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도스 공격 사태 이후 다른 통신사로 옮기려고 고객센터에 문의했는데 남은 3개월치 위약금 980만원을 내라고 하더군요. 이러면 울며 겨자먹기로 기존 통신사를 계속 쓸 수 밖에 없는 것 아닙니까?"
인천광역시 영종도에서 PC방을 3년째 운영하고 있는 한 업주가 이렇게 울분을 토했다. 통신장애가 발생해 피해를 본 입장인데도 가입자에게 불리한 약관 때문에 비싼 위약금을 물어야하는 상황을 짚은 것이다.
반짝 추위가 조금씩 풀린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고민정·이인영·이정문·장경태·정필모 의원이 주최로 '통신장애 피해 소상공인 보상 및 제도개선 방안 간담회'가 의원회관에서 열렸다.
간담회가 열린 10평 남짓한 회의실은 다른 공간에서 의자를 20개 이상 가져와야 할 정도로 사람이 꽉 찼다. 전국 각지에서 온 PC방 업주와 요식업 종사자들이 대부분이었다. SK브로드밴드·KT·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 관계자들도 참석했다.
김기홍 한국인터넷PC카페협동조합 이사장은 "PC방은 5분만 인터넷이 끊겨도 손님들이 욕을 하면서 나간다"며 "2시간 기준으로 되어 있는 접속 장애 보상 약관을 고쳐야 한다"고 했다.
현재 주요 통신사 이용약관에 따르면, 소비자는 연속 2시간 이상 통신 서비스가 중단될 때만 금전적 보상을 받을 수 있다. 원래는 3시간 이상었던 걸 지난해 6월 방송통신위원회가 주도해 2시간으로 바꿨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게 이날 참석자들의 반응이었다.
최근 디도스 공격으로 인터넷 서비스 오류를 일으킨 LG유플러스는 거듭 고개를 숙였다. 구성철 LG유플러스 기업기반사업그룹 유선사업담당 상무는 "더 많은 투자와 정보보호 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번 사태를 통해 절실히 느꼈다"며 "연간 보안투자 비용을 기존의 3배 정도 되는 1000억원 정도로 늘리고, 학계·법조계·NGO 등과 피해지원협의체를 구성해 종합피해 지원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새로운 대책을 제시하기도 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김성진 SK브로드밴드 CR담당 상무는 "통신사업자가 모여 지난달에 약관을 자진시정하기로 하고 공정거래위원회와도 협의했다"며 "통신사의 귀책사유가 분명한 인터넷 서비스 오류가 발생하면 그 시간과 상관없이 손해배상을 하도록 약관을 고칠 예정"이라고 했다.
자영업자의 반응은 차가웠다. 김 이사장은 "디도스 공격과 같은 경우 통신사도 피해자라 주장하고 있다"며 "귀책 사유는 해석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데, 결국 누구에게 책임이 있는가"라고 물었다.
대전에서 PC방을 운영하고 있는 한 업주는 "디도스 공격 시간을 파악하고 그에 대해서 대처하는 시간을 감안하긴 해야하지만, 너무 시간이 길어지면 이는 분명히 통신사가 책임을 져야 한다"며 "10분 이상의 오류가 수차례 발생하면 위약금을 완화하는 등의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민정 의원은 "지나치게 비싼 위약금은 불공정 약관이라 판단하고 공정거래위원회와 상의하겠다"며 "약관을 고치는 것은 정부의 역할이고 그 관련 규정은 국회가 마련하는 것이기에 입법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