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전 9시 30분 서울 송파구 교통회관 1층 대회의장. 이틀 연속 내린 폭설로 교통이 혼잡해진 가운데 한미사이언스 임시주주총회에는 100명 넘는 주주와 임직원이 모였다. 주주여부를 확인하는 접수대 위에는 전국에서 모인 위임장 서류가 두둑이 쌓였다.
이번 임시주총 개최를 제안한 3자 연합측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 송영숙 한미그룹 회장, 임주현 부회장은 현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사후보로 이름을 올린 신 회장은 한미약품 이사로 선임된 지난 6월 임시주총에도 불참했었다.
오전 9시 40분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가 입장했다. 지난 7일 그룹의 중장기 전략을 소개하는 기자간담회에서 임 대표와 함께 선 노용갑 한미사이언스 부회장, 김영호 경영지원 상무, 로이스킴 브랜드본부 부사장 등도 참석했다.
최근 한미약품이 인사, 법무조직을 신설하면서 선임한 이승엽 전무, 권순기 전무도 뒷좌석에서 상황을 지켜봤다. 앞서 한미사이언스는 지난 8월 해당 인사를 낸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를 전무로 강등한 바 있다.
위임장 집계에 오랜 시간이 걸리며 주총은 예정된 시간보다 4시간 30분 늦게 열렸다. 이번 임시주총에는 대리출석을 포함해 의결권 있는 지분 총 84.6%가 모였다. 지난 3월 정기주총 당시 출석주주(87.9%)와 비교해 3.3%포인트 낮은 숫자다.
이변은 없었다.
정관상 이사수를 기존 10명에서 11명으로 늘리는 1호 의안은 부결됐다.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을 신규 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은 통과됐다. 임 부회장을 이사로 선임하는 안은 정관변경안이 통과되지 않으며 자동으로 부결 처리됐다.
이로써 한미사이언스 이사회는 임종윤·종훈 형제측 5명, 3자 연합측 5명으로 동수를 이루게 됐다. 3자 연합은 신 회장의 이사회 진입을 이뤘으나 과반 확보에 실패했고 형제는 이사 1명을 내줬으나 경영권을 빼앗기는 상황은 피하게 됐다.
내달 19일에는 한미사이언스가 소집을 요구한 한미약품 임시주총이 열린다. 이 자리에선 공수가 바뀐다. 형제측이 제안한 박재현 대표와 신 회장의 이사해임 안건이 논의된다. 해임안이 통과되면 두 사람을 대체할 이사 두 명(박준석 한미사이언스 부사장, 장영길 한미정밀화학 대표) 선임 안건이 표결에 부쳐질 예정이다.
다만 한미사이언스 임시주총에서 형제와 모녀 어느 한쪽의 일방적 승리가 없었듯 한미약품 임시주총에서도 비슷한 결말이 예상된다. 한미사이언스는 지난 9월 말 기준으로 한미약품 지분 41.4%의 의결권을 갖고 있다. 이사 해임안건을 처리하려면 출석주주 3분의 2 이상의 동의가 필요한데 이 수치에는 못미친다.
이에 따라 형제측은 대규모의 우호지분을 확보하든지 매년 정기주총 때마다 임기가 만료되는 이사를 형제측 사람으로 교체하는 식으로 한미약품 경영권 확보를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쉽지 않거나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이다.
대표이사 직권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형제(임종윤·임종훈) 측에 반발해 3자 연합이 법적 대응에 나설 경우 상황은 더욱 복잡해질 수 있다. 이날 3자 연합의 대리인으로 참석한 법무법인 세종 측 관계자는 이와 관련한 질문에 "지금은 말씀드리기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는 임시주총 이후 기자들과 만나 "이사회에서 (형제와 3자 연합 측 인사가) 동수가 되는 상황이 되면서 제가 조금 더 강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며 "회사를 위한 결정은 다른 이사분들도 다 이해해 주실 것이라고 생각하며 앞으로 있을 한미약품 임시주주총회 준비를 철저히 하도록 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