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허가받은 품목만 수백개에 달하는 치매 치료제 경쟁은 더욱 심화하고 있다. 기존 치매 치료제 성분의 용량을 늘리거나 두 가지 성분을 복합한 품목들이 올해 잇따라 승인받으면서다.
치매를 일으키는 원인은 다양한데 이 중 50~70%가 퇴행성 뇌 질환인 알츠하이머병이 원인이다. 전세계에서 알츠하이머·치매 치료에 사용되고 있는 주요 성분은 도네페질, 메만틴, 갈란타민, 리바스티그민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성분의 오리지널 의약품은 도네페질은 에자이의 '아리셉트', 메만틴은 룬드벡의 '에빅사', 갈란타민은 얀센의 '레미닐', 리바스티그민은 노바티스의 '엑셀론'이다.
24일 비즈워치가 이들 품목의 국내 허가 현황(용량별 포함, 허가취소·유효기간 만료 제외)을 집계한 결과, 도네페질 성분 의약품은 332개, 리바스티그민 95개, 메만틴 91개, 갈란타민 12개 품목이었다. 이들 품목은 오래전에 특허가 만료돼 제네릭 경쟁이 이미 치열한 상황이었다.
국내에서는 도네페질과 메만틴이 주로 많이 처방되고 있으며 지난해 연간 처방액은 도네페질 약 3000억원, 메만틴 약 550억원이었다.
이 중 올해 신규 허가를 받은 품목만 20여개에 달한다. 지난 23일 일동제약, 알리코제약, 환인제약, 고려제약, 영진약품, 한국휴텍스제약 등 6곳이 도네페질과 메만틴 복합제를 일제히 허가받았다. 해당 품목들은 지난 10월 현대약품이 먼저 허가를 받은 것과 동일한 품목으로, 7개사가 공동 개발한 품목이다. 올 상반기에는 메만틴의 고용량 품목 14개가 허가를 받았다.
이들 품목은 복약 편의성을 개선한 것이 특징이다. 그동안 중증 알츠하이머 치료에 도네페질과 메만틴 병용요법이 임상적 이점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2개 품목을 같이 처방하는 경우가 많았다. 복합제 허가를 통해 앞으로는 단 1알만 복용할 수 있게 된 셈이다. 또 고용량 메만틴은 1일 2회 복용해야 했던 기존 품목의 용량을 늘려 1일 1회 복용이 가능해졌다. 도네페질과 메만틴 품목의 영업·마케팅이 기존 치료제 대비 경쟁력이 높아진 것이다.
특히 국내에서 경·중증 치매뿐만 아니라 치매 예방, 경도인지장애 등 치매 전 단계에 두루 사용되는 콜린알포세레이트(오리지널 의약품 글리아티린) 성분과 복합 처방으로 우위를 선점할 수 있다. 세계적으로 아직까지 치매를 완치할 수 있는 치료제는 없고 원인도 명확히 밝혀지지 않아 치매를 늦추거나 인지 개선 효과가 확인된 성분들을 복합적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콜린알포세레이트 처방액은 약 5700억원으로, 도네페질이나 메만틴보다 시장이 더 컸다.
도네페질과 메만틴 영업시 타사 콜린알포세레이트에서 자사 콜린알포세레이트로 묶음 처방을 유도할 수 있는데 실제로 올해 도네페질과 메만틴 개량신약을 허가받은 제약사들 대부분이 콜린알포세레이트 품목을 보유하고 있다. 다만 콜린알포세레이트 성분은 효능 논란에 휩싸이면서 경도인지장애는 내년 3월, 알츠하이머는 내년 12월까지 임상결과를 통해 국내 보건당국에 유효성을 입증해야 한다. 입증하지 못할 경우 처방이 제한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점차 고령화가 심화되고 있고 비교적 젊은 40-50대에서의 치매 발병율도 높아지고 있어 치매 치료제 시장 규모는 계속 커질 것"이라며 "기존 치료제로 처방이 지속되는 상황 속에서 같은 성분이라면 복약 편의성이 높은 품목들로 처방이 스위칭(교체)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