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우리가 사는 세상을 '정보의 바다'라고 하죠. 원하는 정보를 찾고 선택하는 과정은 우리에게 너무 익숙합니다.
이 과정이 없어질 수도 있는 세상이 곧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친구에게 말하듯이 궁금한 걸 물어보고 알아서 원하는 답을 찾아주는 인공지능(AI)으로 정보통신업계가 뜨겁거든요. 그 주인공이 '챗GPT'입니다.
이게 뭐길래 우리 삶을 바꿀 수도 있다고 하는 걸까요. 정보의 바다 위에 있는 히치하이커를 위해 챗GPT를 차근차근 알아보도록 하죠.
챗GPT를 소개합니다
챗GPT는 일론 머스크가 세운 AI 기업인 '오픈AI'가 지난해 11월 30일 출시한 서비스입니다. 챗GPT는 인간과 채팅하는 똑똑한 챗봇입니다.
사실 챗봇이 완전히 새로운 개념은 아닙니다. 은행 앱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용자가 질문을 단어로 입력하면 그에 맞는 기능을 안내합니다. '심심이'처럼 가벼운 일상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챗봇도 익숙하죠.
챗GPT와 일반 챗봇의 가장 큰 차이는 AI입니다. 특히 엄청나게 많은 양의 정보를 학습해 새 결과물을 내는 점에서 일반 챗봇과 다릅니다. 일반 챗봇은 학습 기능이 없기 때문에 이용자가 키워드를 잘못 입력하면 원하는 답을 줄 수 없습니다. 정해진 질문에 답만 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특히 챗GPT는 1750억개의 파라미터를 가진 '초거대AI'입니다. 파라미터는 뇌로 따지면 뇌신경을 이어주는 시냅스입니다. 100조개의 시냅스로 연결된 인간 뇌의 0.175%에 불과하지만, 1750억개의 파라미터를 통해 배운 데이터로 원하는 정보를 찾고 요약해줍니다. 또 복잡한 코딩을 대신하기도 하며, 기사를 써주기도 합니다. 이 기사를 쓰고 있는 저도 직장이 없어질까봐 무섭군요.
세계는 초거대AI 전쟁 중
이러한 챗GPT의 능력을 높게 본 글로벌 ICT 기업이 있습니다. 바로 마이크로소프트(MS)입니다. MS는 지난 1월 오픈AI에 100억달러(12조676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뒤이어 자사의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인 '애저'와 브라우저인 '엣지', 검색 엔진 '빙'에 이르기까지 많은 제품에 챗GPT를 통합하겠다고 밝히기도 했죠.
이렇게 되자 구글의 발등에 불이 붙었습니다. 만약 챗GPT를 장착한 빙이 시장에 나온다면 구글의 지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깔린 겁니다. 세계 시장조사기관 스테티스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구글은 전 세계 데스크톱 검색 시장에서 86%의 점유율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MS의 빙은 9%였습니다.
구글은 급하게 자사의 초거대AI인 '바드'를 지난 8일 공개했습니다. 너무 급해서일까요. 바드는 공개 행사에 참석한 대중에게 틀린 답안을 내놓으며 체면을 구겼습니다. 바드는 시연회에서 "9살 어린이에게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의 새로운 발견에 대해 어떻게 설명해줄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태양계 밖의 행성을 처음 찍는 데 사용됐다"고 답했습니다. 정답은 제임스 웹 망원경이 아닌 유럽남방천문대의 망원경입니다.
오답 시연회 이후 구글 주가는 전날보다 7.68% 이상 빠지며 시가총액 1000억달러(126조7600억원)가 하늘로 증발해버렸습니다.
중국도 초거대AI 전쟁에 참전했습니다. 중국 최대 검색 엔진 업체 '바이두'는 다음 달 중 챗GPT와 비슷한 AI 챗봇인 '어니 봇'을 공개할 계획입니다. 또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인 '알리바바'는 챗GPT와 유사한 기술을 연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초거대AI의 미래는···
초거대AI가 제공할 인류의 미래는 어떨까요. 초거대AI는 사실상 전 분야에서 쓰일 것으로 보입니다. 학습시킬수록 비용이 적게 들어 여러 분야에 응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의료 분야를 예로 짚어볼까요. 초거대AI는 수많은 치료 기록과 논문 등을 학습해 의료인의 정밀한 진단을 내리도록 도움을 주는 방식으로 쓰일 예정입니다. 앞서 홍은택 카카오 대표는 지난 10일 컨퍼런스콜에서 "초거대AI를 결합해 엑스레이로 흉부 판독하는 서비스를 호주에서 출시할 것"이라고 예고하기도 했죠.
전 분야에 쓰일 수 있는 특징을 가진 만큼 초거대AI를 포함한 AI 시장의 전망도 무척이나 밝습니다. 시장조사기관 IDC는 전 세계 AI 시장 규모가 2024년 5543억달러(703조3513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죠.
걱정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습니다. 특히 예술 영역에서의 피해가 클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8월 미국 콜로라도 주립 박람회 미술대회에서 디지털아트 부문 대상을 탄 작품의 창작자는 사람이 아닌 AI임이 밝혀지면서 큰 논란이 일어나기도 했죠.
또 정보를 학습한 뒤 새 결과물을 낳는 과정을 거치는 만큼 잘못된 정보가 투입되면 틀린 내용을 제시할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이를 '환각 현상'이라 부릅니다. 지난 3일 로이터의 보도에서 티에리 브르통 유럽연합 내부시장 담당 집행위원은 "인공지능을 바탕으로 만든 자료가 신뢰할 수 있는 고품질의 자료가 되도록 규제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하기도 했죠. 당장 챗GPT도 2021년까지의 정보를 학습한 상황이라 틀린 답변을 내놓을 때가 있습니다.
챗GPT가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는 만큼, 그 파동이 어디까지 영향을 줄지 지켜봐야겠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초거대AI가 활약하는 세상은 인류에게 축복일까요, 불행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