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5G(5세대 이동통신) 중간 요금제 확대를 추진해 가계통신비 인하를 도모하고 있는 가운데 알뜰폰 업계 일각에선 도매 대가를 낮춰야 정책 실효성을 높일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20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해 5G 가입자 가운데 알뜰폰은 약 16만명으로 점유율이 0.6%에 그치고 있다.
SK텔레콤이 1339만명(48%), KT는 845만명(30%), LG유플러스의 경우 606만명(22%) 수준인 점과 비교하면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정부가 5G 중간 요금제 출시를 주문하고,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통신3사는 이에 화답하듯 기존보다 저렴한 요금제를 내놓고 있으나 알뜰폰의 성장에 따른 경쟁 활성화·요금 인하 경쟁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 셈이다.
통신3사가 내놓는 중간 요금제에 대한 소비자 반응도 그리 뜨겁지는 않다. 업계에 따르면 작년 11월 기준 중간 요금제 가입자는 전체의 1.6%(42만명)에 그친다.
통신3사의 가계 통신비 인하 동참으로 수익 약화에 대한 부담이 증가했음에도 실질적 변화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기존 중간 요금제의 구성이 5G 가입자 월평균 데이터 사용량에 미치지 못하고, 저가 요금제의 1GB당 요금이 고가 요금제보다 비싸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사정이 이렇다면 중간 요금제 출시뿐 아니라 알뜰폰의 경쟁력을 높여 시장 경쟁을 활성화하고 요금 인하 경쟁을 촉진하는 정책에도 관심을 보여야 한다는 주장이 알뜰폰 업계 일각에서 고개를 들고 있다.
특히 알뜰폰 업계는 도매대가의 조정을 요구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통신3사가 5G 중간 요금제에 높은 도매 대가를 책정하고 있기 때문에 알뜰폰의 5G 시장 진출이 가로막혔다"고 주장하면서 "이들이 기본료의 60%로 도매대가를 책정한 까닭에 경쟁력 있는 요금제 출시가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예를 들어 한 통신사가 도매 제공하는 요금제는 월 5만9000원에 24GB(속도 제한으로 추가 사용 가능)를 사용할 수 있는데, 알뜰폰 도매대가는 기본료의 60%인 3만5400원에 달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해당 통신사에서 온라인으로 이 요금제에 가입하면 월 요금은 4만2000원이 되고, 3회선을 결합하면 3만6000원까지 저렴해진다고 한다.
알뜰폰 사업자들이 이익을 남기기 위해 월 3만원 후반대에서 4만원 중반대에 해당 요금제를 팔고 있는 현실을 고려하면, 통신 소비자들은 알뜰폰보다 저렴하게 이용 가능한 기존 통신사를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다만, 알뜰폰 업계의 이같은 주장은 지난해 말부터 크게 조명된 '알뜰폰 성장세'를 보면 단번에 이해하긴 어렵다. 지난해 알뜰폰 전체회선은 1263만8794건을 넘는 등 통신 시장에서 자리를 잡았다는 평가다.
그러나 알뜰폰이 지난해 1000만 가입자를 훌쩍 넘은 것은 사물인터넷(IoT) 회선이 크게 증가해 전체의 43%를 차지한 영향이라는 반박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알뜰폰이 5G 시장에서 경쟁 촉진의 역할을 수행하려면, 단기적으로 5G 중간 요금제를 합리적 수준에 도매제공해야 한다"며 "장기적으로는 도매대가 산정 기준을 개선해 더욱 저렴하고 다양한 요금제를 출시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