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국내 바이오텍, '신약개발' 뭔 돈으로

  • 2024.09.04(수) 06:00

지놈앤컴퍼니 등 건기식 수익모델 구축
"글로벌 경쟁 위해 재원 한계 극복해야"

자체 수익모델을 구축하는 방법으로 신약개발 자금을 확보하는 국내 바이오텍(신약개발사)이 늘고 있다.

지놈앤컴퍼니는 현재 자사의 화장품 브랜드 '유이크'의 일본시장 진출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달 일본의 한 대형백화점에서 진행한 팝업스토어에는 1만여명이 방문했다. 또 팝업을 함께 진행한 17개 국내 브랜드 중에서 매출액 1위를 달성했다.

지놈앤컴퍼니는 화장품을 비롯한 프리미엄 건강기능식품 사업부에서 번 자금을 혁신신약개발에 투입하고 있다. 지난 6월 이렇게 개발한 항체약물접합체(ADC) 후보물질을 스위스계 제약사 디바이오팜에 약 5800억원에 기술이전하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쎌바이오텍은 프로바이오틱스 제품 '듀오락'을 전 세계 40개국에 수출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확보한 자금을 대장암 신약개발 과제에 투입하고 있다.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임상시험계획을 허가 받아 연내 임상 1상 시험에 돌입할 예정이다.

이처럼 바이오텍이 신약개발 자금을 자체적으로 마련하려는 이유 중 하나는 유상증자, 전환사채(CB) 발행 등 외부기관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과정에서 발생가능한 주주가치 훼손 등의 문제를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펩트론은 지난달 12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발행계획을 밝혔고 다음 거래일 주가가 전일대비 12.4% 하락했다. 주가가 내린 데는 발행주식의 12.7%에 달하는 신주가 시장에 풀리면서 주식가치가 희석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게 작용했다.

이동훈 SK바이오팜 대표가 지난해 기자간담회를 열고 회사의 중장기 성장전략을 소개했다. 그는 여기서 높은 현금창출력을 기반으로 신약개발 사업을 지속하는 '빅바이오텍'이 되겠다는 비전을 밝혔다./사진=SK바이오팜

외부기관을 통해 자금을 조달한다고 주가가 모두 내림세를 나타내는 것은 아니다. 명확한 비전으로 투자자들을 설득해 주가가 되레 상승하는 사례도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지난 7월 이중항체 기반의 ADC 연구개발 자금으로 14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을 밝혔다. 이날 이상훈 대표는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회사의 새 비전을 설명했고 주가는 이틀 연속 10%대 상승세를 보였다.

시장상황에 흔들리지 않고 신약개발 자금을 안정적으로 마련할 수 있는 것도 자체 수익모델을 구축하는 또 다른 이유다.

코로나19 이후 금리가 오르면서 최근까지 바이오텍은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었다. 국내에서는 정부가 나서 K-바이오·백신펀드를 조성했으나 지난해 투자자 모집에 난항을 치르며 전체 목표액의 35%(1750억원)만 모집하는 데 그쳤다.

많은 바이오텍이 꿈꾸는 가장 이상적인 모델은 자체 개발한 신약 매출액으로 신약개발 자금을 확보하는 것이다.

지난 2019년 미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자체 개발한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의 허가를 받은 SK바이오팜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약물은 경쟁약물과 비교해 치료 후 발작이 완전히 소실되는 비율이 가장 우수한 것으로 나타나 현재 빠른 속도로 미국시장을 침투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SK바이오팜은 세노바메이트 매출 확대에 힘입어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세노바메이트의 지난 상반기 매출액은 2397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76.7% 증가했다.

SK바이오팜은 현재 세노바메이트를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표적단백질분해제(TPD) △세포유전자치료제(CGT) △방사성의약품(RPT) 3개 분야 신약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에는 홍콩계 제약사로부터 방사성의약품 후보물질을 약 8000억원에 도입하기도 했다.

조헌제 신약개발연구조합 연구개발진흥본부장(전무)은 "바이오텍이 건기식 등의 분야에서 확보한 수익을 혁신에 투자하는 것은 지속가능성을 전제로 하는 기업으로서 너무나 당연한 절차"라며 "한국기업이 전 세계 기업들과 경쟁하려면 재원의 한계를 극복해야 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