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식품의약국(FDA)가 최근 인공 색소인 '적색3호(에리트로신)'의 사용을 전면 금지하면서 국내 식품과 의약품 업계에도 긴장감이 돌고 있다. 해당 색소는 사탕이나 과자, 풍선껌 등 분홍색이나 빨간색을 내는데 주로 사용되는데 알약이나 어린이용 영양 젤리와 시럽제 등에도 쓰이고 있어서다.
다행히도 국내 의약품 중 적색3호가 함유된 품목은 극히 일부인 것으로 확인됐지만 제약바이오 업계는 일찌감치 적색3호 첨가제를 교체하려는 움직임도 포착된다.
실험용 쥐 종양 발생에 FDA "적색3호 사용 금지"
FDA는 지난 15일(현지시간) 적색3호의 사용을 전면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과거 실험용 쥐에서 종양이 발생했다는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소비자단체들이 적색3호의 사용 금지 청원을 제기했고 FDA가 이를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식품 제조업체는 오는 2027년 1월 15일까지, 의약품 제조업체는 2028년 1월 18일까지 해당 색소를 사용하는 제품의 첨가물을 바꿔야 한다.
적색3호는 빨간색 외에도 분홍색, 갈색, 자주색, 보라색 등을 내는데 사용된다. 의약품은 하얀색이 가장 많지만 용량이나 품목 구분을 위해 색상을 분홍색이나 주황색 등으로 차별화를 두기도 한다. 다행히 국내 허가받은 의약품 중에 적색3호가 첨가된 품목은 극소수인 것으로 파악됐다.
21일 비즈워치가 의약품안전나라에 등록된 의약품 총 10만361개(내수·수출용 모두 포함)를 분석한 결과 총 17개 색상 중 빨강색, 주황색, 분홍색, 갈색, 보라색 등 8개 색상들에 적색3호가 일부 첨가된 것으로 나타났다. 8개 색상 총 8868개 품목 중에서도 적색3호 첨가제가 들어간 품목은 166개 수준으로 그리 많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전체 의약품의 0.2%에 불과한 수치이며, 8개 색상만 추렸을 때도 1.3%밖에 되지 않는다.
세부적으로 적색3호가 첨가된 색상은 주황색 2026개 중 50개, 분홍색 3361개 중 49개, 갈색 1131개 중 27개, 보라색 115개 중 20개, 빨강 497개 중 9개, 자주색 42개 중 8개, 검은색 41개 중 2개, 노란색 2786건 중 1개 등이었다. 이밖에 하얀색, 회색, 남색, 청록색, 초록색 등 다른 색상에서 적색3호가 첨가된 품목은 없었다.
국내 의약품에 일부 사용, 발빠른 변경 움직임
FDA 소식에 조만간 국내에서도 적색3호 사용 금지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일부 품목에서만 적색3호를 사용하고 있음에도 안전성 문제로 발 빠르게 첨가제를 변경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또 다른 매출원인 건강기능식품에도 반영하기 위해서다.
의약품과 건강기능식품에서 적색3호 대체 첨가제로 많이 사용되는 건 적색40호, 적색산화철, 오파드라이(코팅제) 빨간색·분홍색, 삼이산화철 적색 등이 있다. 또 비트에서 추출한 비트레드나 블루베리, 체리, 포도, 딸기 등에 함유된 안토시아닌, 히비스커스, 등 안전성이 높은 천연색소도 있지만 단가가 높은 게 단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적색3호를 대체할 수 있는 색소는 다양하지만 문제는 단가와 제조공정 변경에 따른 추가 비용이 들 수 있어 비용부담이 적은 방향으로 대안을 고심중"이라며 "아직 국내 보건당국이 적색3호 사용금지 조치를 내린 것도 아니고 극히 일부 의약품에서만 사용되고 있지만 의약품 시장은 안전성 이슈가 가장 예민한 사안인 만큼 조기 대응에 나설 계획"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