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내 정보보호산업 육성 전략의 밑그림을 공개했다. 내수 중심의 경직된 시장구조와 보안시장 투자 미흡 등을 위기로 보고 2027년까지 관련 예산 1조1000억원을 투입하는 한편 1300억원 규모의 사이버보안 펀드를 조성하는 게 골자다.
5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정보보호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 전략'을 발표했다.
홍진배 과기정통부 네트워크정책실장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한 언론 브리핑에서 "글로벌 사이버 보안시장을 선점하려는 선도 기업들의 치열한 경쟁이 가속화되고, 세계 주요국도 자국의 정보보호산업 수준이 곧 안보와 직결된다는 인식 아래 국제협력과 산업육성 정책을 경쟁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사이버보안 패러다임 전환을 선점할 발빠른 대책이 필요하다"고 그 취지를 설명했다.
이를 위해 과기정통부는 보안 패러다임 전환 주도권 확보 및 새로운 시장 창출, 협업 기반 조성을 통한 신흥시장 진출 강화, 글로벌 공략을 위한 산업 생태계 확충, 차세대 정보보호 기술 경쟁력 확보 등 4개 추진 전략을 추진하기로 했다.
사이버 보안에선 K-유니콘 전무…"1곳이라도"
정부는 먼저 2027년까지 1300억원 상당의 사이버보안 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국내 사이버보안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을 육성하겠다는 계획이다. 당장 내년에만 200억원이 투입된다.
지난 2019년부터 올해까지 글로벌 유니콘 증가 업종 순위를 보면 핀테크, 인터넷 소프트웨어(SW)·서비스에 이어 사이버보안이 3위다. 그런데도 한국은 보안 유니콘이 전무하다.
이에 과기정통부는 민관합동으로 사이버보안 펀드를 조성해 민간투자의 마중물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펀드 결성액의 절반 이상을 인공지능(AI) 및 제로 트러스트 등 유망 분야 스타트업이나 기업 간 인수합병(M&A)을 통한 스케일업 지원에 투자하도록 유도한다.
홍 실장은 "솔직히 말하자면 1곳(의 유니콘)이라도 잘 만들어보자는 게 기본 목표"라며 "펀드 금액으로 국내 스타트업들의 얼라이언스(Alliance)를 통해 새로운 뿌리를 탄탄히 만들어 보자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물리적으로 정보와 인명, 시설을 보호하는 '물리보안'에도 공을 들이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연구개발(R&D)로 국산화된 폐쇄회로(CC)TV 반도체칩(SoC)의 보급을 확대하고, 2세대 반도체 칩을 양산해 국산 제품의 세계 시장 점유율을 늘려나가겠다는 복안이다. 또한 지문‧안면 중심 생체인식 성능평가 분야를 정맥 및 홍채 등으로 확대하고, AI 등 신기술을 활용, 관련 데이터를 60만건 이상 대량 구축해 생체인식 물리보안 시장 확대를 견인한다.
홍 실장은 "물리보안 시장의 최근 2년간 데이터를 보면 연 단위로 수천억원씩 성장할 정도로 굉장히 급성장하고 있다"며 "지금 2세대 칩의 경쟁력이 굉장히 좋은데 그거에 대한 R&D에도 꾸준하게 투자해서 2세대 반도체 칩에 대한 투자도 집중적으로 지원해 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정보보호산업, 2027년까지 30조 시장으로"
정부는 민간주도형 전략적 협업 추진연대인 'K-시큐리티 얼라이언스'도 구성한다. 이를 통해 공동·협업형 통합보안 사업화 모델, 표준화 및 상호운용성 확보 등을 유도한다.
우리 기업의 해외 시장 진출을 돕기 위해 중동 거점을 사우디로 재편하는 한편, 베트남 거점 신설도 추진한다.
아울러 정보보안 산업의 시설 확충, 펀드 조성, 인재양성에도 팔을 걷어붙인다. 이를 위해 보안 스타트업 육성(판교), 지역 보안산업 강화(부·울·경), 글로벌 시큐리티 클러스터(송파)로 구성된 'K-시큐리티 클러스터 벨트'를 만들고, 해외거점과 연계해 양질의 현지 인력을 확보하고 제품개발 및 현지화까지 연결하는 'K-시큐리티 랩'을 구축한다는 설명이다.
보안 패러다임 전환을 기회 삼아 주도권 확보와 신시장 창출에도 나선다. '제로 트러스트 전환로드맵'을 수립하고 통신·금융·의료 등 기반 분야를 중심으로 시범사업 등을 벌여 보안 패러다임 전환을 강화한다. 또 SW 구성명세서(S-SOM) 기반 SW 공급망보안 체계를 구축해 보안SW와 의료SW 등 파급력이 높은 분야 대상 공급망 보안관리를 지원한다.
미래형 융합보안 시장을 개척하기 위한 작업도 본격 추진한다. 융합보안 내재화를 위해 기존 보안리빙랩을 스마트헬스케어·자율주행차·스마트공장 등 핵심분야 중심으로 특화 개편하고, 이를 기반으로 보안인증 내재화 프로세스를 마련한다.
차세대 정보보호 기술 경쟁력 확보 또한 꾀한다. 미래 도전, 기술·산업 선도, 안보투자 등 R&D 영역별 '선택과 집중'의 전략적 투자로 성과를 극대화한다는 계획이다. 또 미국·독일·핀란드 등 사이버보안 선도국과 공동 연구를 통해 글로벌 수준의 기술을 확보하고, 동남아·중동 등 주요 신흥시장을 전략적으로 공략하기 위한 신흥국 지원 연구도 신규 추진한다.
이를 통해 정부는 2027년까지 국내 정보보호산업 시장규모를 30조원으로 키우겠다는 목표다. 이는 세계 5위권에 해당하는 규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