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보건당국이 지난해부터 오리지널 의약품과 제네릭(복제의약품)의 동등성을 입증하기 위한 '의약품 동등성 재평가'를 진행하면서 우후죽순 쏟아졌던 제네릭 중 다수 품목들이 자진 허가 취하에 나서며 정리되는 분위기다.
의약품 동등성 재평가 품목 중 30%는 자진 허가 취하
식약처는 2023년부터 2025년까지 경구용 제제에 대한 동등성 재평가를 진행 중이며 2026년부터는 주사제, 외용제, 점안제 등 무균·기타 제제에 대한 재평가에 돌입한다.
의약품 동등성 재평가는 원래 의약품과 주성분·함량·제형이 동일한 제네릭(복제약)의 동등성을 입증할 수 있는 생물학적동등성(생동성), 비교용출, 비교붕해 등 시험을 진행한 결과를 통해 동등성 적합 여부를 판단한다.
재평가 대상 품목이 기한 내에 해당 자료를 제출하지 않을 경우 판매업무 정지 등 행정처분을 받게 되며 시험결과 동등성을 입증하지 못한 경우에는 해당 의약품에 대해 판매중지·회수조치가 이뤄진다.
앞서 2023년도에는 264개 품목 중 88개 품목이 유효기간 만료로 허가가 취소됐거나 허가를 자진 취하했다. 2024년도 동등성 재평가 대상 품목은 총 460개로, 이 중 416개 품목에 대한 1차 결과에서 113개 품목이 허가를 취하했다. 동등성 재평가 전체 품목 중 허가 취하 비율은 약 30% 수준이다.
지원자 모집 어렵고 비용 부담에 생동성 시험 포기
의약품 동등성 재평가로 다수 제약사들이 자진 허가 취하에 나선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생동성 시험을 진행하기 어려운 여건과 투자 대비 수익성이 떨어져서다. 생동성은 지원자를 모집해 오리지널 의약품과 제네릭 두 재제가 생체이용률(체내 흡수율)에 있어서 통계학적으로 동등하다는 것을 입증하는 시험이다.
보통 생동성 시험 인원수는 건당 20~100명이며 보수는 기간에 따라 인당 30만~300만원 수준이다. 문제는 1년 안에 많게는 동일 성분의 품목 수십개가 동시에 생동성 지원자를 모집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점이다.
한 예로 지난해 의약품 동등성 재평가가 이뤄진 품목 중 알레르기 비염이나 두드러기 치료제로 사용되는 레보세티리진 성분은 총 44개였다. 아무나 생동성 시험에 참여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스크리닝(선별검사)을 통해 시험에 적합한지 여부를 통과해야 한다. 44개 품목들이 일제히 생동성 시험을 진행할 경우 환자 모집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중소 제약사 존폐 위기 vs 제네릭 품질 신뢰도 향상
또 생동성 시험에는 수억원의 비용이 들어간다. 생동성 시험을 포기한 제약사들 대부분이 중소 기업들이다. 작년에 레보세티리진 품목 허가를 취하한 한 제약사의 2023년도 순이익은 8억원에 불과했다.
의약품 동등성 재평가로 중소 제약사들의 존폐 위기까지 거론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제네릭 품질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동일한 성분 제네릭이 수백개에 달하는 경우도 있는데 유효성과 안전성을 입증하지 못한 품목들이 퇴출되면 제네릭도 오리지널과 똑같다는 인식이 확산될 것"이라며 "치열했던 제네릭 경쟁도 완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