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의료계가 의대정원 증원을 두고 팽팽히 대립 중인 가운데 제약사들의 불법 리베이트 적발로 사태가 확산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21일부터 오는 5월20일까지 2개월간 의약품·의료기기 불법 리베이트 집중신고기간을 운영한다고 밝히면서다.
정부는 의료 취약지역의 의사 인력을 전국 평균 수준으로 맞추고 고령화로 인한 의료수요 증가를 고려해 2035년까지 총 1만명의 의사를 배출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현재 의대 정원 3058명에서 2025학년도에 2000명을 증원해 총 5058명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지역별로 서울은 0명, 경기도·인천 361명, 비수도권 1639명 등이 배정됐다.
의료계는 의대정원 증원을 강력히 반대하는 입장이다. 필요한 의료 교육시설이나 환경이 조성되지 않은 상황인 만큼 급진적인 증원이 아닌 순차적으로 증원해야 하고 의료비용 증가, 의료서비스 질 저하 등이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의료계는 범의료계대책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서울 용산에 위치한 대통령실 앞에서 의대정원 증원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고 있고 전국 의대와 지역 의료단체들도 시위에 참여하고 있다. 또 서울 대형병원 전공의들이 집단으로 사직서를 제출한데 이어 오는 25일 전국 의대 교수들도 집단 사직을 예고한 상태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립이 제약사에 불똥이 튀게 된 건 제약사 직원이 의사 집회에 동원되는 등 의료 현장에서 불법 리베이트가 이뤄지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다. 불법 리베이트는 의약품 공급자(제약사, 도매상), 의료기기사(제조·수입·판매(임대)업자)가 의약품·의료기기 판매촉진을 목적으로 허용된 경제적 이익 이외에 의료인 등에게 금전, 물품, 편익, 노무, 향응, 그 밖의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는 행위 및 의료인 등이 수수하는 행위를 말한다.
구체적인 사례로 금전이나 물품 외에 의사와 제약사 영업사원의 지배적 관계에 의해 제약사 직원이 △지방 출장 대리운전 △가족행사 참석·보조 △의사단체 집회 참석 △학회·예비군 대리 출석 △음식 배달 △창고 정리 △심부름 등 의사에 편익이나 노무를 제공하는 것도 불법 리베이트에 해당한다.
불법 리베이트 특성상 내부신고가 아니면 적발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에 복지부는 신고접수 단계부터 철저한 비밀보호와 신분보장, 불이익 사전예방, 신변보호를 통해 신고자가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보호한다는 방침을 내세웠다. 또 불법행위에 가담했더라도 처벌이 감면되도록 책임감면을 적극 적용하고, 신고에 따라 부당이익이 환수되는 등 공익에 기여하는 경우 최대 30억원의 보상금 또는 최대 5억원의 포상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이처럼 정부와 의료계의 분쟁이 제약업계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면서 제약단체도 내부 단속에 나섰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최근 회원사들을 대상으로 "직접적 이해관계가 없는 영업사원이 외부 강압으로 참여해 회사와 개인이 큰 피해를 입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해 달라"는 공문을 전달하기도 했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제약 영업활동은 영업사원 개인의 역량에 따라 이뤄지고 있어 실제 집회에 참여한 직원들이 있는지 파악이 어렵다"면서 "제약사 입장에서는 정부나 의료계 어느 한쪽 편에 서기 어려워 난감한 상황"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