻게 설정해야 하나.
▲ 지금 같은 고금리 환경에선 단순 '재정 규모 확대'만으로는 경기부양 효과를 보기 어렵다. 민간 투자도 위축된 상황이기 때문에 핀셋형 재정정책, 즉 꼭 필요한 분야에 정확히 자금을 투입하는 전략이 중요하다. 재정 기조는 다소 긴축적으로 유지하되 효과적인 분야에 정확하고 집중적으로 배분하는 효율 중심의 접근이 현재 정부가 채택해야 할 방향이라고 본다.
김광석
• 現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
• 現 한양대학교 겸임교수
• 現 행정안전부·산업통상자원부·국토교통부 자문위원
• 前 삼정KPMG 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
• 前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