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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제약업계 불법리베이트와 유명무실한 ISO37001

  • 2023.12.04(월) 07:00

올해 비보존·안국·JW중외 등 불법 리베이트 적발
전직원 윤리경영 동참 및 내부심사원 역할 중요

곰팡이가 핀 벽을 가리기 위해 그 위에 새 벽지를 발라도 시간이 지나면 새 벽지 위로 다시 곰팡이가 올라온다. 곰팡이는 당장 눈 앞에 보이지 않아도 근본적인 원인을 제거하지 않으면 아토피, 비염 등을 유발하며 사람들의 건강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도 불법 리베이트가 업계를 좀먹고 있다. 올해도 다수 제약사들이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했다가 적발돼 대중의 공분을 샀다. 

올해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했다가 적발된 제약기업은 비보존제약(구 이니스트바이오제약), 안국약품, JW중외제약 등이다. 비보존제약은 지난 2016년 8월부터 2019년 7월까지 3년동안 서울의 병·의원에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했다가 적발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지난 8월 과징금 300만원 처분을 받았다. 비보존제약은 영업사원에게 판촉비로 영업활동비를 지급했고 영업사원들은 허위영수증을 끊어 영업활동비를 청구하는 방식으로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한 것으로 확인됐다. 

안국약품도 같은 달 공정위로부터 의약품 처방 유지 및 증대를 위해 병의원 및 보건소에 현금과 물품을 제공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5억원을 부과받았다. 안국약품은 지난 2011년 11월부터 2018년 8월까지 의약품 판촉을 목적으로 매년 수십억원의 현금을 영업사원의 인센티브 명목으로 지급하고 영업사원들은 전국 의원 및 보건소 의료인 등 84명에게 현금 62억원, 물품 27억원 등 총 89억원의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했다. 안국약품측은 불공정 거래행위로 올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경영 및 영업 관리 시스템을 개선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JW중외제약은 그동안 불법 리베이트 적발된 기업 중 역대 최고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공정위에 따르면 JW중외제약은 지난 2014년 2월부터 2023년 10월 현재까지 제조·판매하는 62개 품목의 의약품 처방 유지 및 증대를 위해 전국 1500여개 병·의원에 약 70억원 상당의 경제적 이익을 제공한 혐의다. 공정위는 JW중외제약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298억원을 잠정 부과하고 법인과 대표이사를 검찰에 고발했다. 

JW중외제약의 과징금이 다른 기업에 비해 과도한 이유는 지난 2021년 개정된 '과징금부과 세부기준 등에 관한 고시' 및 '공정위 소관 8개 과징금 고시'가 반영됐기 때문이다. 개정된 고시에는 중대한 위반행위에 최대 2배까지 과징금을 상향할 수 있도록 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대해 JW중외제약은 공정위 처분이 불합리하고 형평성을 상실했다고 주장하며 행정소송으로 대응에 나설 계획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정부는 불법 리베이트를 근절하기 위해 리베이트 약가인하 연동제, 리베이트쌍벌제, 리베이트 투아웃제, 부정청탁금지법(김영란법), 경제적 이익 지출보고서 작성 의무화 등을 도입하며 온갖 노력을 기울여왔다. 제약업계도 정부 기조에 맞춰 공정경쟁, 클린경영을 위해 각 기업별로 노력을 기울여왔지만 오랜기간 이어져온 관행은 암암리에 지속됐다. 

이에 국내 제약바이오 단체인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지난 2017년부터 국제표준인 ISO37001(반부패경영시스템)을 도입했고 다수 기업들이 앞다퉈 인증을 받아 지난 7월 기준 62개 제약사가 ISO37001 인증을 받았다. 이번에 적발된 안국약품과 JW중외제약은 한국컴플라이언스인증원으로부터 각각 2018년 11월과 6월에 ISO37001 인증을 받았다. JW중외제약의 경우 ISO37001 인증 이후에도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한 셈이다.

앞서 식약처가 2017년부터 2021년까지 5년간 적발한 불법 리베이트 사례 총 35건 중 ISO37001 인증을 받은 기업의 리베이트 건수는 22건에 달했다. ISO37001 인증 기업들의 불법 리베이트가 지속해서 적발되면서 ISO 인증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든다.

ISO37001은 세계 162개국이 참여한 국제표준화기구(ISO)가 지난 2016년 10월 제정한 반부패경영시스템이다. 조직에서 반부패 경영시스템을 수립·실행·유지·개선하기 위한 요구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ISO37001 인증 절차, /그래픽=비즈워치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기업 활동 중 발생할 수 있는 접대와 선물, 리베이트 등 뇌물수수를 방지하는 전사적 시스템을 갖추도록 요구한다. 정보보호 정책과 물리적 보안, 접근 통제, 법적 준거성 등 14개 관리영역 114개 항목에 대한 적정성 평가를 모두 통과해야 한다.

특히 ISO37001 인증 기업들의 불법 리베이트가 계속 이뤄지고 있다는 건 기업 내 내부심사원들이 △부서별 뇌물리스크 분석 및 심사 △부패방지경영시스템 운영프로세스 점검 및 관리 △교육훈련 및 문화확산 등의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데 이 역할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걸 방증한다. 

집안에 생긴 곰팡이를 뿌리뽑기 위해서는 우선 곰팡이를 전부 제거한 후 곰팡이의 원인이 되는 결로, 누수 등의 문제를 해결한 후 새 벽지를 발라야 한다. 제약업계의 불법 리베이트를 뿌리뽑기 위해서는 ISO37001 시스템이라는 새 벽지에 곰팡이가 슬지 않도록 경영진과 전직원들이 윤리·준법 경영에 동참하고 내부심사원들의 감시·관리 역할을 통해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제약업계에 ISO37001 인증이 본격화된 지 올해로 7년이 됐다. 앞으로는 ISO37001 시스템에 근거한 경영을 통해 제약업계가 '불법 리베이트 온상'이라는 오명을 벗고 '윤리경영'이 산업 전반에 자리잡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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