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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제약사들이 줄줄이 파킨슨병 신약 개발에서 실패한 가운데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파킨슨병 신약 개발 도전은 계속되고 있다.
파킨슨병은 뇌의 흑질 부위에서 신경세포가 서서히 소실되는 퇴행성 질환이다. 도파민이 감소하면서 떨림, 경축, 보행장애 등 운동장애가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치매 다음으로 흔한 퇴행성 뇌 질환으로 꼽힌다.
치매와 마찬가지로 현재까지 신경계 퇴행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치료제는 없으며 감소하는 도파민을 보충해 증상을 완화하는 수준에 그친다. 1960년대 세계에서 처음으로 개발된 파킨슨병 치료제인 로슈의 '마도파정(성분명 레보도파)'은 도파민의 농도를 높여주는 기전으로, 현재까지 가장 효과적인 약제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장기간 도파민 제제를 복용할 경우 내성과 이상 운동증 유발 등 부작용 문제가 있어 장기 사용이 어렵다. 이밖에 도파민 효현제, 모노아민산화효소억제제, 아만타딘 등이 파킨슨병 치료에 쓰인다.
로슈, 애브비, 바이오젠 등 내로라 하는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끊임없이 파킨슨병 신약 개발에 뛰어들었지만 고배를 마셨다. 국내에서는 펩트론, 디앤디파마텍에 이어 부광약품도 최근 임상2상에서 유효성 입증에 실패했다. 부광약품은 1차 지표 달성은 실패했지만 임상2상 하위분석을 통해 임상자료를 보강하고 기술이전 등의 가능성을 검토할 계획이다.
현재 국내에서 파킨슨병 신약을 개발 중인 곳 중 가장 앞서있는 건 메디헬프라인의 'WIN-1001X'다. WIN-1001X는 뇌신경 세포를 보호하고 도파민 분비를 정상화할 수 있는 오토파지(세포가 살아가는 데에 있어서 불필요한 세포 구성 성분을 스스로 파괴) 활성을 유도하고 신경세포 사멸을 억제하는 기전의 파킨슨병 치료제다. 지난 2018년 보건복지부의 첨단의료기술개발 사업에 선정돼 정부 지원을 받았으며 현재 국내 임상3상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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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른 국내 기업들이 개발 중인 파킨슨병 신약은 대부분 임상2상 단계에 있다. 다수 파킨슨병 신약 후보물질들이 임상2상에서 개발에 실패할 만큼 가장 문턱을 넘기 어려운 개발단계로 꼽힌다.
바이오벤처 기업인 글라세움은 올해 초 'HSG4112'의 파킨슨병 치료에 대한 임상 2a상 시험계획을 승인받고 개발을 진행 중이다.
글라세움은 HSG4112를 비만, 비알코올성 지방간염, 고지혈증, 고혈압 등 심혈관 질환치료제로 개발 중이며 지난 2022년 대원제약에 비만치료제로서 개발, 허가, 판매 권한을 이전한 바 있다. HSG4112는 감초 성분 중 하나인 '글라브리딘'의 화학구조를 변경한 물질로, 세포 내에서 'PON2 단백질'을 통해 미토콘드리아의 기능을 개선해 활성산소를 제거하고 산화적 스트레스와 염증을 줄여주는 것이 특징이다.
*임상 2a상은 용량별 치료 효과와 안전성을 확인하고, 2b상은 2a상에서 가장 최적의 치료효과를 낸 단일 용량에 대한 치료 유효성을 확인한다.
카이노스메드는 미국에서 'KM-819'의 임상2상을 진행 중이다. KM-819은 도파민 분비 신경세포의 사멸에 관여하는 'FAF1(Fas-Associated Factor1)'이라는 단백질 기능을 타깃으로 한다.
엠테라파마도 미국 임상1상을 통해 안전성과 내약성을 확인, 지난해 미국에서 'MT101' 임상2a상 시험계획을 승인받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임상2상을 성공적으로 마치면 기술이전을 추진할 계획이다. 에스바이오메딕스는 뇌 신경세포를 환자 뇌에 이식하는 파킨슨병 치료제 'TED-A9'의 임상1상과 2a상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뉴론과 한올바이오파마, 대웅제약은 도파민 신경세포의 생성을 촉진하는 단백질 인자인 'Nurr1'을 활성화해 파킨슨병 증상을 개선하는 'HL192'를 공동개발하고 있다. 현재 캐나다에서 임상1상을 진행 중이다. 에이비엘바이오의 혈뇌장벽 투과능을 높인 알파시누클레인 결합 이중항체 'ABL301'은 미국에서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다.
파킨슨병 치료제 개발에 새롭게 뛰어든 곳도 있다.
신신제약은 지난해 말 보유하고 있는 경피 약물전달 기술로 기존 경구제형 치료제를 피부 흡수를 통해 신체에 전달하는 파킨슨병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었다. 회사는 개발에 성공할 경우 약 복용이 어려운 파킨슨병 환자들의 복약 순응도와 편의성을 높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노보렉스는 '단편 화합물 기반 신약 개발(FBDD)' 기술을 통해 파킨슨병 치료제를 개발 중이며 올해 전임상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파킨슨병 환자는 지난 2018년 10만5882명에서 2022년 12만명을 넘어서며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하지만 파킨슨병 치료제는 아직까지 근본적인 치료가 가능한 약제가 없고 그나마 증상을 완화해주는 오리지널 의약품도 국내 시장에서 철수하는 추세다. 2021년에는 MSD의 시네메트, 지난해에는 로슈의 마도파정과 베링거인겔하임의 미라펙스서방정이 국내 공급을 중단했다. 제네릭 출시로 약가가 대폭 인하되면서 채산성 악화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파킨슨병은 아직까지도 명확한 원인과 기전이 밝혀지지 않았고 다양한 증상이 동반돼 효과적인 치료제 개발이 어렵다"면서도 "국내에서도 효과적이고 안정적으로 파킨슨병 치료에 사용할 수 있는 신약 개발에 성공한다면 환자들의 치료 옵션 폭이 넓어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