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3년 코로나 등의 영향으로 전무했던 국산 신약이 지난해 2개 품목이 허가를 받는 데 성공했다. 온코닉테라퓨틱스의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자큐보정'과 비보존제약의 비마약성진통제 '어나프라주'다.
자큐보정은 지난해 4월 24일 국산신약 37호로 품목허가를 받고 10월 국내 출시했다. 기존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시장은 프로톤펌프저해제(PPI) 계열 약물이 대세였지만 느린 약효발현, 아침식사 전 복용, 야간 위산분비 증가 등의 단점이 있었다. 자큐보정은 이같은 PPI 제제의 단점을 개선한 칼륨경쟁적위산분비억제제(P-CAB) 계열 약물이다.
앞서 2018년 국산신약 30호로 허가 받은 HK이노엔의 '케이캡정'과 2021년 국산신약 34호 '펙수클루정'도 P-CAB 약물이다.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시장이 PPI에서 P-CAB 계열로 움직이는 추세여서 자큐보정도 케이캡정과 펙수클루정과 한 배를 타게 됐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유비스트에 따르면 지난해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시장 규모는 약 9127억원으로 전년 대비 11% 증가했다. 이 중 PPI 처방액은 6951억원, P-CAB 처방액은 2176억원으로 여전히 PPI 처방액이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성장세를 보면 2~3년 내로 P-CAB이 PPI를 따라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P-CAB 처방액은 전년 대비 48% 증가한 반면 PPI 처방액은 전년 대비 3% 증가하는데 그쳤다.
자큐보정의 등장으로 P-CAB 시장은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먼저 출시한 케이캡의 제네릭들이 특허회피에 나서면서다. 케이캡의 물질특허 존속기간은 원래 2026년 12월이었지만 후속 연구를 통해 적응증(치료 가능 질환)을 확대하면서 2031년 8월까지로 특허기간을 연장받았다.
만약 제네릭사들이 물질특허 회피에 성공할 경우 케이캡 제네릭은 2026년 12월부터 출시가 가능해진다. 자큐보정도 성분은 다르지만 동일 계열 약물인 만큼 P-CAB 제네릭의 등장으로 인한 타격을 피하기는 어렵다. 온코닉테라퓨틱스는 모회사인 제일약품과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영업마케팅 역량을 갖춘 동아에스티와 공동판매 계약을 맺고 빠르게 시장을 확대할 계획이다.
지난해 두 번째로 허가 받은 비보존제약의 비마약성진통제 '어나프라주'는 지난달 12일 국산 신약 38호로 품목허가를 받았다. 어나프라주는 18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수술 후 중등도(경증과 중증의 사이)에서 중증의 급성통증 조절을 위한 단기요법으로 사용이 가능하다.
이번 어나프라주 품목허가에 의미가 있는 건 국내에서 자체 개발한 비마약성, 비소염제성 진통제라는 것이다. 어나프라주는 다중 타깃 신약개발 원천기술을 통해 비보존제약이 자체 발굴한 신약이다.
비마약성 진통제는 약국에서 흔히 구입할 수 있는 해열진통제 같은 감기약들이 대표적이다. 또 골괄절염이나 발치 후 진통에 사용되는 세레콕시브와 수술 후 급성통증에 사용 가능한 트라마돌 등이 있다. 하지만 중등도 이상 통증에는 모르핀이나 펜타닐, 옥시코돈 등 마약성 진통제가 주로 사용된다. 비마약성 진통제 대비 마약성 진통제의 통증 완화 효과가 워낙 강력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마약성 진통제는 의존성과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다.
어나프라주는 임상 단계부터 마약성 진통제 대비 부작용이 낮고 중독위험이 없으면서 빠른 진통효과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높은 중등도 이상의 통증 치료에 사용되고 있는 마약성 치료제 시장을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어나프라주가 국내 시장에서 먼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보험급여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급여 적용이 돼야 환자들의 비용 부담이 적어 처방으로 이어지기 쉽다. 마약성 진통제들의 경우 일부 급여 적용이 되고 있어 어나프라주가 비급여로 출시될 경우 가격 경쟁력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다. 회사는 비급여 우선 출시 후 급여 협상에 돌입할 지 여부를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어나프라주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갖을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 등 해외 다수 국가들은 마약성 진통제 중독이 심각한 상황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비마약성 진통제 주사제에 대한 수요가 높은 만큼 향후 글로벌 시장 진출시 매출도 빠르게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글로벌 비마약성 진통제 시장 규모는 2022년 약 29조원에서 오는 2030년 100조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탄생한 두 개의 국산 신약은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확고한 신약 개발 의지로 탄생할 수 있었다. 업계는 앞으로 더 많은 국산 신약이 탄생하기 위해서는 국산 신약의 위상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다.
업계 관계자는 "제네릭이 난무하는 상황에서 국산 신약을 개발하는데 많은 시간과 자금을 투입했지만 특허권이 축소되거나 적정한 약가를 받지 못한다면 신약 개발 의지를 저해할 것"이라며 "보험약가 우대와 특허권 보호를 통해 국산 신약의 가치가 인정받기를 바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