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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의 전화위복]탈모약으로 대박난 전립선비대증약

  • 2025.01.16(목) 08:30

전립샘 키우는 '5-알파 환원효소' 탈모도 유발
피나스테리드·두타스테리드, 여성 접촉은 주의

신약 개발에서 중요한 것은 안전성이다.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나면 개발을 중단해야 한다. 의약품 부작용을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이유다. 부작용이 항상 나쁜 것만은 아니다. 생각하지 못한 효능이 발견되기도 한다. 개발 과정에서 부작용이 나타나 운명이 뒤바뀌거나 또 다른 효능이 발견된 약들의 뒷이야기를 다뤄본다.[편집자주]

전립선비대증은 60세 이상 남자들에게서 자주 나타나는 질환이다. 나이가 들면서 고환의 노화로 전립선이 커지는데 이때 전립선을 통과하는 요도를 누르면서 요도 압박에 의해 소변 배출이 원활하지 않게 된다.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빈뇨(소변이 자주 마려운 증상), 야간뇨, 세뇨(소변 줄기가 가는 증상), 잔뇨감(소변을 본 후에도 소변이 남아있는 느낌) 등이 있다. 

전립선비대증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한 고민은 1960~1970년대에 세계 각국에서 이뤄졌다. 당시 도미니카 공화국의 남자들에게서 특이점이 발견됐다. 일부 남성들은 전립선 크기가 작았고 탈모도 없다는 사실이었다. 

이들을 연구한 결과 5-알파 환원효소의 결핍 현상이 발견됐다. 남성호르몬은 전립샘 내에서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DHT)이라는 호르몬으로 바뀌어 전립샘이 커지는 증상이 나타난다. '5-알파 환원효소'가 DHT 호르몬을 바꾸는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5-알파 환원효소'를 감소시키거나 차단하기 위한 의약품 개발이 본격적으로 이뤄졌다. 

피나스테리드, 전립선비대증약과 탈모약 차이는 용량

미국 제약사 머크는 우선 피나스테리드 성분을 전립선비대증 치료제로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이 성분은 1992년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프로스카'라는 제품명으로 50살 이상 남성의 전립선비대증 치료제로 승인받았다. 

전립선비대증 치료 개발 과정에서 일부 남성들에게 머리카락이 나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머크는 피나스테리드 성분의 후속 개발에 돌입한다. 5년 후인 1997년 머크는 남성 안드로겐(남성호르몬) 탈모치료제로 '프로페시아(제품명)'를 허가 받았다. 프로페시아는 출시 이후 단숨에 세계 남성형 탈모치료제 시장 1위에 올라섰다. 

성분이 같은 두 제품의 차이는 용량이다. 전립선비대증 치료제는 피나스테리드 성분 5mg, 남성 탈모치료제는 피나스테리드 성분 1mg으로 만들어진다.

아보다트, 발기부전 부작용 커 美서 탈모치료제 개발 포기 

또 다른 전립선비대증 치료제 성분인 두타스테리드도 일부 국가에서 탈모치료제로 후속 개발해 사용되고 있다. 영국의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는 2001년 FDA로부터 '아보다트(제품명)'를 전립선비대증 치료제로 허가받았다. 국내에서는 2004년 전립선비대증 치료제로 출시됐다. 두타스테리드의 특이한 점은 한국에서 최초로 탈모치료제로 허가 받았다는 점이다. 여기에는 재밌는 사연이 있다.

GSK는 한국에서 탈모치료제로 개발하기 이전에 미국에서 먼저 탈모치료에 대한 임상2상을 진행했다. 당시 피나스테리드보다 탈모에 더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지만 발기부전 부작용이 더 심각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FDA 허가가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 임상3상을 포기했다.

미국에서는 대머리 남성을 남성적으로 보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는 반면 발기부전 부작용은 치명적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GSK 한국법인은 미국과 달리 한국이 탈모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강해 발기부전이라는 부작용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실제로 국내 임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임상시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려는 탈모 환자들이 많았다고 한다. 아보다트는 2009년 세계 최초로 국내에서 탈모치료제로 승인을 받았다. 이후 우리나라와 분위기가 비슷한 일본에서도 탈모치료제로 허가를 받는데 성공했다. 현재 일본에서는 피나스테리드보다 두타스테리드 선호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두 성분 모두 남성호르몬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여성은 복용해서는 안 된다. 가임기 여성의 경우 기형아 출산 등을 가져올 수 있다. 특히 분자량이 작아서 피부로도 흡수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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