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이더리움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를 사실상 승인했다. 비트코인에 이어 알트코인(비트코인이 외 가상자산) 대장주인 이더리움까지 제도권으로 편입되면서, 금융당국의 가상자산 현물 ETF허용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돌아선 SEC…미 대선 영향 미쳤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23일(현지시간) 블랙록, 그레이스케일, 피델리티 등 8개 자산운용사가 제출한 이더리움 현물 ETF 상장 심사 요청서(19b-4)를 승인했다. 자산운용사들이 SEC로부터 S-1(증권신고서) 승인을 받으면 정식으로 미국 증권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게 된다.
단 비트코인 현물 ETF 때와 달리 시장에서 실제로 이더리움 현물 ETF를 거래하기까지는 수 개월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통상적으로 S-1 승인에는 3개월 이상 소요되기 때문이다. 시장은 이더리움 현물 ETF 거래가 하반기에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물 ETF 거래가 시작되면 수십억 달러의 자금이 유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달 초까지만 하더라도 당장 이더리움 현물 ETF 승인이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론이 우세했다. 비트코인과 달리 공급량이 무한한 이더리움의 특성상 '증권'으로 간주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그러나 SEC가 운용사에 ETF 승인 필요서류를 제출하도록 요청하면서 전망이 바뀌었다.
단기간에 SEC의 태도가 변한 것은 정치적 요인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이 대선을 앞두고 '친(親) 가상자산' 행보를 보이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의식해 가상자산 규제 완화에 나섰다는 것이다. 증권사들은 이더리움 현물 ETF에서 스테이킹 기능을 제외해 증권성 논란을 최소화했다. 시장에서는 이더리움에 이어 테더, 솔라나 등 알트코인 기반 현물 ETF가 승인될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韓 비트코인 현물 ETF 거래 열리나
이더리움 ETF를 승인하면서 국내 가상자산 현물 ETF 거래가 허용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국내 투자자들은 현재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현물 ETF 거래가 불가능하다. 금융당국이 자본시장법에서 규정한 기초자산에 가상자산이 해당되지 않는다는 유권해석을 내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총선 공약으로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을 내걸었던 만큼 변화의 기류가 감지된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를 위해 다음달 현물 ETF와 관련해 유권 해석을 재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오는 7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으로 가상자산이 제도권에 편입되면 현물 ETF와 관련한 공론화 장이 열릴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그는 최근 SEC를 방문해 게리 렌슬러 의장을 만나 비트코인 현물 ETF와 관련해 의견을 나누기도 했다.
장경필 쟁글 리서치센터장은 "해외 ETF 투자를 법적 근거 없이 마냥 금지할 수 없다. 이는 해외 운용사의 수익에만 긍정적인 영향을 주게 된다"면서 "규제기관이 이더리움까지 새 자산으로 인정하고 자금이 유입된다면 비트코인 현물 ETF 도입에 대한 논의가 가속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불장' 예상에 국내 거래소도 호재
국내 가상자산거래소에도 이더리움 현물 ETF 승인은 반가운 소식이다.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과 반감기가 겹쳐 비트코인 가격이 1억원을 돌파하면서, 거래소들은 올해 1분기 예상 밖의 호실적을 거뒀다.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동기대비 58.4% 늘어난 3356억원을, 빗썸을 운영하는 빗썸코리아는 283% 늘어난 621억원을 기록했다
이더리움 가격은 지난 21일 SEC가 각 운용사에 ETF 상장 심사 요청서를 수정하도록 요청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20% 가까이 급등했다. 가상자산 '대장주'인 비트코인의 가격도 소폭 상승했다. 현물 ETF 통과 직후에는 큰 폭의 상승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데, 비트코인 ETF 때처럼 승인에 대한 기대감이 선반영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증권가와 가상자산업계는 비트코인 가격이 장기적으로 우상향할 것으로 전망했다. 홍성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이더리움 현물 ETF도 시가총액에 비례하는 수준으로 자금 유입이 된다면 이더리움 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