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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무엇이 KT 구현모를 돌려세웠나

  • 2023.02.09(목) 17:22

직접 챙기던 '콥데이' 행사 불참
KT 이사회 "대표 선임절차 재추진"

9일 오후 KT 코퍼레이트 데이 행사가 열린 서울 중구 르메르디앙&목시 서울 명동 연회장 앞./사진=비즈니스워치

9일 오후 KT의 '코퍼레이트 데이(콥데이)' 행사가 열린 서울 중구 '르메르디앙 서울 명동' 호텔에는 긴장감이 흘렀다.

구현모 대표가 참석해 주요 현안을 설명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구 대표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이날 KT 이사회는 구 대표를 차기 최고경영자(CEO)로 낙점한 지난해 12월의 결정을 깨고 대표 선임절차를 다시 진행하기로 했다. 또 한번 CEO 후보군을 추려 새 판을 깔겠다는 걸로 해석할 수 있다.

르메르디앙 서울 명동은 과거 명동 KT 전화국이 있던 자리에 들어선 호텔로 지난해 11월 개장했다. KT는 위탁운영방식으로 이 호텔을 운영하고 있다.

콥데이 행사는 4층에서 열렸다. 하지만 이곳에 가려면 지하1층에서 별도 엘리베이터를 타야한다. KT 측은 참석자 한 명 한 명의 신원을 확인하고 사전에 초청받은 사람들에 한해 입장을 허락했다. 곳곳에 KT 직원들이 배치돼 기자들의 입장을 막았다. 좌석 또한 지정석으로 운영했다. 이날 행사에는 30~40명 정도가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대 관심사는 구 대표의 참석 여부였다. 콥데이는 기관투자자들과 애널리스트를 대상으로 KT가 여는 행사다. 그간의 실적을 설명하고 경영전략 등 청사진을 제시하는 자리다. 구 대표는 지난 2020년 3월 취임 이후 매번 이 행사를 직접 챙기며 '디지코(DIGICO)' 전략을 설명하고 투자자들의 동의를 구했다.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의 반대로 연임 여부가 안갯속 국면에 빠져든 최근에도 마찬가지다. 콥데이 참석여부를 저울질하다가 참석 쪽으로 방향을 잡은 듯 했으나 끝내 모습을 드러내진 않았다. 이날 오전 열린 KT 이사회에서 "공개경쟁 방식으로 대표이사 선임을 재추진하겠다"는 결정이 구 대표의 발길을 돌려세운 것으로 보인다.

KT는 보도자료를 내고 "구 대표가 차기 대표이사 후보 권리를 주장하지 않고 재차 공개 경쟁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했다. 이사회 결정에 구 대표도 동의했다는 걸 의미한다.

하지만 연임불가 입장을 공공연히 내비친 현 정부에 맞서기에는 구 대표의 부담이 컸을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난달에는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을 지낸 이강철 사외이사가 자진 사퇴를 하는 등 KT 지배구조에 모종의 변화가 감지됐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국민연금을 동원해 사실상 '노(No)'라는 시그널을 준 것"이라고 해석했다.

콥데이는 1시간여만에 끝났다. 실적발표는 김영진 KT 최고재무책임자(CFO)가 담당했고 인공지능과 자회사 투자 등의 얘기가 주로 오갔다고 한다. 정작 관심사였던 구 대표의 연임 여부는 화두가 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참석자들은 "대답하기 곤란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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