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용이 주를 이루고 있던 방사성의약품이 암 치료에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미국에서 다수 항암제들이 허가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허가를 받은 치료용 방사성의약품은 없으나 기존 항암제 대비 안전하고 빠르게 개발이 가능해 다수 기업들이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14일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미국 식품의약국(FDA)가 현재까지 허가한 방사성의약품은 총 67개인 것으로 집계됐다. 질병 진단용이 54개, 치료용이 13개다.
방사성의약품은 방사성동위원소(원자핵이 불안정해 스스로 변화하는 원소)와 의약품을 결합한 의약품이다. 방사성의약품은 어떤 방사성동위원소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진단용과 치료용으로 나뉜다.
진단용 방사성의약품은 감마선이나 양전자선과 같은 투과력이 높은 방사선이 사용되는데 특정 부위에 도달했을 때 그 부위에서 방출하는 방사선을 탐지하고, 이 정보를 분석한 영상으로 질병을 진단한다. 치료용 방사성의약품은 알파선이나 베타선과 같이 투과력이 낮은 방사선이 이용되는데 암처럼 DNA에 변성을 일으키는 세포를 사멸시키는 성질이 강하다.
방사성의약품 개발기간 짧고 부작용 적어
방사성의약품은 전통 신약 대비 개발기간이 짧고 부작용도 적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최근 국내에서도 치료용 방사성의약품 개발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SK바이오팜, 동아에스티, 퓨쳐켐, 셀비온, 압타머사이언스 등을 꼽을 수 있다.
가장 개발단계가 앞선 건 셀비온과 퓨처켐이다. 두 회사는 지난해 하반기 말기 전립선암 치료제로 개발 중인 방사성의약품 'Lu-177-DGUL'과 'FC705'의 임상 2상 중간결과를 발표했다.
이들 후보물질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희귀의약품을 지정받아 임상2상을 마치고 이르면 올해 조건부 승인을 신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건부 승인은 임상2상 결과로 우선 품목허가를 받고 이후에 임상3상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SK바이오팜은 지난 2022년 미국의 테라파워에 공동 대표 투자자로 참여, 3000억원의 지분을 투자한 바 있다. 지난해에는 테라파워 자회사인 테라파워 아이소토프스와 치료용 방사성 동위원소 공급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해당 방사성 동위원소를 활용한 방사성의약품 개발을 위해 한국원자력의학원과 공동연구 계약을 맺었다. 현재 전임상(세포 또는 동물 대상 실험)을 진행 중이다.
동아에스티도 2023년 항체약물접합체(ADC) 전문 계열사인 앱티스를 인수하면서 방사성의약품 개발에 뛰어들었다. 앱티스는 지난해 셀비온과 항체에 방사성 동위원소를 결합하는 기술인 항체 방사성동위원소접합체(ARC) 연구개발을 위해 손을 잡았다. 현재 위암, 췌장암 치료제로 개발을 진행 중이다.
압타머사이언스는 지난해 암 치료제 개발에 특화된 독자적인 방사성동위원소 결합 기술을 적용한 'ApRC(압타머-방사성동위원소 접합체)' 상표권을 신규 등록하며 방사성의약품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르면 올해 방사성의약품 후보물질을 공개할 예정이다.
관련 시장 급성장, 국내 기업에 기회
방사성의약품은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지만 아직 초기 단계인 만큼 국내 기업들에게도 기회의 시장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마켓어스(Market.us)에 따르면 글로벌 방사성의약품 시장 규모는 2023년 49억 달러(7조2000억원)에서 2032년에는 103억 달러(15조15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 국내에서 허가 받은 치료용 방사성의약품은 없지만 작년에 난치성 암 치료에 사용되는 국산 방사성원료의약품이 최초로 품목허가를 획득했다"면서 "세계적으로 치료용 방사성의약품 시장은 이제 시작하는 단계여서 국내 기업들이 개발에 성공할 경우 글로벌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내세울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