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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KT CEO 감별사, 부끄럽지 않은가

  • 2023.03.02(목) 17:20

대표 후보 발표하자 여권 "즉각 중단"
정권교체 시기마다 CEO 수난사 반복

국민의힘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소속 의원들이 2일 "전체 지원자 33명 중 KT 출신 전 현직 임원 4명만 통과시켜 차기 사장 인선이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해버렸다"며 "KT 차기 대표 인선을 즉각 중단하라"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동안 국민연금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이제는 국회를 통해 전방위 압박에 나선 모양새다.

KT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최고경영자(CEO)가 바뀌는 수난을 겪었다. 전 정권과 연결되는 인사는 불명예 퇴진하고 그 자리엔 낙하산 인사가 들어앉는 일이 반복됐다. 정부 지분이 없는 민간기업임에도 '감 놔라 배 놔라'하며 인사에 개입하는 일이 잦았던 탓이다. '외풍에 취약한 기업'이라는 오명과 함께 'CEO 리스크'에 시달리는 것도 다반사였다.

2002년 민영화 후 20여년이 지났음에도 관치의 흔적은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구현모 현 대표를 두차례나 후보자로 확정해놓고도 최대주주인 국민연금과 정부, 여권이 불편한 기색을 보이자 선임 절차를 원점으로 돌린 것이 대표적이다.

벌써 세차례나 대표이사 선임 절차를 밟고 있지만, 구현모 대표가 빠진 이번 경선에서도 잡음이 흘러나오고 있다. 전현직 KT 출신 인사들을 대표 후보자로 선정하자 여당 의원들은 이들을 구 대표와 연결된 인사로 규정하며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검찰·경찰 수사 가능성까지 거론하고 나섰다. CEO 후보들을 쫓아내기에는 이만한 게 없다는 식으로 엄포를 놓은 것이다. 

정치권이 KT를 흔드는 동안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디지코(DIGICO·디지털플랫폼기업) 사업을 바탕으로 성과를 낸 구현모 대표가 연임을 포기한 다음 날인 24일엔 장중 52주 신저가를 경신했고, 지난달 27일에는 2만9950원으로 장을 마쳐 2021년 12월 이후 약 1년 3개월 만에 종가 기준 3만원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투자자들의 몫이 됐다.

챗GPT 등 인공지능이 전 세계의 화두가 된 시대다. 국회의원들이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된다며 CEO 감별사를 자처하는 건 시대 흐름을 거슬러도 한참 거스르는 행태다.

좋지 않은 선례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더욱 고약하다. KT는 객관적 검증을 하겠다며 외부 전문가로 구성한 인선자문단의 명단을 공개했다. 이도 저도 필요 없이 앞으로는 용산과 여당의 허락을 받고 CEO 후보를 추천해야 하는 건지 반문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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