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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배임·횡령사고에 제약바이오 주주 '비명'

  • 2024.09.04(수) 15:12

비피도, 횡령사고로 석달간 매매중단
"회사 신뢰 하락으로 주주피해 상당"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 사이에서 배임 횡령사건이 잇따라 터지면서 주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코스닥 상장사인 비피도는 지난 석달여간 주식매매거래가 정지된 상태가 유지되고 있다. 지난 6월 회사의 재무팀 직원이 자기자본의 15.6%에 달하는 80억원을 횡령한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향후 거래소 심사를 거쳐 상장폐지될 가능성도 있다. 코스닥시장 규정에 따르면 직원의 배임횡령 규모가 자기자본의 5%(임원의 경우 3% 또는 10억원 이상)를 넘으면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사유에 해당한다.

이 가운데 비피도의 최대주주인 아미코젠은 지난달 말 차입금 상환에 필요한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비피도 지분 30%를 환인제약에 매각했다. 비피도가 상장폐지 기로에 서면서 매각가는 2021년 아미코젠이 매입했던 금액의 4분의 1 수준인 150억원으로 떨어졌다.

바이오니아는 지난달 대전유성경찰서에 미등기임원을 업무상배임혐의로 고소했다. 회사측은 이 직원이 현금 2680만원과 현물 203만원 상당을 부정하게 받은 정황을 확인했다. 배임금액이 상대적으로 적어 상장폐지 심사대상이 되지 않았지만 이 소식이 알려진 당일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3.4% 하락했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이 이처럼 배임횡령 사건에 잇따라 휩싸인 이유 중 하나는 기업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탓에 내부통제 시스템을 마련할 여건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왼쪽부터 신용철 아미코젠 의장과 이광식 환인제약 회장이 지난달 서울 환인제약 본사에서 비피도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아미코젠

제약바이오업계 한 관계자는 "조직 내에서 정보가 제대로 공유되지 않거나 전달이 지연되는 것은 모두 내부통제의 문제로 봐야 한다"며 "대부분이 적자인 상장 제약바이오 기업은 소수의 인원으로 직원들의 업무를 모두 관리해야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실제 업종과 무관하게 내부통제 시스템을 갖출 여력이 넉넉한 대형 상장사의 배임횡령 발생건수는 중소형사와 서로 상반된 모습을 보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는 2017년부터 배임 횡령사건 발생 건수가 매년 감소추세를 보이는 것과 달리 자산 5000억원 미만 중소상장사는 증가하고 있다. 중소상장사는 지난 2020년 배임횡령 발생건수가 80건을 처음 넘기도 했다.

내부통제 시스템을 마련해도 경영진이 이를 무시하면서 관련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사례도 있다. 이렇게 내부통제에 빈틈이 생긴 곳은 배임횡령뿐만 아니라 불법 리베이트 등의 문제에 함께 노출될 위험이 크다.

신풍제약은 지난 2022년 장원준 전 대표가 임원 한 명과 91억원의 불법 비자금을 조성했다가 검찰에 기소당한 적이 있는데, 이보다 앞서 2011년과 2020년 각각 부정회계와 불법 리베이트 문제로 곤욕을 치른 전력이 있다. 특히 2011년에는 규제당국으로부터 대표이사 해임권고와 상장폐지 심사를 받기도 했다.

이처럼 내부통제를 경영진의 의지에 전적으로 맡기기 어려운 만큼 관련 형량을 높이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상호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나라의 배임횡령죄에 대한 권고형량 기준은 2009년 시행안에 머물러 있다"며 "회사의 신뢰도 하락으로 인한 주가 폭락, 상당수 주주의 피해를 야기하는 상장회사의 배임횡령죄에 대해 어느 정도의 형량이 합리적일지에 대해서는 재검토가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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