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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에 '기억력'이 중요한 까닭

  • 2023.02.09(목) 07:59

맥락 파악해 자연스러운 대화 이어가
인간과 교감하는 초거대 AI 개발

국내 ICT 기업이 초거대 AI(인공지능)를 앞세워 과거의 대화를 기억하는 AI 챗봇 개발에 나섰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국내 ICT 기업이 초거대 AI(인공지능)를 앞세워 대화 챗봇의 기억력 향상에 나섰다. 직전에 나눈 대화도 기억하지 못한 과거의 AI 챗봇과 달리, 이용자가 툭 던졌던 화제도 기억하고 대화를 이어 나가는 '인간적인' 챗봇을 만들기 위해서다.

대화를 기억하는 '사람 같은' AI

지난해 12월 오픈AI가 내놓은 AI 챗봇 '챗GPT'는 전세계적으로 열풍을 불러왔다. 사실 AI 챗봇 자체는 십수년 전부터 상용화되어 왔다. 애플이 아이폰에 탑재한 AI 비서 '시리(siri)'가 출시된 지 이미 12년이 지났고, 놀이용 AI 챗봇 '심심이'는 2000년대 초에 선을 보였다.

챗GPT가 기존 AI 챗봇과 달랐던 점은 기존에 이용자가 했던 이야기를 기억해 전후 맥락을 파악하고 대화를 이어간다는 점이다. 초창기 AI 챗봇은 입력된 답변을 기계적으로 내놓는 데 급급했다. 엉뚱하고 맥락과 어울리지 않는 정보를 제공하고, 이미 얘기한 내용을 처음 듣는 것처럼 반응하고는 했다.

반면 챗GPT는 사람과의 대화 내용에서 필요한 정보를 도출하고 기억했다가 활용한다. 사람으로 치면 필요한 내용을 일시적으로 저장하는 일종의 '작업기억'에 가깝다.

AI 전문가들은 인공지능이 대화에서 자체적으로 필요한 정보를 찾아 저장하고 대화에 활용하기까지는 고도의 AI기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일반적인 대화일수록 변수가 많고 맥락이 복잡해 어려움을 겪는다. 챗GPT도 대화가 길어지면 맥락을 파악하지 못할 때가 많다. 

장병탁 서울대 AI연구원장은 "앞에서 한 대화를 기억하는 기술을 챗GPT가 일부 하고는 있지만 완전하지 않은 수준"이라면서 "초거대 AI(대용량 데이터를 학습해 스스로 추론할 수 있는 인공지능)로 가능해진 것"이라고 말했다. 

네이버·SKT도 챗봇 기억력 높인다

국내 통신사도 초거대 AI를 바탕으로 AI 챗봇을 고도화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초거대 AI GPT-3의 한국어 버전을 상용화한 '에이닷'을 지난해 출시한 데 이어 이달 중 '장기기억'을 적용한다. 과거에 대화했을 때 중요한 정보를 별도 메모리에 저장해두었다가 대화에 활용하는 식으로 보다 자연스러운 대화를 만든다.

KT는 개발 중인 초거대 AI '믿음(MIDEUM)'을 활용해 시니어 고객을 대상으로 연내 'AI 감성케어'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AI 감성케어는 과거 대화를 기억하고 고객의 상황을 인식해 대화를 나눈다. 만일 AI가 이용자의 건강 등에 이상이 있다고 판단하면 먼저 말을 건네기도 한다.

네이버는 이미 초거대 AI 하이퍼클로바를 바탕으로 자연어를 기반으로 한 기억 모듈을 구현했다. 독거 노인의 안부를 묻는 케어콜에 추가된 '기억하기' 기능이 그 예다. 네이버 관계자는 "단순히 문답만 주고받는 AI콜을 도입했을 때는 어르신들이 같은 대화만 반복된다며 애로사항을 호소했다"면서 "지난번에 병원 갔는데 어떠냐고 한번 더 물어보는 것만으로 친근감을 느끼고, 더 나아가 자신의 증상을 이야기하기도 하더라"고 말했다.

기억하기 기능은 독거 노인과의 대화에서 병원에 갔는지, 건강 상태는 어떤지부터 키우고 있는 반려동물에 이르기까지 상황과 맥락을 파악해 다양한 정보를 저장했다가 대화에 활용한다. 저장된 정보는 대화와 지자체 직원을 위한 통화 리포트에 활용될 뿐, 학습 데이터에는 포함되지 않아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을 차단했다.

뿐만 아니라 대화 과정에서 정보는 자연스럽게 업데이트된다. 기억하기 서비스와 관련해 자연어처리방법론학회(EMNLP)에 채택된 네이버의 연구 논문에 따르면, 대화가 이어지면서 필요에 따라 유효한 정보만 남길 수 있다. 예를 들어 코로나19 검사를 받지 않았다고 한 뒤 (검사에서)긍정적인 결과가 나왔다고 했다면, 새로운 정보를 대화에 반영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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