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게임즈가 게임 개발사 넵튠에 1900억원 규모의 추가 지분 투자를 단행하고 최대주주 지위에 오른다. 넵튠은 게임포털 '한게임' 수장 출신인 정욱 대표가 창업한 회사다.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과 남궁훈 카카오게임즈 대표이사가 각각 한게임 창업멤버라는 점을 감안하면 한게임 '올드멤버'들이 카카오 한지붕 아래 속속 모여들고 있는 것이다. 옛 멤버들이 다시 뭉치며 과거 화려했던 시절을 재현하는 형국이다.
카카오게임즈는 지난 18일 이사회를 열고 1935억원을 들여 넵튠 주식 752만여주를 사들이기로 했다.
앞서 카카오게임즈는 2017년 2월과 2018년 8월 두차례에 걸친 지분 투자를 통해 넵튠 지분 236만여주(지분율 10.08%)를 확보, 최대주주인 정욱(10.57%) 대표이사에 이어 2대 주주로 이름을 올린 바 있다. 이번 추가 투자로 카카오게임즈는 넵튠의 최대주주(31.66%)로 오른다.
넵튠은 한게임에서 게임사업 그룹장과 대표를 역임했던 정 대표가 2012년 1월 설립한 게임 개발사다. 정 대표는 김정호 전 한게임 대표 후임으로 2009년부터 2011년까지 2년간 한게임을 이끌었다.
정 대표는 2011년 11월 대표직을 사임하고 회사를 나와 넵튠을 창업, '프로야구 마스터' 시리즈와 'LINE 퍼즐탄탄', '탄탄 사천성' 등을 국내와 일본 등에서 서비스하면서 이름을 알렸다. 넵튠은 2016년 12월 기업인수목적회사(스팩·SPAC)와 합병을 통해 코스닥 시장에 상장하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넵튠의 정 대표를 비롯해 카카오게임즈를 이끄는 남궁훈 대표와 카카오의 김범수 이사회 의장이 모두 한게임 출신이다. 이들이 각자 회사를 통해 지분 투자 방식으로 서로를 밀고 끌어주면서 긴밀한 협력 관계를 맺고 있는 셈이다.
앞서 정 대표가 넵튠을 창업할 당시 김 의장이 이끄는 카카오가 초기 자금을 댔다. 아울러 남궁 대표가 2013년 설립한 스타트업 후원 성격의 '게임인재단'도 넵튠 설립 초기 대외홍보를 대신해 주는 등 힘을 실어준 바 있다.
여기에 김범수 의장과 함께 삼성SDS에서 근무하다 한게임을 같이 창업한 문태식 현 카카오VX 대표도 올드멤버에 속한다.
문 대표는 한게임커뮤니케이션 부사장과 NHN게임스 대표, NHN USA 대표를 역임했다. 이후 회사를 나와 2007년 온라인게임 개발사 엔플루토를 설립했고 2011년에는 카카오VX의 전신인 마음골프(2017년 카카오 계열편입)란 스크린골프 회사를 차렸다. 현재 카카오VX는 카카오게임즈의 자회사다.
한게임은 김범수 창업자가 1998년에 설립한 국내 1위 게임포털 회사다. 김범수 창업자는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와 의기투합해 2000년 한게임과 옛 네이버컴을 합병, 통합법인 NHN을 출범시켰다.
NHN은 합병 초기에 이해진·김범수 공동대표 체제로 운영됐으며, 이들 대표가 각각 검색포털 네이버와 게임포털 한게임 사업을 이끌었다.
한게임 사업부문의 대표이사 계보는 김범수→남궁훈→김정호→정욱→이은상으로 이어진다. 한게임은 2013년 NHN에서 분할되기 전까지 NHN 내 게임사업본부였으며, 수장의 직함도 본부장이었으나 김정호 대표 때부터 대외적으로 대표이사 직함을 사용했다.
한편 넵튠은 이번에 유치한 투자금을 전략적 사업 제휴와 신규 게임의 개발 등에 투입할 예정이다.
넵튠과 카카오게임즈는 카카오의 대표 캐릭터 '카카오프렌즈'를 활용한 게임의 개발사-퍼블리셔 관계를 시작으로 협업관계를 맺어왔다. 넵튠은 최근 자회사 님블뉴런이 제작한 신작 PC용 배틀로얄 게임 '영원회귀:블랙서바이벌'을 스팀 플랫폼에 '얼리액세스(미리해보기)' 서비스하고 있는데 시장 반응이 뜨겁다.
이 게임의 최고동시접속자수가 5만명을 넘어서며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번 투자로 카카오게임즈의 글로벌 서비스 경험과 노하우를 더해 영원회귀의 흥행 성과가 한층 탄력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남궁훈 카카오게임즈 대표는 “넵튠은 최근 가시적 성과를 내고 있는 게임 사업은 물론 이스포츠, MCN, 인공지능(AI) 모델 및 버추얼 인플루언서 등 신규 사업으로 성장 모멘텀을 확보하고 시장 경쟁력을 높여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