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코인 시장의 최대 관심사인 미국 이더리움(ETH)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출시는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ETF 승인 여부를 판가름할 증권성 논쟁이 법정 다툼으로 격화되면서 최종 승인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이더리움 ETF 승인 여부는 오는 23일(이하 현지시간) 결정난다. 지난해 11월 자산운용사 반에크가 처음 ETF를 신청했으며 SEC는 현재 심사를 진행 중이다. 반에크 외에도 블랙록, 피델리티 등 총 9개사가 이더리움 ETF를 신청했다.
연초 비트코인(BTC) ETF가 승인나면서 1분기까지만 해도 시장은 이더리움 ETF 승인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하지만 최근 SEC가 증권성 이슈를 부각시키면서 투자업계와 전문가들은 5월 승인 가능성을 접었다.
로이터는 최근 시장 전문가들의 발언을 인용해 "이더리움 ETF를 신청한 자산운용사들이 규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SEC는 구체적인 우려사항을 명시하거나 관련 내용을 질문하지 않는 등 승인 거부를 암시했다"며 "SEC가 최종 심사에서 승인을 거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단일기업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는 IT기업 마이크로스트래티지 회장 마이클 세일러도 지난 2일 "SEC는 이더리움을 증권으로 분류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저스틴 선 트론(TRX) 창시자도 "솔직하게 얘기하자면 5월 미국에서 이더리움 ETF는 승인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법정 간 증권성 논쟁…"올해내 결론 안날듯"
이더리움 ETF 승인에 제동이 걸린 것은 미국 당국이 이더리움을 증권으로 보기 때문이다. 앞서 리플(XRP)도 증권성 논란이 일었으며 SEC는 비트코인을 제외한 거의 모든 가상자산을 증권으로 보고 있다.
게리 갠슬러 SEC 위원장은 과거 "비트코인은 금이나 은과 같은 비증권 상품이기 때문에 ETF 출시를 승인했다"며 "하지만 대부분 가상자산은 증권으로 증권법의 적용을 받는다"고 밝힌 바 있다.
SEC는 비트코인은 채굴로 얻어지는 상품으로 금, 원유처럼 발행사가 별도로 없는 투자 자산으로 판단한다. 비트코인은 수요와 공급으로 가격이 정해지고 투자에 따른 이자나 배당 등 보상이 없다. 하지만 이더리움은 지분증명(PoS) 방식으로 컴퓨터를 통한 채굴 대신 일정량 이상 이더리움을 보유하면 보상을 얻을 수 있어 증권성을 띤다고 본다.
이러한 판단으로 SEC는 지난해 이더리움과 관련된 기업과 개인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고 최근에는 이더리움 월렛 '메타마스크' 운영사 컨센시스에 증권법을 위반했다며 사전해명을 통보했다.
이에 컨센시스는 즉각 맞소송에 나섰다. 컨센시스는 지난달 25일 연방법원에 소장을 제출하면서 이더리움이 증권 성격을 갖지 않아 SEC 관할에 속하지 않는데 SEC가 자사를 '미등록 증권 제공업체'로 간주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과거 SEC가 비증권성을 인정한 바 있고,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도 이더리움을 상품으로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 당국과 업계 간 증권성 논쟁이 격화되면서 이더리움 ETF 승인이 올해 안에 불가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투자은행 TD코웬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법적 다툼이 끝나는데 몇 년이 소요될 것"이라며 "SEC가 2025년 전에 이더리움 ETF를 승인할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