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가상자산 수탁시장의 총 수탁고가 최근 1년 반 사이 15조원이나 증발하면서 금융당국의 실태조사 산정 기준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17일 금융정보분석원(FIU)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지난해말 국내 가상자산 수탁고 총 3071억원 중 한국디지털에셋(KODA)의 점유율은 약 80%(2475억원)에 달했다. KB국민은행과 해시드 등이 투자해 2020년 설립한 KODA는 수년간 국내 전체 가상자산 수탁고에서 80%가 넘는 점유율을 유지해온 업계 1위 업체다.
문제는 실태조사에서 나타난 비정상적 수치변화다.
FIU에 따르면 2024년 5월말 15조3000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총 수탁고는 그해 9월말 1조6000억원으로 급락했다. 이후 하락세를 거듭하다가 지난해 말에는 3000억원 수준에 간신히 턱걸이했다. 1년 7개월 전과 비교하면 무려 98% 급감한 것이다.
FIU는 일부 수탁자산의 기준가격 하락 등의 영향이라고 설명해왔다. 코인가격이 떨어지거나 상장 폐지되면서 총 수탁고가 줄었다는 얘기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KODA의 산정방식 변화와 당국의 불명확한 집계기준도 원인이라고 지목한다.

현재 수탁사업자들은 FIU가 정한 3가지 기준에 따라 수탁고를 보고한다. △원화마켓 상장코인은 국내거래소 가격 △원화마켓에 없으면 코인마켓캡 가격 △코인마켓캡에도 없으면 '0'원으로 처리한다.
이 때 유동성이 낮은 소규모 중앙화거래소(CEX)나 탈중앙화거래소(DEX)의 시세 반영여부를 두고 수탁사업자마다 해석이 엇갈린다.
수탁사업자 대다수는 코인마켓캡에 나와있는 DEX 시세라도 유동성이 떨어지면 0원으로 산정해 FIU에 보고하지만 KODA는 DEX 시세도 포함해 수탁고를 산정하는 것으로 알려다. 똑같은 코인도 시세 인용 여부에 따라 수탁고에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최근 가상자산 총 수탁고의 급격한 감소도 시장점유율이 압도적인 KODA의 산정방식 변화와 관계가 있을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KODA 관계자는 "수탁고가 줄어든 것은 (수탁 코인 중) 상폐나 가치가 하락한 코인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FIU 규정에 코인마켓캡만 따지고 있어 DEX 가격도 반영하고 있으며 그나마 2개 코인밖에 없고 금액도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금융당국이 정한 보고 기준이 자의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크다는 점을 문제 삼고 있다. 사업자들이 '코인마켓캡 가격'이라는 기준을 지켰더라도 내용 자체가 포괄적이라 업체별 보고 내용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FIU의 기준은 5년전에 만들어진 거라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허점이 있다"며 "실태조사는 모든 시장 관계자가 보는 공신력있는 통계인 만큼, 신뢰성이 부족한 데이터는 걸러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아직까지 금융당국은 크게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FIU 관계자는 "실무적으로 중앙화거래소 시세가 없을 경우 DEX 가격을 참고하는 것이 규정위반은 아니다"라며 "(통계 신뢰성을 위해) 관련 내용을 검토는 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