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경림 현 KT그룹트랜스포메이션 부문장(사장)이 차기 KT 대표이사 후보자로 확정됐다. 윤 사장은 구현모 KT 대표와 함께 탈통신 전략인 디지코(DIGICO·디지털플랫폼기업) 사업을 이끌어온 인물이다. 다만 여권이 윤 사장을 '제2의 구현모'로 규정하고 반대 목소리를 냈던 만큼 주주총회에서 선임이 불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KT 이사회는 이사 전원 합의로 윤 사장을 차기 대표이사 후보로 확정하고, 정기 주주총회에 추천하는 안건을 결의했다고 7일 밝혔다. 이날 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회는 총 4인의 후보자를 대상으로 심층 면접을 진행하고 이사회에서 대표이사 후보 1인을 확정했다.
윤 사장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LG데이콤과 하나로통신을 거쳐 2006년 KT에 입사했다. 이후 KT에서 신사업추진본부장·미디어본부장·서비스개발실장 등을 역임한 윤 사장은 2011년 CJ그룹으로 자리를 옮겨 기획팀장 겸 경영연구소장을 지냈다.
그는 2014년 황창규 회장의 러브콜을 받아 KT로 복귀했다. 이후 미래융합전략실장과 글로벌사업부문장을 지내며 싱크탱크 역할을 했다. 2019년에는 현대차로 건너가 오픈이노베이션전략사업부장(부사장)을 지냈다 2021년 KT로 다시 돌아왔다. 이후 최고경영자(CEO) 직속인 그룹트랜스포메이션 부문장을 맡아 △그룹 경영 및 사업전략 △국내외 전략투자 △외부 제휴·협력 등을 이끌어왔다.
강충구 KT 이사회 의장은 "윤경림 후보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전문성을 바탕으로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서 KT가 글로벌 디지털플랫폼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미래 비전을 명확히 제시했다"며 "임직원들의 변화와 혁신을 이끌고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의 협력적 관계를 형성함은 물론, 기업가치 제고와 ESG경영 강화를 이끌 수 있을 것으로 평가받았다"고 전했다.
이어 "이사회는 궁극적으로 주주가치를 확대할 수 있는 최고의 적임자라고 판단했다"며 "윤경림 후보는 개방형 혁신을 통한 신성장 사업 개발과 제휴·협력 역량이 탁월하고, KT 그룹의 디지털전환(DX) 사업 가속화 및 인공지능(AI) 기업으로의 혁신을 주도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고 덧붙였다.
윤 사장의 대표 선임 여부는 이달 말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최종 확정된다. 다만 여권이 윤 사장이 이사회 현직 멤버라는 점을 두고 "심판이 선수로 뛰고 있는 격"이라며, '구현모 아바타'라고 비판 목소리를 냈던 만큼 최종 관문까지 도전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주주명부 폐쇄일 기준 10.13%)은 반대표를 던질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2대 주주인 현대차그룹(7.79%)과 3대 주주인 신한은행(5.58%) 역시 찬성표를 던지기는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윤 사장은 이날 소감문을 통해 "KT CEO 후보로 선정된 것에 대해 막중한 책임을 느낀다"며 "최근 정부와 주주의 우려를 충분히 공감하고 있으며, 후보자로서 주주총회 전까지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맞춰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소유분산 기업의 재배구조 이슈에 대해서도 "문제는 과감하게 혁신하고, 정부 정책에 적극적으로 동참함으로써 KT가 국민기업으로 역할에 충실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