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우리 생각보다 굉장히 특이한 분이라 선관위를 장악하러 나선 것이지, 계엄군은 일반적으로 언론과 통신을 먼저 장악하려는 기도가 있는 게 정상인데, 통신과 언론을 장악하라는 지시가 내려왔을 때 김태규 방통위원장 직무대행은 어떻게 하실 겁니까?"(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9일 오전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는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과 이에 대한 국회의 저지 이후 혼란스러운 탄핵소추 정국이 고스란히 반영됐다. 이준석 의원이 김태규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직무대행을 상대로 "만약에 통신을 차단하라, 언론에 대해 적극적 검열조치하라는 지시가 내려오면 어떻게 대응하겠냐"고 질의한 것이 대표적이다.
김 대행이 "글쎄요. (가정적인) 그 부분에 대해서는…"이라며 즉답을 피하자, 이 의원은 "계엄에 의해 정보 유통이 막히는 상황이 되면 산업이 무너지고 대한민국 국체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며 "부당한 명령이 발생하면 직을 걸고 막아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김 대행은 "예"라고 짧게 답했다.
이날 과방위는 민간 독립기구인 방송통신심의원회를 장관급 국가기관으로 바꾸고 위원장 탄핵소추·해촉 등을 의결할 수 있도록 하는 '방통위설치법 개정안' 심사에 나섰으나, 이후로는 김태규 직무대행을 상대로 비상계엄과 관련한 질의 위주로 진행됐다.
이런 까닭에 산적한 과방위 소관 법안들은 뒷전으로 밀리는 형국이 예상되고 있다. 박민규 의원(더불어민주당)은 "과방위 법안 1소위 계류 법안이 27개에 달한다"며 "내란으로 인해 국정이 난맥상이지만 국회라도 안정적으로 할 일을 한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호소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1소위원장(과학기술원자력법안심사소위원장)을 맡고 있는 최수진 의원(국민의힘)과 연락이 닿지 않는다며 소위원장 변경을 최민희 과방위원장에게 요청하기도 했다. 다만 이준석 의원은 "대통령 탄핵 표결이 조기에 해결돼야 국민들이 생업에 종사할 수 있게 되겠지만, 국힘 의원들이 너무 곤란한 상황에 몰리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면서 "순차적으로 했으면 좋겠다"며 대안을 제시했다.
이와 함께 인공지능(AI) 기본법, 단통법 폐지안, 알뜰폰 시장 점유율 규제안 등 정보통신기술(ICT) 산업 관련 법안들의 국회 논의도 후순위로 밀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산업계는 이같은 미래 불확성 증대에 따른 대응뿐 아니라 네트워크 관리와 같은 기본 업무와 관련한 대응에도 숨죽이고 있는 실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과방위 민주당 측이 오는 14일로 예정된 탄핵시위 당일에 통신망을 증설해달라는 요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통신사들이 네트워크 문제에 대응하지 않을 것은 아니겠지만, 그렇다고 공식적으로 답할 경우 반대 측으로부터 항의도 우려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