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감기약으로 유명한 '화이투벤'이 동화약품에서 재탄생했다. 화이투벤은 1983년 한일약품이 국내에 처음 출시한 감기약이다. 올해로 41년째를 맞았다.
긴 세월만큼이나 화이투벤은 국내 제약사(史)에 여러 흔적을 남겼다.
1960년 설립된 한일약품은 해외 유명 제약사와 제휴를 맺고 원료를 들여와 국내에서 제조해 판매하는 방식으로 회사를 키웠다. 둥근 알약 표면에 'BAYER'이라는 글자를 십(十)자 모양으로 새긴 해열진통제 '바이엘아스피린'을 국내에 선보인 곳이 한일약품이다.
화이투벤도 일본 제약사 다케다와 손잡고 내놓은 감기약이다. 한일약품은 광고를 적극 활용한 곳이기도 했는데 창업자인 우대규 사장이 신문의 날을 기념해 광고주로부터 감사패를 받기도 했다. 화이투벤 광고에는 당시 톱모델인 배우 신구와 이미숙 씨를 등장시켜 소비자들에게 브랜드를 각인시켰다.
국내 제약업계 10위권을 달리던 한일약품은 반세기를 넘기지 못했다. IMF 외환위기가 한창인 1998년 신동아그룹의 대한생명에 회사가 넘어갔고 이듬해에는 신한은행 성수동 지점에 돌아온 어음 21억원을 막지 못해 최종 부도 처리됐다.
이후 한일약품은 CJ그룹에 편입된 뒤 2006년 CJ에 흡수합병되면서 명맥이 끊겼다. 굳이 흔적을 더듬어간다면 숙취해소제 '컨디션'으로 유명한 HK이노엔에서 찾을 수 있다. CJ그룹은 2014년 당시 CJ제일제당 소속의 제약사업부를 떼어내 CJ헬스케어를 출범시켰는데, 이 회사를 2018년 한국콜마가 인수해 지금의 HK이노엔이 됐다. HK이노엔이 지난달 공시한 반기보고서를 보면 회사연혁에 '2006년 한일약품 합병'이라는 내용이 실려있다.
한일약품의 대표제품인 화이투벤도 우여곡절을 겪었다. CJ제일제당이 갖고 있던 화이투벤 판권이 2014년 다케다로 넘어갔고 2020년에는 셀트리온으로, 다시 올해 1월 동화약품으로 넘어갔기 때문이다. 브랜드는 남았지만 주인이 여러차례 바뀐 것이다.
동화약품은 10일 짜먹는 감기약 '화이투벤 시럽' 3종을 출시했다. 화이투벤 인수 후 동화약품의 '부채표'를 달고 나온 첫 제품이다. 기존의 캡슐형 화이투벤과 달리 스틱형 파우치 형태로 만들었다. 캡슐형 화이투벤은 2022년 셀트리온과 신신제약이 체결한 계약에 따라 내년 초까지는 신신제약이 판매를 계속 맡게 된다. 동화약품은 내년 4월부터는 캡슐형 화이투벤에도 부채표를 붙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