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이 다해주는데 내가 봐도 뽑을 필요가 없다. 전문적인 지식이 평준화 돼버리니깐 더이상 사람이 필요 없어졌다. 뭐하러 신입을 뽑겠나.
게임업계 현장에서는 이처럼 뼈아픈 자조섞이 목소리가 심심찮게 나온다. AI가 업무 현장에 깊숙이 침투하면서 고용 환경 전반이 격변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실제 게임 제작 현장은 AI 도입 전후로 극명하게 갈린다. 과거 일주일이 걸리던 작업이 단 30분만에 마무리되는 등 생산성 혁명이 일어나고 있다.
기본적인 게임 코드를 짜는 것부터 시작해서 배경·음악 제작, 번역 등 AI의 영역은 전방위로 확대 중이다. 게임 공정성을 해치는 이른바 '핵'을 감지하는 기술에도 AI를 활용한다.
업무효율은 'UP', 고용안정은 'DOWN'
AI는 게임사 전반의 업무 효율을 끌어 올렸지만 그 이면에는 '개발자의 권리 보호 공백'과 '고용 불안'이라는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생산성 향상이 곧 인력감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공포가 현실화하는 모양새다.
수치로도 짐작할 수 있다. 민주노총 화학섬유식품노조 IT위원회가 공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AI 도입으로 인해 고용 불안을 느끼는 근로자가 77.3%에 달했다. 이 설문에는 넥슨·넷마블·NHN 등 국내 8개 게임사 직원 1078명이 참여했다. 응답자의 65.9%가 기획·아트·프로그래밍 등 실무 개발직군이었다.
게임업계 전반에 부는 인력감축 바람도 심상치 않다. 엔씨, 위메이드, 크래프톤 등 업계를 주도하는 기업들이 신규 채용 중단은 물론, 희망퇴직과 권고사직을 단행하고 있다. 전반적인 업황 침체와 맞물려 AI 도입이 인력 축소를 가속 페달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달 국회에서 열린 'AI 시대의 K-게임, 노동자에게 길을 묻다' 세미나에서도 이같은 우려가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오세윤 화섬노조 IT위원회 위원장은 "AI로 인해 생산성이 높아진다는 점은 적은 노동으로도 많은 걸 만들어낼 수 있다는 의미"라며 "자칫하다 사람을 전부 대체하고 고용 없는 산업으로 흘러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고용없는 산업" 우려…대책마련 절실
노동계는 기술변화의 속도를 노사간 논의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AI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직무 전환 교육 △고용유지 프로그램 마련 △성과평가 및 수익배분 구조 재설계 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게임 개발은 코딩과 같은 수학적 요소를 넘어 창의성과 예술성이 중요한 만큼 AI를 활용하더라도 인간의 역할을 가볍게 여겨선 안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기술 도입과 고용안정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는 노동자·기업·정부가 함께 참여하는 '노사정 협력체'를 구축이 시급하다는 주장도 있다.
노영호 웹젠 노조 지회장은 "경영진과 노동자들이 생각하는 방향이 다르다. 이로 인해 여러가지 갈등 요소가 생길 수밖에 없다"며 "함께 논의하는 과정을 통해 긍정적인 방향으로 AI 전환 시기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