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차기 대표이사 선임 절차를 처음부터 다시 추진한다. 최대주주인 국민연금공단이 복수후보 경쟁 과정이 비공개로 진행됐다며 절차상 투명성을 지적한 데 따른 것이다. 앞서 최종 후보로 결정됐던 구현모 대표 또한 후보자 중 한 명으로 참여할 전망이다.
KT 차기 대표 선임, 다시 원점부터
KT 이사회는 9일 오전 전체회의를 열고 공개 방식으로 차기 대표이사 후보를 공모한다고 밝혔다. 기존에 진행하고 있던 대표이사 선임 절차는 중단된다. 앞서 KT 이사회는 지난해 말 구 대표를 단독 후보로 선출했는데, 이를 원점으로 되돌린 셈이다.
KT 지배구조위원회는 내일부터 오는 20일까지 사외 후보자군 지원서류를 접수한다. 지원자격은 ▲경영·경제에 관한 지식과 경력이 풍부하고 ▲기업경영을 통한 성공 경험이 있으며 ▲최고경영자로서의 자질과 능력을 갖추고 ▲정보통신분야의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보유한다.
또 공정한 심사를 위해 오는 16일까지 경제·경영, 리더십, 제휴·투자, 법률, 미래산업 분야 등 업계 전문가들로 인선자문단을 구성한다. 인선자문단은 정관상 요건을 고려해 사내·외 후보자를 검증해 사내·외 후보자를 압축하고 오는 28일까지 대표이사 후보 심사대상자를 선정한다.
이사회는 이해관계자 의견을 반영해 심사기준을 결정한다. 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회는 선정된 심사대상자를 상대로 면접 심사를 진행하는데, 이때 국내외 주주 등 이해관계자로부터 의견을 듣고 심사에 반영할 예정이다. 대표이사 최종 후보는 다음달 7일 최종적으로 확정된다.
선임 절차의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KT 사내이사진은 지배구조위원회, 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회, 이사회 등 심사 과정에 참석하지 않는다. 또한 사내·외 후보자 명단과 인선자문단 구성, 위원회·이사회 회의 결과도 투명하게 공개할 예정이다.
황제 연임·깜깜이 논란에…3번째 후보 심사
KT 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회는 지난해 11월 구 대표에 대한 연임 우선심사를 진행해 연임이 적격하다고 판정했다. 그러나 소유분산기업의 현직자 우선 심사 관행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자, 구 대표는 복수 후보에 대한 심사 가능성을 검토해 달라고 재차 요청했다. 지배주주가 없는 소유분산기업은 부적절한 장기 연임이 이어진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에 KT 이사회는 외부 공모 절차를 거쳐 지난해 말 구 대표를 차기 대표로 확정지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공모 기준 및 절차를 외부에 공개하지 않아 깜깜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최대주주인 국민연금공단(10.13%)은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는 경선의 기본 원칙에 부합하지 못하다"면서 공개적으로 반대에 나섰다.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달 30일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소유분산기업의 스튜어드십 코드가 작동되어야 한다"며 압박의 수위를 높였다.
정치권의 압박이 거세지자 KT는 원점에서부터 다시 공모에 나섰다. KT 이사회는 기존의 대표이사 선임 프로세스도 정관과 관련 규정에 따라 공정하게 운영됐으나 공개경쟁 방식 적용, 사외이사 중심의 심사, 심사결과 공개 등 투명성, 공정성, 객관성을 보다 강화했다고 강조했다.
KT 관계자는 "구 대표가 사회적 요구에 부합하기 위해 본인의 후보 권리를 부정하지 않고 공개 경쟁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면서 "대표 또한 후보자 중 한명으로 참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