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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은 이익이다

  • 2014.05.14(수) 10:19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안전이 다시 사회적 이슈가 됐다. 특히 기업들은 안전사고가 터질까봐 노심초사다. 안전사고는 당장 인적·물적 피해를 줄 뿐 아니라 기업 생존과 직결된다는 인식이 자리 잡기 시작한 것이다. 그동안 효율에 밀려 뒷방 노인 취급을 받던 안전이 전면으로 나온 모습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 10일 크고 작은 인명사고가 난 잠실 롯데월드타워를 직접 찾았다. 안전사고가 다시 터질 경우 공사에 중대한 차질이 빚어지는 것은 물론 기업 이미지도 타격을 입을 수 있어서다. 신 회장은 “단순히 알고 있는 것과 몸에 익히고 있는 것은 다르다”며 “반복적인 훈련을 통해 비상 상황 발생시 즉각적인 대응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라”고 주문했다.

 

잇따른 안전사고로 곤욕을 치른 현대중공업도 안전경영을 위해 3000억원의 예산을 쓰기로 했다. 안전담당 부서를 대표 직속 조직으로 바꾸고 책임자도 부사장급으로 높였다. 협력회사 안전전담 요원도 200여명 규모로 확대한다.

 

영화관을 운영하는 CJ CGV는 각 지점별로 실시해 오던 소방방재 훈련을 소방서와 연계한 민관합동훈련  방식으로 강화하고 매 반기마다 반복 시행키로 했다. 합동훈련 결과를 토대로 안전관리 매뉴얼을 보강해 전 지점으로 전파하고 직원들이 숙지할 수 있도록 교육을 실시할 계획이다.

 

동부건설은 안전사고를 미연에 막기 위해 CEO(이순병 부회장)가 모든 공사 현장에 대한 특별 안전점검에 들어갔다. 또 경영진과 프로젝트매니저가 안전조치 이행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스마트폰을 통한 실시간 안전 확인 시스템도 만들었다.

 

기업들이 백방으로 대비하고 있지만 안전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13일 울산 LS니꼬 공장에서는 폭발로 추정되는 사고가 발생해 8명이 다쳤고, 12일 아산에선 신축 중이던 7층 건물이 한쪽으로 기울어져 붕괴 직전이며, 10일엔 강남구 신사동에서는 철거 중이던 건물이 무너지며 가스가 누출되는 사고가 났다.

 

이처럼 안전사고가 계속 터지는 이유는 안전 불감증은 고질병 같아서 하루아침에 치유 되지 않기 때문이다. 안전은 습관처럼 몸에 배야 비로소 작동한다. 자동차 안전띠 착용을 의무화한 지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정착되지 않은 것도 아직 몸에 배지 않은 탓이다.

 

그래서 지속적인 반복 학습이 중요하다. 그러려면 관심과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기업들은 안전관련 비용을 일회성 경비가 아니라 고정비용으로 잡아야 한다. 연구개발비처럼 안전에 드는 비용도 투자비로 생각해야 한다. 안전 담당자의 직급을 높이는 조치도 필요하다. 상무나 이사급에서 전무나 부사장급으로 올려야 힘이 실린다.

 

백헌기 안전보건공단 이사장은 “산업재해로 인한 직간접적 경제적 손실은 2012년 한해 동안 19조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19조원이라는 손실규모는 자동차 140만대를 수출해야 벌 수 있는 돈”이라며 “생산성 향상 노력만큼 안전 교육과 훈련에 관심을 쏟아야 푼돈 아끼려다 큰 돈을 잃은 어리석음을 피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안전은 기본 덕목이다(2013년 7월16일)

 

“안전 관리는 규제 강화 때문에 새삼 중요해진 것이 아니라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지켜나가야 할 기본 중의 기본 덕목이다.” 허창수 GS그룹 회장은 지난 15일 전남 여수에 있는 GS칼텍스 공장을 방문해 ‘무재해 무사고’를 당부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사고가 한 번 발생하면 인적·물적 피해뿐 아니라 브랜드 가치가 떨어지고 기업 생존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안전이 몸에 배어 습관이 되면 누가 보든 안 보든 반드시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안전이 기업의 존망을 가르는 이슈로 떠올랐다. 지난 7일 새벽 발생한 아시아나 여객기 충돌사고가 대표적이다. 다행히 대형 참사는 모면했지만 아시아나항공이 입은 타격은 막대하다. 항공운수업은 브랜드 이미지로 먹고사는데 10여 년 동안 쌓아놓은 ‘적금’을 한방에 날린 셈이다. 다만, 중국 언론에 사과 성명을 내는 등 발 빠른 후속조치로 까먹은 점수를 다소나마 벌충했다.

 

현대제철 역시 안전 불감증으로 홍역을 치렀다. 지난 5월10일 당진제철소 전로(轉爐) 보수공사를 하던 근로자 5명이 질식해 숨진 사건으로, 정부의 특별감독을 받은 결과 총 1123건의 산업안전법 위반사항이 적발됐다. 이지경이면 안전에 대해서는 무관심, 무방비 상태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안전시설물에 대한 예산을 한 푼도 책정하지 않은 것에서도 확인된다.

 

지난 1월 화성 반도체사업장에서 불산이 유출돼 명성에 먹칠한 삼성전자는 요즘 ‘안전 전도사’ 역할을 자임하고 나섰다. 외부에서 환경안전 전문가를 공채한 데 이어 사내에 환경안전 전문가 양성과정도 운영키로 했다. 아울러 환경안전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협력업체 35곳 4000여명에게 1인당 최대 500만원씩 성과급을 지급하는 방안도 내놨다.

 

안전과 관련, 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최근 일어난 (포스코)제철공장 화재, 원전 불량품, 불산 유출 등 한국의 내로라하는 간판 기업에서 이런 일들이 벌어지니 뭔가 불안하게 느껴진다”며 “효율경쟁이 안전투자 소홀을 초래한 것인지, 장기독점이 방심으로 흐른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원인 규명 절차가 남아 있기는 하지만 아시아나항공 참사는 우리의 위험 관리에 경각심을 일깨워주고 있다”며 “세계 톱에 다가갈수록 한 치의 오점도 남겨서는 안 될 것”이라고 주문했다.

 

우리나라는 안전사고로 한해에 근로자가 2000명 넘게 생명을 잃는다고 한다. 안전사고는 후진 기업의 꼬리표다. 선진 기업으로 가려면 안전사고 예방에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 ‘만사(萬事)불여(不如)튼튼’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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