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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 옛 평양의 별미, 어복쟁반

  • 2015.01.23(금) 08:15

▲ 삽화: 김용민 기자/kym5380@


미식가들이 겨울철 특별히 추천하는 음식 중 하나가 어복쟁반이다. 놋 쟁반에 양지머리와 편육, 소  젖가슴살, 소 혀를 배, 대파, 미나리, 버섯 등 각종 채소와 함께 육수를 부어가며 끓여 먹는다. 고기를 다 먹은 후에는 만두나 냉면사리를 넣어 먹는 맛이 일품이다.

 

아는 사람 사이에는 소문나 있지만 어복쟁반을 모르는 사람도 적지 않다. 옛날 냉면, 어죽과 함께 평양을 대표했던 음식이다.

 

쇠고기 중 팔다 남은 잡고기와 잡 뼈를 넣어 만든 음식으로 평양에 어복쟁반이 있었다면 서울에는 설렁탕이 있었다. 어복쟁반은 잡고기로, 설렁탕은 잡 뼈로 끓이는데 둘 다 시장에서 서민 음식으로 발달했다. 설렁탕은 곰탕을 물리치고 대중의 사랑을 받게 됐고, 어복쟁반은 고향을 떠나 서울에서 고급 요리로 변신했으니 그 또한 공통적이다.  

 

어복쟁반은 평양시장 상인들이 먹었던 음식에서 발달했다. 북한의 추운 겨울 아침, 상인들이 시장에서 흥정을 하면서 커다란 놋 쟁반에 소 젖통을 비롯해 각종 고기와 야채를 넣고 끓여 먹었던 음식이다. 예전 평양시장에서도 어복쟁반은 이른 아침에만 파는 음식이어서 조금만 늦으면 먹고 싶어도 먹을 수가 없었다고 한다. 평양시장 상인들이 해장을 겸해서 아침에 먹었던 음식이기 때문이다.

 

어복쟁반의 기원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있지만 어복쟁반이라는 이름 자체에서도 시장 상인이 먹던 음식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어복쟁반은 원래 우복(牛腹)쟁반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우복은 한자 그대로 소 뱃살이라는 뜻이다. 그중에서도 젖가슴 살로 어복쟁반에는 반드시 유통(乳筒), 젖가슴살이 들어가야 제 맛이다. 값이 싸니 상인들이 큰 돈 안 들여도 쉽게 구할 수 있어 젖가슴 살로 어복쟁반을 끓였다. 젖가슴 살은 평소 접하기 어렵지만 쇠고기 다른 부위와는 또 다른 독특한 맛이 있다.

 

어복쟁반의 또 다른 기원으로는 원래 생선내장으로 끓였기 때문에 어복(魚腹)장국으로 부르다 나중에 소 내장에다 소 골수를 섞어 만들면서 현재의 쇠고기 어복쟁반으로 발전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어쨌든 서울에서는 암소의 연한 가슴팍 살로 편육을 만들어 어복쟁반을 만들지만 평양에서는 골수를 넣어 만드는 것이 서울과 평양 음식에는 다소 차이가 있다.

 

전통적인 어복쟁반의 특징은 맛도 맛이지만 먹는 그릇과 먹는 방법도 독특하다. 예전에 사용하던 세숫대야만큼이나 크고 넓적한 쟁반에 장국을 말아놓고 팔뚝을 걷어 부치며 고기를 집어 먹다가 쟁반 한 귀퉁이를 들어 국물을 마시는 것이 제 맛이라고 한다. 서울의 몇몇 어복쟁반 전문점 중에서도 세숫대야 크기의 놋그릇에 담아 내오는 집이 있는데 이곳 어복쟁반의 맛은 더 특별하게 느껴지니 음식은 맛이라는 내용 못지않게 그릇이라는 형식도 중요하다.

 

어복쟁반은 유난히 추웠을 겨울철 평양시장 바닥에 장작불을 피워놓고 쟁반을 올린 후, 소 젖가슴 살과 채소를 넣고 끓이며 한편으로는 먹고 흥정하고, 또 한편으로는 계속 육수를 부어가며 정을 다졌던 음식이다. 지금은 잘 꾸민 식당에서나 어복쟁반을 먹을 수 있지만 어쩐지 어복쟁반 속에는 재래시장의 정감이 물씬 녹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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