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그룹은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의 선택을 받은 뒤 현재 이사회의 신임을 받는 저를 중심으로 현행 체제가 계속될 겁니다."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는 7일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과 임주현 한미그룹 부회장을 신규 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한 오는 28일 임시주주총회 결과와 무관하게 경영권이 유지된다는 뜻을 밝혔다.
이날 회견에는 임 대표를 비롯해 노용갑 부회장, 장영길 한미정밀화학 대표, 우기석 온라인팜 대표, 이동환 JVM 대표, 박준석 한미헬스케어 사업부문 부사장, 로이스킴 브랜드본부 부사장, 김영호 경영지원 상무가 참석했다.
임 대표는 인사말에서 지주사와 핵심 계열사의 이사회를 순차적으로 장악해 그룹의 지배력을 강화할 계획을 밝혔다. 이어 김 상무가 그룹의 중장기 성장전략을 발표했다.
신 회장과 한미그룹 모녀(송영숙·임주현)로 구성된 3자 연합은 오는 임시주총에서 이사 수를 기존 10명에서 11명으로 늘리고, 신 회장과 임 부회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상정을 한미사이언스에 요청했다. 한미사이언스는 오는 28일 임시주총에서 이 안건을 다룰 예정이다.
현재 지분구조는 형제(임종윤·임종훈) 측에게 불리한 상태다. 3자 연합은 과반에 가까운 지분을 확보했다. 정관변경은 출석주주 3분의 2 이상의 동의가 필요해 정변변경은 통과여부가 불확실하다. 하지만 이사선임은 과반의 동의만 있으면 돼 신 회장의 경우 선임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한미사이언스 이사회는 형제와 3자 연합 측 인사가 각각 5명으로 동수가 된다.
임 대표는 대표이사 임기가 오는 2027년까지인 만큼 신 회장의 이사회 진입 여부와 무관하게 현 지배 체제가 유지된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한미약품은 3자 연합 측 이사의 임기가 내년부터 만료되는데 이를 형제 측 인사로 채워 그룹 지배력을 이전보다 더 강화할 계획도 밝혔다. 현재 한미사이언스는 한미약품의 지분 41.4%를 보유하고 있다.
임 대표는 "한미약품 이사회는 2025년, 2026년에 걸쳐 인적교체가 이뤄지는 데 2026년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완전한 경영권 확보가 가능할 것"이라며 "신 회장이 한미사이언스 이사회에 진입해도 제가 대표이사로서 보유한 한미약품 지분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밝혔다.
형제에게 한미사이언스 이사 임기가 만료되는 2027년은 고비다. 3자 연합이 추천한 인사가 선임되면서 임기연장이 불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중장기 성장 전략을 실천해 회사의 기업가치를 높인 뒤 주주들로부터 경영능력에 대한 평가를 받겠다는 게 임 대표의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외부투자 유치로 3자 연합과 형제 간의 지분구조가 변동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날 한미사이언스가 발표한 중장기 성장전략의 핵심은 인수합병(M&A)을 통한 외연확장이다. 이를 위해 한미사이언스는 약 8000억원의 투자금이 소요될 것으로 내다봤다.
임 대표는 "재무적 투자자(FI)뿐 아니라 전략적 투자자(SI)까지 많은 투자자들이 우리 쪽에 먼저 투자를 제안하고 있다"며 "같이 파트너로 갈 수 있는 투자자를 모으는 것은 크게 걱정이 안 되며 어떤 투자자와 어떠한 조건으로 얘기를 나누고 있는지는 차차 결정되면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의 분란을 해소하려면 가족의 화합이 필요하고 현재의 분쟁상황을 해결하는 것은 물론 한국 제약산업과 한미그룹의 미래를 위해서도 제3자의 개입은 즉시 중단되어야 한다"며 "저는 끝까지 아버지, 선대회장님의 회사를 온전히 지키고 더 발전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