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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제약사 오너 3세의 신약개발 사랑

  • 2025.01.14(화) 08:30

일동·유유제약 R&D 투자 확대
제일약품 '자큐보정' 국내 허가

일동제약, 제일약품, 유유제약 등 오너 3세 경영에 나선 중견제약사들이 신약개발 사업 보폭을 넓히고 있다. 제네릭의약품(복제약) 판매 등 기존 사업구조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고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자회사 세우고, 투자 늘리고

일동제약은 이달 13일(현지시간)부터 16일까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열리는 세계 최대 제약바이오 투자행사인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 참여한다. 이번 행사에는 오너 3세인 윤웅섭 부회장이 직접 참석해 글로벌 제약사와 투자 미팅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아버지인 윤원영 회장의 뒤를 이어 2016년 대표에 오른 윤 부회장은 취임 이후 신약개발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윤 부회장은 2019년, 2023년 신약개발 전문 자회사인 아이디언스와 유노비아를 각각 설립했다. R&D(연구개발) 투자도 늘렸다. 취임 전 2015년 10.5%이던 일동제약의 매출액 대비 R&D 투자비용은 5년 후 2020년 19.3%로 약 두 배 확대됐다.

제일약품은 2017년 오너 3세인 한상철 사장이 지주사 대표를 맡은 이래 신약개발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한 사장은 2020년 신약개발 자회사인 온코닉테라퓨틱스 설립을 주도했다. 이어 온코닉테라퓨틱스는 지난해 위식도역류성질환 '자큐보정'을 개발해 국내 허가를 따냈다.

유유제약은 오너 3세인 유원상 대표가 2020년 취임한 이후 신약개발에 힘을 주기 시작했다. 안구건조증 신약 임상을 직접 시행하는 등 2019년 2.4%이던 매출액 대비 R&D 투자비용이 2023년 8.0%로 늘어났다. 유 대표는 최근까지 파트너사를 찾기 위해 글로벌 제약바이오 행사에 직접 참석하기도 했다.힘들어도 가야만 하는 길

중견제약사 오너 3세들이 신약개발 행보를 확대하는 이유는 복제약 판매 등의 기존 사업구조를 넘어 지속가능한 성장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국내 제약업계는 특허가 만료된 의약품의 복제약을 개발하거나, 외국계 제약사의 제품을 공동 판매하는 사업에 주력했다. 이를 통해 외형을 키울 수 있었으나 수익성에는 한계가 있었다. 진입장벽이 낮은 탓에 경쟁이 악화하며 마진율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외국계 제약사가 공동 판매(코프로모션) 파트너사를 다른 제약사로 갈아타며 매출액이 급격히 줄어들 위험도 시한폭탄처럼 안고 있어야 했다. 제일약품은 지난해 상반기 전체 매출액에서 미국계 제약사 화이자의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절반을 차지한다.

신약개발은 많은 비용과 시간이 투입되지만 개발에 성공하면 특허 기간 동안 큰 수익을 안정적으로 보장받을 수 있다.

SK바이오팜은 지난 2019년 미국에서 뇌전증 신약 '엑스코프리'의 허가를 받았다. 엑스코프리는 출시 이후 시장에서 두 자릿수의 매출 성장세를 거듭했고 이를 따라 SK바이오팜은 지난해 상반기 매출액 2479억원을 기록했다. 5년 전과 비교해 약 5배 증가한 규모다.

SK그룹을 등에 업은 SK바이오팜과 달리 중견제약사가 홀로 막대한 신약개발 재원을 마련하는 것은 만만치 않은 일이다. 오너 3세가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 등에 직접 참석해 해외 투자자나 파트너사를 물색하는 이유다.

유유제약과 일동제약은 매출액이 제자리를 걸은 가운데 R&D 투자 증가 등으로 지난 2023년 나란히 순이익적자를 기록한 적이 있다. 특히 유유제약은 안구건조증 후보물질이 임상에서 미끄러지면서 큰 타격을 입었다. 이로 인해 구조조정 등을 시행했고 지난해 가까스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신약개발은 성공확률이 한 자릿수로 무척 낮지만 그렇다고 안정적인 사업만을 고집하는 것은 미래를 포기하는 행위"라며 "제약사라면 가장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할 과업으로 긴 호흡을 갖고 지켜봐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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