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개발(R&D)에 집중하고 열심히 하는 것은 이제 성공 방식이 아니라 당연히 해야 하는 '기본 중 기본'이 됐다."
한미사이언스는 최근 회사의 중장기 비전을 묻는 소액주주들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그러면서 "적시에 사업을 확대하고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인수합병과 전략적 제휴가 필요하다"며 외부투자 유치를 통한 R&D 외연확장을 새로운 성장전략으로 제시했다.
올해 상반기 한미의 경쟁사들은 국내외 시장에서 굵직한 기술수출 성과를 이뤄냈다.
LG화학은 미국 바이오기업에 비만약 치료후보물질을 한화 약 4000억원에 이전했으며, HK이노엔은 아이엠바이오로직스 등과 전략적 협업으로 개발한 항암후보물질을 1조3000억원에 기술수출했다.
이 가운데 한미약품은 지난 6월 매출액 2억원 규모의 국내 바이오기업인 노보메디슨에 혈액암 후보물질 '포셀티닙'을 이전한 것 외에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2021년 이후 글로벌 제약사를 대상으로 한 기술수출 소식을 끊겼다.
한미사이언스는 이러한 현 상황을 두고 "R&D는 기본이고 이에 더해 인수합병, 전략적 제휴 등의 비유기적 성장이라는 새로운 성공방식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R&D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인수합병 등을 통한 외연 확장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미다.
사실 이러한 성장 전략이 제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송영숙 한미그룹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은 연초 신약개발 자금 등을 마련하기 위해 OCI홀딩스를 대상으로 2400억원 규모의 신주발행을 추진한 바 있다.
당시 모녀 측의 법률대리인은 신주발행을 둘러싼 재판 심문에서 "한 개의 신약 개발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평균 13년이 걸리고 1.8조원의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면서 "한미는 제약바이오업계에서 R&D 투자에 있어 높은 평가를 받아왔지만 자금조달이 갈수록 늘어가면서 R&D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또 한미사이언스는 한미약품 외에도 JVM, 온라인팜 등 경쟁력 있는 계열사의 성장가능성을 극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으로 성장하는 발판을 마련할 뿐만 아니라, 한미약품의 지속성장을 유지하기 위해 다각화된 수익기반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실제 한미약품은 의료 파업 장기화 등에 올해 3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이 3781억원으로 전년 대비 0.7%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581억원으로 11.4%, 당기순이익은 470억원으로 42.3% 줄어들었다.
한미사이언스는 중장기 비전을 실현하고 이를 통한 기업가치 성장의 결실을 주주들과 적극적으로 나누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한미사이언스는 지난 5월 자사주 156만주 소각, 사상 첫 분기 배당 등의 주주환원책을 시행하고 있는데 이 기조를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한미사이언스 관계자는 "지난 5월 임종훈 대표 취임 후 다각적인 검토와 외부컨설팅을 통해 약품을 포함해 한미약품그룹 전체가 성장할 기회 요인들을 발굴했고 이를 실행하기 위한 전략들을 구축했다"며 "조만간 적절한 기회를 통해 전체적인 방향과 전략을 공유하는 자리를 마련할 예정"이라고 했다.
한편, 이날 주주행동 플랫폼 '액트'를 통해 지분 약 2%를 결집한 소액주주연대는 이달 28일 예정된 한미사이언스 임시주주총회에서 모녀와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으로 구성된 3자 연합을 지지한다고 발표했다. 다만 소액주주 내부에서도 지지 여부를 두고 의견이 엇갈려 실제 2%의 표가 모일지는 확신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