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들어 미국 경기 침체 우려가 고조되면서 증시와 코인시장 모두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하락장에서도 주식은 통신, 전기, 가스, 금융 등 경기방어주에 투자하면 리스크를 해지하고 수익을 내는 게 가능하다. 하지만 코인은 하락장에서 모든 종목이 동시에 하락해 분산 투자를 해도 손실이 갈수록 불어나는 양상을 보인다.
가상자산 시장의 흐름을 보여주는 업비트의 UBCI 섹터별 지수를 보면 지난 3개월간 인공지능(AI), 인프라, 스마트컨트랙트, 디파이, 스테이블코인, 렌딩, NFT, 게임 등 모든 섹터가 일제히 하락했다. 인프라, 커뮤니티, NFT 등 대부분이 40% 이상 떨어졌고 달러와 연동돼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스테이블코인도 5% 가량 빠졌다.
렌딩 섹터가 유일하게 3개월간 15% 상승했으나, 이 섹터를 구성하는 4개 코인 중 가장 비중이 높은 에이브(AAVE) 한 종목의 상승에 따른 결과로 나머지 렌딩 코인들은 모두 하락했다. 일부 알트코인이 반짝 상승하긴 했지만 대부분 하락 추세를 벗어나지 못했다.
코인시장은 비트코인(BTC), 이더리움(ETH) 등 주요 코인이 하락하는 침체기에는 시장 흐름을 거슬러 상승을 주도하는 테마주가 없고 거의 모든 코인이 일제히 하락하는 특성을 띤다. 심지어 대부분 알트코인들은 하락장에 낙폭을 더 키워 투자자들이 본의 아니게 '존버'하게 만든다.
이 같은 현상은 AI, 의료, 콘텐츠 등 다양한 사업모델을 내 건 코인들이 실제 사업을 실현한 경우가 없고 현실에서 활용되지도 않아 주식처럼 소위 잘나가는 대표 코인이 없기 때문이다. 투자자들도 각 코인의 차이를 크게 인식하지 못한다. 대부분은 업종보다는 비트코인 등 주요코인과 싸고 시가총액이 적은 나머지 알트코인으로 구분한다.
주식시장처럼 하락장에서도 리스크를 덜고 수익을 낼 수 있는 종목들이 없다 보니 코인투자자들은 하락장에서 다른 투자시장 대비 더 큰 손실을 보게 된다. 특히 이러한 시기에 펌핑 등 시세조종이 잦은 김치코인 등을 매입했다가 막대한 손해를 보는 경우도 적지 않다.
가상자산 투자업체 관계자는 "코인시장에서 주식이나 다른 원자재 시장처럼 경기와 무관하게 견실하게 사업을 이어가는 프로젝트는 찾기 힘들다"며 "비트코인도 자산 가치는 인정 받았지만 활용도는 높지 않은데, 사업 진행도 안되고 자산 가치도 없는 알트코인들은 시장 주류 섹터로 부상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락장에서는 알트코인보다는 비트코인 등을 분할 매수하는 게 유리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