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병은 치매를 일으키는 가장 흔한 퇴행성 뇌 질환이다. 아직 효과적인 치료제가 없어 조기 진단을 통해 진행 속도를 늦추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하지만 현대 의학 기술로는 조기 진단이 쉽지 않다.
이에 조기 진단을 위해 많은 기업과 연구소들이 연구개발을 하고 있다. 지난 2018년 9월 서울에 설립된 자이온프로세스도 마찬가지다.
자이온프로세스는 알츠하이머 질환의 조기 진단을 위한 유도체인 특수 형광 물질과 첨단 장비를 개발하고 있다. 진단 장비에 딥러닝 알고리즘 방식을 적용해 40~50대 이후의 성인을 대상으로 알츠하이머 진단 시장 진출을 목표로 한다.
자이온프로세스는 지난해 12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선정하는 '소프트웨어(SW) 고성장클럽 200' 사업에 선정됐다. 고성장클럽은 과기정통부가 잠재력 있는 SW벤처·중소기업을 선정해 발굴 육성하는 사업이다.
자이온프로세스의 창업자 김영옥 CEO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김 대표는 창업 이전에 미국 워싱턴에서 군인을 대상으로 인지 해석 기술을 개발했다.
-창업 이전에 워싱턴에서 군인을 대상으로 인지 해석 기술을 개발한 경력이 있는데, 인지 해석 기술이 무엇인가. 또 인지해석 기술과 알츠하이머 진단은 어떤 관련성이 있나
▲인지 해석이란 사람의 현재 심리 상태를 보는 걸 말한다. 워싱턴에서 근무하면서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참전했던 미국 육군이 자살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 전쟁에서의 후유증과 불안, 초조 등의 심리상태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던 것이다.
미국에서는 병사들의 심리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사람들의 데이터를 모으기 시작했다. 이 데이터로 딥러닝 알고리즘을 활용해 사람의 심리 상태를 예측하는 것이다. 호흡, 맥박, 체온 등을 복합적으로 분석해서 사람의 안정 상태와 불안정 상태를 파악한다.
훈련 나간 병사들의 헬멧에 카메라를 달고 계속 망막을 측정해서 그 값을 소형 딥러닝 컴퓨터가 서버에 전송해 분석한다. 그러면 군 작전 회의실에서는 병사 그룹마다 현재 상태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데이터들이 모이면서 정확성이 높아지게 된다.
인지 해석 기술은 군인의 데이터를 다양한 각도에서 다변량 분석하는 것이다. 연구를 해보니 인지 해석에서 경도인지장애(MCI), 치매(알츠하이머성, 루이슨, 혈관성 등)로 이어지는 과정이 흥미로웠다. 여러 교수와 데이터로 의견을 주고 받으며 인지 해석과 알츠하이머 등 뇌의 주요 부분을 연구했다. 사업의 기회를 봤다.
-한국에서 창업한 이유는 무엇인가
▲한국은 알츠하이머 연구 수준이 높고 어떤 부분에서는 선도하는 부분도 있다. MRI 등과 같이 최첨단 장비의 핵심 기술은 유럽, 일본 미국에서 진행되고 있어서 국내에서 자체 제작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이러한 첨단 기술 외에 조기 진단 기술이 최근 주목받고 있는데, 그 이유가 치매나 알츠하이머는 치료제가 없기 때문이다. 조기 진단을 해야만 발병을 늦출 수 있고 개인 및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
한국에서 조기 진단 관련 혈액이나 뇌, 망막, 콧물, 후각 등의 방법을 활용한 기술이 많이 연구 개발되고 있다. 한국에서는 기초연구와 응용분야는 괜찮은데 상용화 및 제품화가 아쉬운 부분이 많이 있었다.
또 서울은 바이오 테스트베드로 세계에서 미국 휴스턴과 함께 1, 2위를 다툰다. 우선 임상시험 참가자들이 적극적이고 병원이 가깝다는 지리적 여건도 있다. 임상시험에서 한 명을 추적할 때 미국보다 한국은 비용과 시간이 10분의 1 수준에 그친다. 이러한 이점 덕분에 서울이 바이오 테스트베드로 입지가 좋다.
-알츠하이머 진단 시장이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본 이유는 무엇인가
▲현재 치매는 치료제가 없다. 예방만이 최우선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진단이며 조기 진단을 해야만 알츠하이머성 발병을 늦출 수 있다. 특히 요즘은 30대도 경도인지장애가 오는 사람도 있어 어느 때보다 조기 진단이 절실하다.
-알츠하이머 조기 진단에 딥러닝 알고리즘은 어떻게 적용되나
▲알츠하이머를 유발하는 두 가지 독성 단백질인 아밀로이드 베타와 타우 단백질이 있다. 알츠하이머 질환이 나타나기 전까지 아밀로이드 베타는 20년 전부터, 타우는 10년 전부터 축적이 된다. 나는 지금 알츠하이머가 발병되지 않고 멀쩡한 상태이지만 내가 모르는 상태에서 타우가 10년간 축적이 되다가 알츠하이머가 발병되는 것이다.
이러한 독성 단백질이 알츠하이머 상태가 되도록 축적되기 전에 미리 상황을 진단해 예방해야 알츠하이머 발병을 늦출 수 있다. 독성 단백질이 쌓이는 양과 쌓이는 상태를 정확히 구별해야 알츠하이머 조기 진단이 가능하다.
자이온프로세스에서 개발하는 유도체는 형광프로브인데, 이 유도체가 두 가지 독성 단백질에 붙어서 색상을 방출하게 된다. 시간에 따라서 독성 단백질이 쌓이는 양이 측정된다. 이렇게 데이터가 쌓이게 되고 딥러닝을 통해 학습하게 되면 사람마다 앞으로 몇 년 후에 알츠하이머로 진행이 될지 예측할 수 있다.
알츠하이머는 60대가 넘어가면서 독성 단백질이 10년, 20년 축적되다가 어느 단계를 넘어가면 뇌에 있는 시냅스 신경을 끊는다. 시냅스 신경이 끊어지다 보니 기억이 없어지고 대화를 하기 어려워지는 것이다.
-알츠하이머의 조기 진단 기술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현재의 진단 기술은 알츠하이머가 어느 정도 진행돼야만 최첨단 장비로 알 수 있다. 그 이유는 장비의 해상도와 사용하는 조영제(유도체)와도 관계가 있다. 하지만 현재의 장비는 가격이 비싸고(1회 사용에 120만원~ 170만원가량), 시간이 오래 걸리며(1회 사용에 약 2시간 이상), F18이라는 방사성 관련 조영제이므로 인체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F18은 한번 사용하고 6개월 정도 지나야 인체에서 모두 배출되며 그 사이 알츠하이머는 아무도 모르게 진행된다.
따라서, 한번 정밀 검사 후 다음 정밀 검사가 가능할 때까지의 시간을 줄여야 하고 누구나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가격이 저렴해야 한 달에 한 번이라도 정기 검진을 할 수 있어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진행되는 알츠하이머를 미리 막을 수 있다. 조기진단이 필요한 이유다.
-알츠하이머 조기 진단에 대한 연구 개발이 다른 연구기관이나 기업에서도 많이 진행되고 있다. 자이온프로세스만의 차별화된 경쟁력은 무엇인가
▲알츠하이머 조기 진단에 대한 연구 개발은 미국에서 가장 많이 하고 있다. 하지만 자이온프로세스에서 개발하고 있는 아밀로이드 베타와 타우 단백질을 동시에 볼 수 있는 유도체는 아직 없다.
좀 더 정확히 설명하면, 아밀로이드 베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한번 측정한 후 6개월이 지나야 하고, 또 타우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한번 측정한 후 6개월이 지나야 한다. 그러면 1년 사이에 알츠하이머는 진행이 된다.
자이온프로세스는 근적외선 기반의 유도체를 개발하고 있다. 인체에 해가 없고 한번 사용 시 아밀로이드 베타와 타우를 동시에 추적이 가능하다. 기존보다 더 짧은 기간 내에 진단이 가능한 것이다.
-현재 개발은 어느 단계인가
▲한국원자력연구원과 유도체를 개발하고 있으며 유도체 최적화는 끝났다. 6개 후보 물질을 만들어 성능 좋은 2개로 최종 추려 전임상 단계에 들어갈 준비가 됐다.
1년 정도 전임상 단계를 통해 독성 평가가 완료되면 이 유도체를 통해 장비를 만들고 반려동물 시장에 적용할 예정이다. 예전에는 알지 못했지만 최근 반려동물들도 케어를 잘 받아 수명이 길어지면서 사람과 유사한 알츠하이머 증상이 나온다.
사람에게 적용하기까지는 식품의약품안전처 및 미국식품의약국(FDA) 승인이 필요하고 약 3~4년을 계획하고 있다.
-자이온프로세스의 목표는 무엇인가
▲치매만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회사가 되고 싶다. 장기적 목표는 치매 치료제를 위해 인공지능으로 후보물질을 생성하는 플랫폼을 개발하는 것이다. 최종적으로는 치매의 조기 발견, 예방, 개선, 치료제 등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