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그룹 총수 일가의 장남인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사진)가 오는 28일 열리는 임시 주주총회를 앞두고 그룹 회장과 부회장직 폐지를 공언했다. 모친인 송영숙 한미그룹 회장과 여동생인 임주현 부회장을 겨냥한 것이다. 두 사람에게 제공해온 급여·차량·사무실 등의 지원도 중단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임 이사는 21일 주주 서한을 통해 "일부 대주주의 부적절한 의사결정으로 회사와 주주 여러분의 소중한 이익을 크게 침해된 점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며 "회사의 책임있는 지위에 있는자로서 잘못된 점을 반드시 바로잡고, 회사를 더욱 바르고 건강하게 개선하는 계기로 삼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주주 불투명·방만 경영 근절 △특정 재단 자금출연 제한 △전문경영인 체제 도입 △책임경영 강화 △주주와 소통강화 등 5가지 개혁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회사의 모든 직제는 오직 정관에 따를 것"이라며 "정관에 없는 회장·부회장 직제는 폐지하며 그간 대주주가 받아 온 급여, 차량 및 사무실 지원 등 연간 수십억원의 모든 특혜 역시 근절하겠다"고 밝혔다.
임 이사 측에 따르면 송 회장은 지난해 급여 등의 명목으로 한미사이언스와 한미약품으로부터 26억8200만원, 임 부회장은 한미사이언스로부터 11억5200만원을 각각 받았다. 이들은 송 회장이 경영 일선 퇴진을 발표한 지난 7월 이후에도 회장과 부회장 직함을 유지하며 한미사이언스와 계열사로부터 특혜를 받고 있다는 게 임 이사 측 주장이다.
그는 "회사의 독립성을 되찾고, 직제 정상화로 확보하는 추가 재원은 전적으로 주주와 직원의 몫이 될 것"이라며 "그 누구에게도 불법과 방만 경영은 허락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현문화재단 등에 대한 자금출연도 중단할 뜻을 밝혔다. 임 이사는 "회사 경영이 열악함에도 불구하고 통상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자금 117억원이 이사회 결의 없이 특정 재단에 수년간 기부된 사실이 확인됐다"며 "회사 자산의 부당한 외부 유출이며, 주주 이익에 대한 심각한 침해"라고 지적했다.
앞서 임 이사가 최대주주로 있는 코리그룹의 한성준 대표는 가현문화재단에 대한 지원을 문제 삼아 송 회장과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를 경찰에 고발한 바 있다. 가현문화재단은 지난달 기준 한미사이언스의 지분 5.02% 보유하고 있으며, 이번 임시주총에서 임 이사와 대척점에 있는 '3자 연합(신동국·송영숙·임주현)' 편에 설 것으로 예상되는 곳이다.
전문경영인 체제 도입도 약속했다.
그는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전문경영인을 국내외 가리지 않고 발굴하겠다"며 "주식가격연동성과급 등 성과보상시스템을 도입해 경영진의 역량과 책임을 극대화하는 한편, 회사의 성과가 주주가치로 직결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전문경영인 체제는 그간 3자 연합이 강조해온 부분으로 임 이사도 큰 틀에선 이견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는 또 "이사회 중심의 투명하고 공정한 책임경영 체계를 확립하겠다"면서 "투자업계 경험이 풍부한 이사를 이사회에 보강하고 주주 추천 사외이사제를 전격 도입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