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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 잘 부르고 싶다면 부추전을…

  • 2015.04.10(금) 08:31

완연해진 봄기운을 핑계로 나들이 자리에서 혹은 직장 회식자리에서 마이크 잡을 기회도 많아졌다. 어차피 부를 노래 이왕이면 멋들어지게 부르는 것이 좋겠으니 먼저 목청을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

 

이럴 때는 날계란으로 목청을 푸는 것도 예전부터 내려온 비방이지만 혹시 비위에 맞지 않는다면 식사 전에 혹은 술안주로 부추전을 먹어두면 좋겠다. 굳이 부추전이 아니더라도 부추가 들어간 음식이면 다 좋은데 다다익선(多多益善), 많이 먹을수록 좋다. 부추를 먹으면 노래를 잘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

 

부추 먹으면 왜 목청이 좋아지는지를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사적으로는 ‘증명’이 됐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와 로마황제 네로가 증인이다.

 

네로는 폭군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음악을 사랑한 예술가였고 본인 스스로는 성악가를 자처했다. 추억의 옛 영화 쿼바디스의 장면처럼 로마에 대화재가 일어났을 때 하프를 연주하며 노래를 불렀다는 일화가 유명하다.

 

네로는 평생 자신을 황제라기보다는 예술가로 생각했다. 주로 성악에 관심이 많았는데 혼자 즐기는 것이 아니라 팬들의 환호와 갈채에 목말라했다. 하지만 가수로서의 재능은 뛰어나지 못했다. 그래도 황제라는 지위에서 나오는 권력과 재력으로 인해 관중들은 마지못해 박수를 쳤고 대중의 반응에 집착해서 음악회가 열리면 핑계를 만들어 라이벌 가수를 제거하기도 하고 심사위원들에게  뇌물을 주어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또 자신의 콘서트에 로마 귀족과 시민을 초청한 후, 콘서트장 문을 걸어 잠가 자신이 노래하는 동안에는 한 명도 빠져나가지 못하게 만들기도 했다. 형편없는 네로의 노래에 지루해 하던 시민이 몰래 빠져나가다 잡혀서 처벌을 받았다는 일화도 있다.

 

네로의 노래 실력이 뛰어나지 못했다는 사실은 역사 기록으로도 남아있다. 로마의 역사가 플리니우스가 쓴 박물지(The Natural History)에 네로 자신은 스스로 뛰어난 음악적 재능을 갖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목소리가 힘이 없을뿐더러 허스키한 음색의 소유자였다고 기록해 놓았다.


▲ 삽화: 김용민 기자/kym5380@

 

박물지를 보면 네로황제가 성악에 재능은 없었지만 노래를 잘 부르려는 노력은 열심히 했던 모양이다.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하는 것만큼 관중들로부터도 박수를 받기 위해 네로황제가 기울였던 노력은 목소리에 좋다는 부추를 먹는 일이었다. 부추가 목소리를 맑게 만들어 준다고 믿었던 네로는 맑고 고운 목소리를 유지하기 위해 한 달에 한 번 씩 부추와 올리브 오일을 먹었는데 공연날짜가 잡히면 다른 음식은 피하고 빵은 한 조각도 입에 대지 않았다.

 

박물지를 쓴 플리니우스는 네로황제와 같은 시대를 살았던 인물이고 역사학자일 뿐만 아니라 나폴리 해군제독을 지냈던 군인이고 정치가였으니 박물지에 적은 네로에 관한 기록은 그가 직접 보고 들은 사실이었을 것이다. 

 

부추 먹으면 목소리가 고와진다는 믿음은 로마는 물론 고대 그리스에도 널리 퍼져있던 속설이었다. 아리스토텔레스도 자고새가 아름다운 울음소리를 내는 것은 부추를 먹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노래를 잘 부르고 싶으면 부추전을 먹고 가면 좋다. 그럼에도 동료한테 박수갈채를 받지 못했다면 네로처럼 천부적으로 재능이 없는 것은 아닌지 의심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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